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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의 사진은 이재형님께서 제공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곳은 2월 14일 발렌타인 감동콘서트가 열린 라푸마 둔산점 2층 북까페. 퓨전앙상블 '주원연'의 멋진 오카리나 공연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 앞에 한 남자가 섰다. 락그룹의 보컬이 연상되는 긴 웨이브 머리에 강단있어 보이는 얼굴. 그는 마이크를 쥐는 방법이 여느 강연자와 달랐다. 오른 손으로 마이크를 들고 있는데, 단지 두 손가락만으로 마이크를 쥐고 있었던 것이다. 가까이서 보니 나머지 3개의 손가락이 없었다. 왼 손에도 손가락이 없었다. 눈을 껌벅이며 다시 보았다. 없었다. 대체 이 남자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이 남자는 다름아닌 등반가 박정헌 대장이다. 그는 2005년 1월 히말라야 촐라체  북벽을 세계최초로 등반하고 하산하다가 동료가 크레바스에 빠지면서 함께 조난 당했다. 추락하는 동료의 무게가 자신의 몸에 실리면서 갈비뼈가 부러지고,  척추뼈가 함몰되고, 어깨가 탈골되었다. 히말라야의 강추위속에서 사투를 벌였고, 피투성이가 된 채 마을로 내려와 동료와 함께 겨우 목숨을 건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심한 동상에 걸려 8개의 손가락을 잃고 말았다. 나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와 지금 내 앞에 두 다리로 서  박정헌 대장을 경이에 찬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인간이라면 참 어려운 문제 1>

당신이라면 동료의 로프를 끊겠는가? 그렇지 않겠는가?



박대장은 당시 촐라체 북벽에서 동료 최강식과 함께 조난되어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상황을 실감나게 들려 주었다. 


"크레바스에 들어가면 끔찍합니다. 5미터 이상 들어가면 칠흑같은 어둠입니다. 불빛을 켜면 거기가 지옥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몇 분 지나지 않아서 드라이아이스가 내 몸에서 나오고, 빙벽에 내 체온이 빨려 들어갑니다. 이미 최강식은 냉동실에 오래 넣어 놓은 빙수와 삼겹살이었습니다. 최강식보러 다친 데가 없냐고 외쳤습니다.  두 다리가 부러졌다는 절망적인 메아리가 들려왔습니다. 이제는 죽었구나. 죽음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레바스가 발 아래 있는 듯해서 등골이 서늘했다. 동료 최강식이 크레바스에 빠지고, 로프에 연결된 그의 무게를 온 몸으로 지탱하고 있던 그. 두 사람은 하나의 로프로 겨우 생명을 지탱하고 있었다. 무서운 생각이지만 동료의 로프를 끊는다면 목숨을 건지는 과정이 더 수월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박 대장은 동료의 로프를 끊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어떻게든 함께 살아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컸단다. 그는 당시 책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가 떠오르면서 자신은 살아있는 동료의 목숨을 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한다.( 책 '친구의 자일을 끊어라'는 자일에 의지해 동료의 추락을 막고 있던 등반가가 더 버틸 힘을 잃자 자일을 끊고 혼자 살아 돌아왔는데, 추락한 동료가 나중에 기적적으로 생환한 실화를 담고 있는 책이다.)




강연을 듣는도중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는 과연 그 상황에서 로프를 끊었을까? 끊지 않았을까?'하고. 동료의 로프를 끊으면 자신은 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가야 한다. 박정헌 대장도 이를 두고 수없이 갈등했을 것이다.  죽음을 코 앞에 둔 인간은 때론 가슴이 미어지는 결단을해야할 수도 있다. 내가 그 상황에 처한다면 동료의 로프를 끊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이 날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그 상황에 처한다면, 동료의 로프를 끊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그 상황을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어려운 선택이다. 박 대장은 동료의 로프를 끊지 않았다. 스스로와 동료의 목숨을 향한 끈과 희망을 놓치 않았다. 대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인간의 양면성과 마주했다. 박 대장은 겨우 자신의 배낭에 있던 로프를 꺼내 동료를 끌어올리고,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인간이라면 참 어려운 문제 2> 

