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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에세이/직딩라이프

[직딩라이프]주말이 다가오면 고무장갑이 되고싶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6.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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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다가오면

밀린 설거지를 앞에두고
빨래처럼 널린 고무장갑이여
나는 네가 되고 싶다
물끄러미 드러운 그릇들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24시간
48시간
72시간
널브러져 있고 싶다

더러운 그릇 옆에 시계 하나

퐁퐁을 묻혀

시계바늘을 닦고

초침도 닦고

숫자들도 닦아주고

귀찮아도 닦아주고

수도꼭지를 틀고

헹궈서 씽크대 위에 올려놓고

말려서

나중에 밥을 담아야지

기약은 없지만

물을 묻히지 않고

눈물을 묻히지 않고

고무장갑처럼 널브러져

곰팡이 낀 그릇들을 맥없이

내려다보고 싶다

주인이 오기전까지

캄캄한 어둠속에 있다가

별은 뜨지 않을지언정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드릅게 생긴 그릇 하나 둘 더 쌓이는 걸

내려다보고싶다

의미없이

생각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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