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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추모되는 기억이 아니라 살아 격돌하는 현재다."


우연이었다. '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신동엽 생가터와 그의 문학관을 만난 것은.


시인 신동엽의 생가터와 문학관


부여여행의 목적은 백제금동대향로를 보기 위함이었다. 백제인의 찬란한 꿈과 이상세계 앞에 맴돌다가 대전으로 돌아가기위해 부여시외버스터미널 매표소 앞에 섰다. 그런데 왠지모를 아쉬움에 관광안내도를 다시 펼쳐보았다. 그리 멀지않은 곳, 신동엽 생가터. 그 뒤에 문학관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레카.


걸어서 5분이 지났을까. 골목길에 접어들어 계속 걸었다.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오른편에 신동엽 생가터가 눈에 들어왔다. 신동엽 시인이 어린시절부터 결혼 이후까지 살던 집이었다. 한때는 가난때문에 이 집을 내놓았던 신동엽 시인. 훗날 지인들이 이 집을 복원해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시인 신동엽의 생가터와 문학관


시인의 방, 툇마루에 걸터앉아 하늘을 보았다. 방안에는 그의 시집들이 꽂혀 있었다.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액자도 걸려있다. 처마 아래에는 글귀가 걸려 있었다.


'우리는 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살며 있는 것이다.'


시인 신동엽의 생가터와 문학관


생가 뒷편에는 건축가 승효상이 지은 신동엽 문학관이 자리잡고 있었다.



시인 신동엽의 생가터와 문학관


무엇보다도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부여출신 임옥상 화백의 설치미술 '시의 깃발'이었다. 신동엽의 시가 바람에 나부끼는 형상을 표현한 것이다. 시의 깃발 너머 하늘은 옆 얼굴일까, 앞모습일까, 뒷모습일까, 뒤통수일까. 그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시인 신동엽의 생가터와 문학관


문학관에 들어서자 시인의 '서둘고 싶지 않다'가 눈에 들어왔다. 세월은 흘러도 서둘고 싶지 않다는 그의 외침. 시인은 인생을 시로, 사랑으로, 혁명으로 채우고자 했는데...나는 내 인생을 무엇으로 채우고 싶어 하는가.


시인 신동엽의 생가터와 문학관


서둘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 학창시절 배웠던 '껍데기는 가라'의 초고를 만났다. 삐뚤빼뚤 글씨와 수정한 흔적들이 종이위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 옆에는 시인이 10대시절 그렸다던 석고상이 놓여 있었다. 시인의 예술가적 기질은 청소년기에도 빛을 발했다.


시인 신동엽의 생가터와 문학관


청년시절 시인의 노트를 들여다봤다. 빼꼭히 적힌 경제, 종교, 과학에 대한 지식들, 생각들, 쉼표, 괄호, 그림. 학창시절 수많은 비행기를 상상했던 나의 노트가 떠올랐다. 프로펠라가 꽃잎으로 된 비행기, 조선시대 비녀를 닮은 헬리곱터, 날개에서 향기나는 비행기…. 


시인 신동엽의 생가터와 문학관


시인 신동엽의 생가터와 문학관


신동엽 시인은 산에서 많은 사진을 찍었다. 문학관에는 그의 생전 모습들이 흑백사진에 담겨 있다.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와 그가 입었던 옷가지, 훈장, 초고 시집까지 그의 유품들이 가지런히 전시돼 있다.


시인 신동엽의 생가터와 문학관


시인은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당선돼 등단했다. 학창시절 한번쯤 읊었을 것이다. 시험문제를 읽으며 머리를 쥐어짜기도 했을 것이다. 가슴이 활활타오르기도 했을 것이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 하늘을 보았다 / 하는가. // 네가 본 건, 먹구름 / 그걸 하늘로 알고 / 일생을 살아갔다. //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 쇠 항아리, / 그걸 하늘로 알고 / 일생을 살아갔다. // 닦아라, 사람들아 / 네 마음속 구름 / 찢어라, 사람들아, /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 아침 저녁 /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 티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 볼 수 있는 사람은 / 외경을 / 알리라 // 아침 저녁 / 네 머리 위 쇠 항아릴 찢고 /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 마실 수 있는 사람은 // 연민(憐憫)을 / 알리라 / 차마 삼가서 / 발걸음도 조심 / 마음 아모리며, // 서럽게 / 아, 엄숙한 세상을 / 서럽게 / 눈물 흘려 // 살아가리라 /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의 시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껍데기는 가라. /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 껍데기는 가라. // 껍데기는 가라. /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 껍데기는 가라. // 그리하여, 다시 / 껍데기는 가라. /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 아사달 아사녀가 /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 맞절할지니 // 껍데기는 가라. / 한라에서 백두까지 /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1967년 1월 《52인 시집》에 수록된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문학관 문여는 시간

하절 09:00~18:00

동절 09:00~17:00


쉬는 날

매주 월요일(공휴일인 경우에는 다음날)

주요 명절(새해 첫날, 추석, 설날)


주소

충남 부여군 부여읍 신동엽길 12 신동엽문학관


문의

041-830-2723


홈페이지

http://www.shindongye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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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 신동엽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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