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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관을 걷어내면 금방이라도 날아오를듯한 봉황 한 마리. 백제의 청명한 하늘과 너른 평야를 굽어보고 있는 듯한 그 장엄한 자태. 다섯명의 악사가 천상의 음악을 연주하고, 금빛 연꽃봉오리가 하늘로 피어오른다. 그 아래 용 한마리가 연꽃봉오리를 입에 물고 하늘로 막 솟구칠듯 한데….


▲백제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의 뒷모습


"삥뽕깡뽕삥뽀로로롱~" 전화벨소리가 울렸다. 어머니였다.

"아들~뭐혀? 느그 아부지랑 돼지 목살에 소주한잔 안 먹을래? 집에 내려와라.."

"오마니 저 부여박물관이에요."

"여자랑갔냐?"

"뭔 여자랑 와요….으흐허헝.. 금동대향로 보러왔어요."

"응? 향로? 오늘 햇살 징허다. 썬크림 발랐어?"

"아..안발랐어, 안발랐어. 이따 전화하께"

"아들 누구랑 갔쓰?"

"뭔 누구랑 와...혼자 온거지. 이따 전화하께."

"오호호홍..솔직히 말해."

"이따 전화하께."


어머니의 촉은 이번엔 빗나갔다. 나는 혼자 향로를 보러 왔다. 갑자기 우두커니 서 있는 백제금동대향로가 쓸쓸해 보였다. 향로도 혼자, 나도 혼자. 그래서 향로에 온전히 마음을 뺏길 수있다고 위로를 하면서. 내 마음은 버선발로 유리관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유리에 코가 닿을 정도로 얼굴을 붙이니 코끼리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살짝 기울이니 호랑이처럼 생긴 짐승도 보였다. 눈을 비비고 나니 산 굽이 흐르는 냇가도 보이는 것 같고. 말타고 화살을 겨누는 사람도 시야에 잡혔다. 백제금동대향로를 감상할 때는 갖가지 모습의 동물과 사람 형상을 찾는 재미가 있다.


▲백제금동대향로의 옆모습


어느넛 두 발은 향로 주변에서 왈츠를 추듯 스텝을 밟았다. 다른 관람객이 가까이서 들여다보길래 자리를 잠시 양보했다. 이번엔 입술이 닿을 정도로 얼굴을 갖다 붙였다. 유리에 입김이 서리자 백제의 하늘에 안개가 꼈다.


백제금동대향로는 1993년 12월 겨울 부여군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 조사를 위해 땅을 파던 중 발견됐다. 백제의 찬란했던 문화가 긴 잠에서 깨던 순간,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직감했다. 국보중에 국보다. 종이컵으로 물을 퍼내고 손으로 조심스레 진흙을 걷어내자 드러난 향로의 숨막히는 자태. 여기에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백제금동대향로 발굴 당시 모습


백제금동대향로는 부여박물관의 인기 스타였다. 주변으로 관람객들이 모여들었다. 


그때 핫팬츠를 입은 관람객이 향로쪽으로 몸을 숙였다. 나의 시선은 백제의 걸작을 내팽개치고 날씬한 다리로 향했다. 아차 싶었다. 국보 앞에서 이게 무슨 예의없는 행동이람. 얼른 눈을 돌려 용 발톱을 멋쩍게 바라보았다. 


핫팬츠의 관람객이 떠난 후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었다. 완함, 종적, 북, 거문고, 배소 등 5가지 악기를 연주하고 있는 이들. 가만있어보자. 언젠가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아! 김홍도의 그림 '무동'에서였다. 봉황대신 흥겨운 몸짓의 무동을 올려놔도 되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봤다.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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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 국립부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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