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책<언어의 온도>는 뭐랄까. 술을 좀 먹은 뒤 내 볼살의 온도같다. '작가'는 언어를 잘 돌보는 사람들 같다. 



우린 사랑에 이끌리게 되면 황량한 사막에서 야자수라도 발견한 것처럼 앞뒤 가리지 않고 다가선다. 그 나무를, 상대방을 알고 싶은 마음에 부리나케 뛰어간다. 그러나 둘만의 극적인 여행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 서늘한 진리를 깨닫게 된다. 내 발걸음은 '네'가 아닌 '나'를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역시 사랑의 씁쓸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43쪽-



언젠가 정중한 사과를 건네는 사람의 표정을 들여다본 적이 있다. 그는 어딘지 힘겨워보였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왜일까. 엉뚱한 얘기지만 영어 단어 'sorry'의 어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안함을 의미하는 'sorry'는 '아픈' '상처'라는 뜻을 지닌 'sore'에서 유래했다. 그래서일까. 진심 어린 사과에는 '널 아프게 해서 나도 아파'라는 뉘앙스가 스며 있는 듯하다. 


진짜 사과는,

아픈 것이다.

-55쪽-


후지이 산야라는 일본 작가는 여행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여행지에서 날것의 풍경을 건져 올려 기록하기로 유명한 그는 아무런 정보없이 훌쩍 길을 떠날 것을 권유한다.


"전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여행길에 오릅니다. 또한, 눈으로 얻는 정보를 경계하고 본질을 보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인도 여행을 할 때 갠지스 강에 대한 지식을 사전에 공부하고 가는 게 도움이 될까요?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겁니다. 때론 백지상태에서 아기의 눈으로 바라보세요. 그래야 본질이 보입니다."

-77~78쪽-


어머니를 부축해서 병원을 나서는 순간, 링거액이 부모라는 존재를 쏙 빼닮았다고 생각했다.

뚝.

뚝.


한 방울 한 방울

자신의 몸을 소진해가며

사람을 살찌우고,

다시 일으켜 세우니 말이다.

-127쪽-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