당신이라면 히말라야에서 위 동료와 한 구덩이에서 껴안고 잘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저는 그 때 2개의 구덩이를 팠습니다. 체온을 유지하려면 사람이 어떻게 해야겠어요? 둘이 껴안아서 체온을 유지해야겠죠. 한 구덩이를 파서 껴안고 자야지 될 것 같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이걸 맞추시는 분에게 제가 준비한 귀한 상품을 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의 눈빛이 말똥말똥해지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벼락같이 달려들어 정답을 맞추려고 애썼다. 나도 정답을 맞추고 싶어 입술이 옴싹달싹했다. 상품이 걸리면 이렇게 전투적으로 변한다.하하. 저런 상황이라면 한 구덩이안에서 서로 껴안고 자는 게 정상 아닌가? 왜 2개를 팠을까. 아, 모르겠다. 결국 아무도 못 맞추고 박 대장이 답을 알려 주었다.





결론은 강식이 크레바스에 빠지는 순간 강식에 대한 증오가 생겼던 겁니다. 네가 추락하는 바람에 살아돌아갈지 죽어돌아갈지 모르고, 돌아가면 손가락 다 잘라야한다는 생각. 미움이 싹튼 것이죠."


솔직한 그의 고백이 얼음처럼 파고 들었다. 순간 멍하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무슨 이유였을까. 나도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동료에 대한 '미움'이 싹텄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은 함부로 나 자신을 예측할 수 없었다. 나는 그와 같은 극한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고, 히말라야에 가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양면성, 즉 '인간속의 또 다른 인간'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그의 이야기에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이 솟구쳤다. '나'라는 사람이 가진 인간의 양면성과도 알몸으로 마주한 것 같았다. 


동료를 살리고자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동시에 '미움'이라는 감정도 찾아오는 '인간 심리'의 복잡미묘함과 인간이기 때문에 겪는 고뇌와 갈등. 그 누가 여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강연에 왔는데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히말라야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내게 만약 극한의 상황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양면성과 마주한다면 그때 어떤 지혜로운 선택을 하게 될까? 아니면 평생 후회하게 될 선택을 하게 될까? 그건 그 상황에 닥쳐보지 않고서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고뇌를 간접체험할 수 있었던 귀중한 강연


물론 박 대장은 그때 생사를 함께 한 동료 최강식씨와 돈독하게 잘 지내고 있단다.^^ 조난사고를 겪고 살아 돌아와서 몇 달간은 '왜 그때 내가 강식이와 한 구덩이에서 자지 않았을까'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답을 알고 있기에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것일터. 극한의 상황에서 한 인간으로서 겪을 수 있는 심리적 고뇌를 진솔하게 말해주었기에 더 큰 울림이 있었다.


그 뿐이랴. 박 대장의 강연을 듣고, 히말라야는 결코 가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되어버렸다. 나 뿐이었을까? 이 날 나와 같은 생각들을 한 사람은.



히말라야에서 박 대장이 켠 성냥 불씨가 내게도 깨달음을 주다


박 대장과 최강식은 힘겹게 산 중턱까지 내려왔다. 아궁이가 있는 쉴 곳을 발견하고,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불을 피우려고 또 한번 사투를 벌였다.


"아궁이 하나와 성냥각이 있었어요. 성냥 몇 개비를 켜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꺼졌어요. 계속 눈이 내리고 있어서 눅눅해져 있는 상태였습니다. 마지막 한 개비가 남았죠. 어떻게 불을 켰을까요? 겨드랑이속에 넣어서 정성을 다해 말렸겠죠. 그 다음에 불을 켰어요. 켜졌겠습니까? 아니겠습니까? 꺼져버렸습니다. 그때 일말의 희망이 이렇게나 소중한 것이구나하고 깨달았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 때의 박대장이 된 것처럼 탄식이 흘러나왔다. 지금은 소중한 지 몰라도 극한의 상황에 있으면 작은 불씨 하나도, 작은 희망도, 쌀 한 톨도 소중하지 않겠는가? 


박 대장과 최강식은 당시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희망의 불씨를 켰다.


"당시 장작불이 들어오는 돌로된 구들막에서 잠을 자고, 양은 주전자에 가득담긴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게 소원이었어요. 최강식과 제가 똑같이 생각한 소원이었습니다."


