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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네이버까페 '대전의 맛집멋집'[링크] '원도심 추억의 맛 탐방'모임에 참석한 후 쓴 후기입니다. 소박한 음식이야기가 흐르는 좋은 모임에 초대해주신 '서비'님께 감사드립니다잉.^^ 



"우리 엄마가 저 때문에 10년 단골손님을 뺏겼데요." 대전중앙시장의 50년 전통 안영집의 이은경 씨(43)가 웃으며 말한다. 엄마가 딸에게 단골손님을 뺏겼다?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의아한 표정을 알아차렸는지 이은경 씨가 얼른 말을 이었다.

 

"요 옆에 소머리국밥을 전문으로 하는 함경도 집이 있어요. 거기가 엄마가 운영하는 곳이에요. 엄마한테 음식을 배웠어요." 이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중앙시장 먹자골목,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각자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와 딸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


 대전중앙시장 50년 전통의 안영집 사장 이은경 씨



청출어람이라고 했던가. 스승인 엄마의 요리 솜씨에 뒤지지 않는 제자 안명미 씨의 주종목은 순대국밥이다.  


"남편이 순대를 잘 안 먹는 사람인데 제가 만든 순대를 먹더니 진짜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남편과 종종 맛집을 찾아다닌다는 그녀는 고급스런 남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사실에 으쓱한 표정이다. 그녀는 안영집의 주인이 된지 3개 월 째인 새내기 사장이지만 요리 내공만큼은 20년 넘은 베테랑이다. 딸의 음식 솜씨에 40년 째 소머리국밥집을 운영한 친정엄마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돼지고기 편육 같은 경우는 직접 눌러서 만들어요. 돼지뼈를 사용해 국물도 하루 종일 우려내요."


이 같은 정성 때문일까. 50년 전부터 단골인 어르신들이 점심을 자시러 지금도 안영집을 찾는다고 한다. 주인은 바뀌었어도 그 맛은 변함없는 안영집의 순대국밥을 맛보기 위해서다. 


"이곳을 처음 운영 하셨던 할머니가 안영리(현재 중구 안영동)가 고향인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이어서 그 할머니의 며느리가 잠깐 했다가, 이모님이 한 10년 운영하고 제가 받은 거죠."


인터뷰하는 내내 한 쪽에서는 부드러운 소머리 수육과 모듬 순대에 젓가락질이 바쁘게 오고갔다. 

 

안영집의 모듬 순대. 사진에서 다시 집어 먹고 싶은 충동.


안영집의 모듬 순대. 직접 펴서 만든다는 편육이 잊혀지지 않는다.


안영집의 소머리 수육. 부드러운 속살이 일품이다.


"대전맛집멋집 까페를 위하여" 누군가 건배 제의를 하자 소주잔이 쨍하고 부딪혔다. 해파리, 구암동거지, 바람처럼, 보랏빛, 마님, 물개 등 저마다 개성 있는 닉네임을 가진 대전맛집멋집 까페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풀어내니 소머리 국밥 국물 맛이 더욱 깊었다.

 


안영집의 소머리 국밥 국물. 소주를 시키니 기본 안주로 나왔다.

 

 

아담한 내부와 2층 구조의 안영집은 주말엔 타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은경 씨는 어떻게 알고들 찾아오는지 매번 놀란다고 한다. 


"주말이면 대전역에 관광버스 수십 대가 모여요. 계족산 등반을 하고 내려와 회포를 풀기위해 국밥 한 그릇 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죠. 주변에 은행동이나 성심당도 들리시고."


그녀에겐 안영집의 국밥을 손님들이 꾸준히 찾게 하기 위한 음식 철학이 있다.


"손님을 대할 때는 가족을 대하듯이 해요. 내 딸이나 남편이 당장 먹어도 되는 그런 음식, 우리 가족에게 내놓듯이 음식을 내놓습니다."

 

안영집 이은경 씨가 주요 메뉴에 식당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가게를 이어받고 나서는 식당의 청결을 위해 한 달 동안 공들여 청소를 하기도 했다. 또 안영집을 널리 알리기 위한 아이디어도 짜고 있다. 갈비탕, 도가니탕 등 메뉴를 늘리고,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이 간단하게 시식할 수 있는 먹거리 이벤트도 마련해 볼 생각이다.


소주와 맥주의 빈 병이 점점 늘어갔다. 창밖에는 부슬비가 골목을 적시고 있었다. 하늘은 흐렸지만 달이 차오르듯 배가 솟아올랐다. 취기가 올랐는지 발그레진 볼로 배시시 웃음을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맛난 음식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낸 대전맛집멋집까페 회원들.

 

식당 섭외와 모임을 진행하느라 고생 많이 하신 서비님.

 

자~ 여러분도 소머리 수육 한 입!

 

안영집을 나서고 서울치킨, 함경도집, 강원도집을 지나 대전천을 향해 거닐었다. 6.25 전쟁 때 피난민들의 만남 장소였고, LED 조명 다리로 재탄생한 목척교가 눈에 들어왔다. 수십 년 전에는 이 근처에 소들이 수레를 끌고 지나다녔고, 전국에서 봇짐 장수들이 바글바글 모여들었다지.


"여유를 꿈꾸며 일상을 뚫고 즐기려고 찾아간 북적이는 그곳"


대흥교 위에 전시된 설경란 시인의 시 구절이 마음을 당겼다. 대전맛집멋집까페의 원도심 추억의 맛 탐방 역시 '여유를 꿈꾸며 일상을 뚫고 즐기려고 찾아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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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하게 먹고 난 후

 

안영집 메뉴판


안영집 풍경. '50년 전통 맛집'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안영집 사장님의 친정 엄마가 운영하는 함경도 집. 선의의 경쟁계라고...

 

대전천에 가로 놓은 대흥교를 지나 맥주를 먹으러 갔다.

 

 

대전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목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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