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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대학생활팁

국어국문과, 좋았거나 혹은 나빴거나

by 이야기캐는광부 2014.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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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어국문과를 졸업했다.

 

흔히 밥굶는 과라고 불리는 국어국문과. 혹자는 국어굶는과라고 한다. 어떤 형은 나를 굶는과에 다닌다고 또박 또박 발음까지 해줬다. 내가 국어국문과를 전공하고 있다고하면 돌아왔던 대답.

 

"형 글 잘쓰시겠네요."

"오. 오빠 글 잘쓰시겠네요."

 

그러면 엷은 미소를 띄우며 그저 묵묵히 웃고만 있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채. 잘쓴다고 하기에는 빼어날 정도로 잘쓰지는 않고, 못쓴다고 하기에는 뭔가 좀 그렇고. 저런 반응은 어쨌든 살짝 부담스럽다.

 

"전공이 뭐냐?" "거그 나와서 뭣헐래?"

 

 

명절때가 되면 어른들이 물었다.


"전공이 뭐냐?"

"국어국문과요."


그러면 자동반사처럼 돌아오는 대답.


"거그 나와서 뭣헐래?"

"(실제)..."

'(속으로)아이구 그냥 확...!! 뭣허긴 뭣허요.....'

 


딱히 할 말은 없었다. 작가가 되겠다. 교수가 되겠다. 선생님이 되겠다. 

뭐라도 말하고 싶었지만 당시에는 딱히 뭐가 되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막막했다.

 

딱히 비전이 없어보이는 국어국문과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이렇다.

그저 책이 좋아서. 단순하지만 명쾌한 이유다. 

 

거창한 미래를 그려놓거나, 큰 뜻을 품고 국어국문과를 택한 것은 아니다.

책을 좋아하니 왠지 국어국문과에 들어가야할 것 같은 생각을 했다.


나만 그럴까?

국어국문과를 다니면서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냥 도서관에서 책 빌려보고 읽고 하며 4년이란 세월을 보낸 것 같다.

과장하면 그렇고. 물론 다른 의미있는 일도 하긴 했지.

글도 몇 편 깨작거리고. 학생기자도 해보고. 블로그도 운영하고.

그러다 가끔 혜성처럼 등장하는 20대 젊은 작가들의 모습에 감탄을 보냈지.


 

졸업이 가까워오면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예전에는 재미없게 강의하는 교수님들이라면 그냥 재미없게 강의하는 교수님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취업을 준비하면서 교수라는 직업이 보통 사람들이 하는 직업이 아니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분들은 어느 한 분야에 정통하기 위해서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번뜩 들었다.


언젠가 읽은 난중일기와 열하일기 때문에


이번엔 직장에 다니면서는 내 전공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하게됐다.

 

내가 왜 그때 국문학을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을까. 이유인즉슨 이렇다.

 

최근 난중일기와 열하일기에 푹 빠졌다. 이렇게 재밌는 고전을 왜 대학교때는 접하지 못했을까.

왜 국문학을 딱딱하게만 여겼을까. 연암 박지원만이 가지고 있는 문장의 묘미를 왜 깊이 탐구하지 않았을까.

왜 한번이라도 열하일기가 갖는 학술적 혹은 문학적인 가치에 대해  깊이 탐구하지 않았을까.

 

예를 들어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경우. 연암 특유의 해악과 재치, 세밀한 묘사력에 놀랐다.

분명 고등학교 국어시간이나, 대학교 강의시간에 한번쯤 배웠던 것 같다.

그때 좀 열심히 읽어볼걸. 관련 교수님을 찾아가 물어도 볼걸.

 

그때 한자도 좀 공부하면서 우리 고전좀 열심히 읽을걸.

국문과를 다니면서 보다 치열하게 공부하지 못하고, 치열하게 책을 읽지 못한 것이 후회됐다.

물론 그때는 몰랐지.


국문과 나와서 진짜 뭣할까? 뭐라도 한다


그러다 어찌어찌하여 졸업을 했다.

 

국문과를 나와서 진짜 뭐가 되냐고 묻는다면?

 


사실 국문과를 나와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직업을 구하는데 과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학원 국어강사, 국어교사, 카피라이터, 방송 PD, 기자, 영업사원, 작가, 창업, 식당 주인, 공무원, 출판사 직원 등등

 

사실 국문과를 나와서 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개인 노력에 따라 학과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직업들이다.

 

물론 전공을 살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전공을 살려 취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봤는가?

 

많은 대학생들이 전공과 상관없는 직장을 선택하고 있다.

 

국문과 나온 선후배들의 진로를 보면 다음과 같다.


기자, 방송작가. 잡지 기자, 국어교사, 학원강사, 공무원, 일반 기업 영업관리, 대학원생 석, 박사 밟고 있는 중.

광고회사. 사보 작가. 프리랜서, 기업 홍보팀 사원, 까페 주인 등등.

 

누가 국문과를 밥굶는과라 맨처음 말했을까?

 

사실 어떤 과이든지 자신이 노력한만큼, 도전한만큼 좋은 결과를 내게 돼있다.

혹시나 명절때나 어른들이 이렇게 질문한다면

 

결국 국문과 나와서 뭣할까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다.


"국문과 나오면 뭐라도 한다. 국문과는 굶는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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