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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소라껍데기에 몸을 집어넣어 본 적이 있는가? 나는 물론 없다. 아마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섬청년탐사대원으로 관매도에서 하룻밤을 보낸 날. 솔숲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던 날. 텐트 안에 들어있는 데 파도소리가 솨솨 들리던 날. 텐트 천은 고막으로, 움크린 내 몸은 달팽이관으로 변했다. 소라껍데기속으로 들어가 침낭을 깔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온몸으로 파도소리를 받아들였다. 파도소리가 쌔근쌔근 아기를 잠재우는 자장가처럼 들려왔다.


'내가 자연의 귓구멍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관매도의 귓구멍인가? 아니면 그 귓구멍에 붙은 귀지일런지도 모르지. 귀지보다 못한 인간으로 살면 안되지 않을랑가...별별 생각이 들어버리네이'


머릿속으로 쫑알쫑알. 또 파도소리는 무수히 밀려 왔다가 사라지는 후회와 번민같았다. 파도의 거품처럼 부서지는 시간. 다시 밀려오는 미래에 대한 희망. 저 멀리 묶여있는 배의 자유. 텐트위로 유채꽃을 닮은 별. 낮에 본 유채꽃은 노오란 힘줄같았다. 봄이 폴짝폴짝 뛰고 있는 듯한 착각. 꽃으로 가슴을 문지르는 것 같은 밤.


벌써 3개월 전이다. 자취방 침대에 누워 까만 천장을 바라본다. 아련히 떠오른다. 살랑살랑 춤을 추는 모닥불. 솔숲의 바람과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 바닷바람을 쐬며 먹는 소주 한 잔의 맛. 밭을 갈던 관매도 할머니의 주름진 손. 지팡이를 대신해 카트를 끌던 할머니. 집 뒤켠에서 호미를 들어 흙을 고르던 할아버지. 추억의 이발관. 밤하늘의 별.  




처음에 캠핑은 낯설었다. 텐트를 제대로 쳐본적도 없거니와 침낭속에 잔 것도 군대 혹한기 훈련때가 전부였던 듯하다. 다행히 섬청년탐사대 캠핑팀에게는 오지탐험가 김성선 대장님이 계셨다. 텐트치는 tip을 알려주시면서 야생(?)의 참매력을 느끼게 해주셨다.


섬청년탐사대원들은 무사히 관매도 솔숲에 텐트를 쳤다. 낮에 해양쓰레기를 줍고 밤이 되자 솔숲으로 모여들었다. 모닥불을 폈다. 빙 둘러앉았다. 모닥불을 캠핑장의 TV라고 한다. 심심하지 않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진다.



사람이 죽으면 몸만 흙속에 묻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도 함께 묻힌다. 살면서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면 영영 알지 못하게 될 뿐. 물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사는게 쉽지 않다.  살면서 말 못할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은가. 언젠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고,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 있다. 


섬청년탐사대원들은 모닥불에 둘러앉아 진솔한 이야기를 꺼냈다. 각자의 삶 이야기가 마음에 흘러 들었다. 듣다보니 내 이야기같은 것 같아서, 앞으로 겪게 될 수도 있는 이야기 같아서 말이다. 가운데 모닥불은 솔바람에 야위었다가 사그라들었다가 부풀어올랐다가 숨을 쉬는 듯했다.


자정 전에 침낭속에 들어갔다. 30살 넘고부터 저질 체력이다. 파도소리를 한참 듣다가 잠이 들었다.  조종사가 꿈이라는 승우는 다행히 비행기 엔진소리를 내지 않았다. 코를 골지 않았다. 사전에 나는 이를 갈지 몰라 경고(?)했다. 아침에 물어보니 나도 다행히 이를 갈지 않았다고 한다.


파도소리가 바람에 섞여 솨솨솨...솨솨..솨솨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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