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둥지는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새들이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써서 주체적으로 창조한 또 하나의 새로운 자연이다. 이렇게 창조되었다는 점에서 자연과 구별되지만, 그러면서도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자연과의 연속선상에서 존재하는 비자연이다. 이런 점에서 둥지는 선자연적·친환경적·친 생태학적 건축물이다.

둥지 건축물의 구조는 생물학적 안전함, 정서적 따뜻함, 포근함, 모성적 헌신, 세대 간의 유대성, 남녀 양성 간의 사랑, 혈연적 유대감의 구현을 상징한다. 둥지는 미학적으로 아름답고, 감성적으로 따뜻하고, 영혼적으로 포근하며, 궁극적으로는 행복 그 자체다. 둥지는 물질의 구성물이지만 물질의 차원을 넘어 생생하게 살아있는 건축물이다. 둥지 안에서 먼 마다나 강에서 먹이를 사냥하여 입에 물고 돌아오는 어미를 기다리며 꽃잎 같은 부리를 활짝 지저귀는 새끼들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둥지라는건축물은 새것도 아니고 재건축도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리모델링이다. 인생이 그러하듯이, 모든 사유와 모든 생명, 그리고 우주·자연·존재 자체는 언제나 전승된 것의 보존이자 보완이며, 그 위에 덧붙여나가며 끊임없이 수정하는 재개발이자 약간씩의 발전이다.

-<둥지의 철학>385쪽- 


이럴 수가 있나! 정말 이럴 수가 있는가! 내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도 마음은 꿈 많은 20대 인데 내가 죽음이 언제고 닥쳐올지 모르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바꾸어놓을 수 없는 아주 객관적인 자명한 일이다. 나는 백발이 된 지 이미 오래이고, 시력, 청력, 그리고 특히 기억력이 나빠지고 있다. 걸음걸이가 늦어짐도 의식한다. 그럴수록 나는 언제 죽어도 좋다는 가오로, 나머지 삶의 하루하루를 좀 덜 부끄럽게, 그리고 좀더 뜻있게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다짐해본다. 이런 생각은 최근 불과 한 달 사이에 몇 달 전, 아니 몇 주 전까지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가까운 선후배와 친구들 몇 명의 조문을 다녀온 후로 더욱 절실하다.

-<둥지의 철학>15쪽-


박이문이 보여 준 삶과 학문에 대한 열정, 그 자세를 보며 절로 경건해 진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