아~눈물나게 찡했다. 갑자기 희한하게도 집 냉장고에 쳐박아둔 반찬통이 생각났다. 반절도 먹지 않고 그대로 쑤셔 놓았는데, '내가 아직 가까이 있는 것의 소중함을 모르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방바닥에 굴러다니는10원짜리, 100원짜리 동전들이 생각났다. 발로 차고 다녔는데 다음부터 그러지 말아야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있어서 소중함을 모르는 것들과 막상 떨어져 있다면 무척 그리워지고 간절해질 것이다. 박 대장이 히말라야에서 켰던 성냥개비가 내게도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길줄 알라'는 깨달음을 주었다. 


또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느꼈다. 

무슨 일을 하든 쉽게 포기하지 말고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이날 라푸마 둔산점을 찾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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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번외편>



강연에서 나왔던 박 대장의 말, 말, 말



"과학이 발전하고 있지만, 인간하고 똑같은 눈을 가진 카메라를 만드는 날 이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왜일까요? 떠날 필요가 없어지니까요. 여행이 필요없어지니까요.

저는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해도 인간의 눈하고 똑같은 카메라는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살다보면 가장 위험한건 뭐냐면요. 크레바스가 위험한 게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있는 크레바스가 더 위험한 겁니다. 살다보면 원수도 많고."



"인간이 위성을 통해 다 지켜본다지만, 인간이 발자국 남길 수 없는 곳 수없이 많습니다.

비행하고나서 떨어진 장소. 그곳에 살고 있는 토착민 이외에 아무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땅.

그게 바로 오지입니다. 오지는 나 이외에 침입자(?)가 없는 곳이에요. 내가 그 오지에 떨어졌을 때 오로지 내가 최초로 도달한 곳을 '오지'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탐험가들은 집을 판 사람들이 많습니다."



"영어 단어중에서 'i'하고 's'를 가장 좋아합니다. 'is'는 존재한다는 뜻이잖아요.


저는 여러분들이 여러분들의 삶에서

여러분들의 존재로 쉬는게 아름다운 삶이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이 삶을 떠났을때 누군가 여러분의 삶을 인식할 수 있다면

그 삶이 아름다고 멋진 삶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청중에게 보내줬떤 슬라이드에 있던 글귀 -

'철학이 없는 등반은

노동자와 같다.

철학이 없는 비행은

낙엽과도 같은 것이다.

등반은 삶의 고도를 높이는

끝없는 비행이다.'




여러분은 남편이 히말라야 간다고 하면 그냥 두겠어요?



이 날 강연은 진지하면서도 웃음이 넘쳤다.  대장이 강연 초반에 청중을 향해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목숨을 담보하고 히말라야에 가죠. 미친 사람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남편이 히말라야 간다고 하면 그냥 두겠어요?"


그러자 한 아저씨의 얼굴에서는 묘한 웃음이 생기있게 돌았고, 한 아주머니는 '그럼 가만 안두지'라는 눈빛으로 박 대장의 다음 말을 쫓고 있었다. 


"나하고 결혼할 사람이 히말라야간다고 하면 가게 하겠습니까? 그냥 파혼이지요.  그런데 사람은 참 간사합니다. 부부가 10년간 살았다면 어떻게 되는줄 아세요? (아내는)2박 3일 생각해본다고 이야기합니다.

근데 20년 살면 뭐라고 그러는 줄아세요? 제발 가서 돌아오지 마라고 이야기합니다."


으하하하. 박정헌 대장의 농담에 라푸마 둔산점 2층은 순간 웃음바다가 되었다. 어린 꼬마도 아직 결혼을 안했어도 그 뜻만큼은 알겠다는듯이 '흐흐흐'하면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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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



오카리니스트 조은주님이 대표로 있는 퓨전앙상블 '주원연'의 공연으로 현장 분위기가 달아 올랐다.

 보사노바 리듬에 맞춰 청중들의 흥겨운 박수가 이어졌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응모권 추첨시간이 돌아왔다. 내가 선물의 주인공일 수 있 다는 기대감에 사람들의 표정이 살아있다.



박정헌 대장이 당첨자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박정헌 대장님과 인증샷을 찍었다. 다시 봐도 뮤지션이나 락그룹의 보컬 같으시다.^^;^^;^^;ㅎㅎㅎ




단체샷 한 컷!!! ㅋㅋㅋ.



참 무척 반가웠던 한 분. 전에 포스팅한 적 있던 트랙터 여행가 강기태씨다. ㅎㅎ인증샷을 부탁했다.ㅎㅎ

이번엔 중국에서 트랙터 여행을 하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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