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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등장하는 사진.


사진을 당장이라도 뚫고나올 것 같은 여자의 눈빛. 작가는 이 찰나의 순간, 어떻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까.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이런 순간을 담으리라는 것을 작가도 예측하지 못했을까. 이 사진은 <섹슈얼리 이노선트, 1975> 연작 시리즈중 하나이다. 차창너머 훔쳐보고 있는 작가의 시선이 꼭 내 시선인 것만같아 움찔했다.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있기 때문에 예술이 될 수 있었던 것일까. 김중만 작가가 21살 때 우연히 얻은 카메라로 담은 흑백사진 50점 중 하나라고 한다.


김중만의 사진은 겉과 속이 똑같다. 그의 인격과 현재를 인화한 것이다. 김중만은 모든 세상을 본능적으로, 직관적으로 접사한다. 아무런 선입견 없이, 아무런 꾸밈없이, 가장 자연스럽고 우연적인 포즈로 다가간다. 마치 일상적인 삶의 마주침처럼 그 지점, 그 순간 기의 흐름에 자신의 카메라를 맡긴다. 상황의 흐름을 억지로 거스르지 않고 그 리듬과 하나가 되어 그저 흘러간다. 그래서 그의 사진은 가장 직접적인 시간의 기록이 되고 그 장면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만약 당신이 앤디 워홀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단지 표면을 봐라. 즉 나의 그림과 영화와 나, 거기에 있는 나의 표면.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 앤디 워홀의 자신을 위한 변명은 김중만 사진의 진솔함에도 적용된다.


-열화당 사진문고 <김중만>. 이건수의 작가론.-





사진작가 김중만에 대해 들어보았으나 이처럼 그의 사진집을 펼쳐보기는 처음이다. 예술가다운 풍모와 드라마 도깨비의 저승사자(?)를 연상케 하는 의상. 범상치 않은 포스를 풍기는 작가 김중만. 



<동물왕국과 아프리카 여행> 연작시리즈도 일품이다. 위 사진의 제목은 <세렝게티의 왕>. 7m 앞에서 찍었다고 한다. "제 뭐야"하는 표정이다. 오금이 저리지 않았을런지. 




김중만 작가는 유명 연예인들과 인물사진 작업을 함께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있는 배우 장진영. 오른쪽에 배우 전도연의 모습도 있다.




사람도 때로는 카메라를 닮았다. 우리는 살면서 마음의 셔터를 수십번 눌러댄다. 몰래 기억하기도 하고, 소중히 간직하기도 한다. 조리개처럼 마음을 졸이기도 하고, 후레시처럼 반짝 빛나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인화하지 못한 흑백 사진 몇 장을 가슴에 품고 사는 듯하다. 사랑과 이별, 후회, 아픔, 기쁨의 풍경들이 담긴. 그런 비슷한 무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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