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군대 관물대에 한 권 이상은 꽂혀있던 '맥심'. 칙칙한 생활관에서 참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매월 수컷을 위한 알짜 정보들이 재미있는 기사로 실렸고, 중간 중간 과감한 포즈의 모델들이 이등병부터 병장, 하사 할 것 없이 모두를 심쿵하게 했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과감한 표현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가식 없는 잡지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상한 점은 제대 후에는 서점에서 맥심을 사고자 하면 망설여졌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맥심 표지 모델인 섹시한 여자들의 므흣한 자태 때문일까. 건전한(?) 책 표지로 둘러싸인 서점에서 맥심 표지의 인물들에게 계속 시선을 두자니 누가 뒷통수에 레이저를 쏘는 느낌도 들고. 그냥 사도 돼는데 왜 망설여지는 걸까. 으슥한 골목 헌책방에서 왠지 야한(?) 잡지를 사고자 무진장 애를 썼던 중고딩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그런데 맥심 10월호는 냉큼 집어들 수 있었다. '마광수 에디션 한정판'이었기때문이다. 10월 호는 표지모델로  마광수의 얼굴을 대문짝 만하게 집어넣었다. 그래서 사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물론 맥심 표지는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맥심을 엎어보니 뒷표지에는 섹시한 포즈의 모델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역시 맥심다웠다. 이미 늦었다. 집어 든 것을. 카운터에서 계산했다. 바코드를 찍느라 맥심을 뒤집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행히 바코드는 마광수의 왼 손에 걸쳐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구입하면서 마음이 쫄깃쫄깃해지는 잡지가 있을까.





맥심 표지에 인용된 마광수의 <변태>는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파격이었다.


"내게 사랑이 오면 온 종일을 그녀와 함께 신나게 변태적으로 보내리

그녀는 고양이 되고, 나는 멍멍개 되어

꽃처럼, 불처럼, 아메바처럼, 송충이처럼"


역시나 맥심은 읽다보면 너무 재미있다. 기사제목도 세다. 여자들의 생각을 담은 '남자의 맛'이라는 기사 역시 맥심스러웠다. 


"삼계탕 같은 남자가 있다. 몸에 좋고 맛있는 남자. 무슨 웹툰 제목도 있던데 현실에서 진짜 있었다. 하고 나면 건강해지는 기분에 컨디션도 좋아지고 다음 날 일도 잘 된다. 매끄럽게 아귀가 딱 맞는 섹스. 그런데 복발 같이 특별한 날 아니면 잘 안챙겨먹는 삼계탕처럼, 평소엔 잊고 산다.(중략)"


맥심에는 창의적인 기사도 많다. '축구 이야기'가 나오는 힙합곡을 소개하며 축구 전문기자의 시선을 겻들였다. 기사 제목은 <축구가 왜 형 가사에서 나와...?>.


차를 소개하는 기사도 참 맥심답다. 예쁘고 섹시한 여자모델을 주유기를 들고 있는 장면은 의도된 것 같다. 다른 것을 연상케한다.^^;. 기사 안에 '고추'라는 단어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또 '속옷예찬' 코너에서는 남자의 마음에 강 펀치를 날린다. 맥심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순간이다.




마광수를 다양한 키워드로 회고하는 코너에서는 화룡점정을 이룬다. 마광수가 발굴해낸 시인이  기형도와 안도현이고, 그의 박사논문 <윤동주 연구 : 그의 시에 나타난 상징적 표현을 중심으로>가 윤동주 시 해석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물론 더 눈길을 끌었던 것은 생전 마광수가 말했던 손톱 긴 여자가 모델로 나온 화보다. 스포(?). 마광수의 생애를 사진과 키워드로 나열한 코너 다음에 나온다. 


내가 이렇게 맥심을 읽고 독서리뷰를 쓸 줄이야. 맥심은 맥심답게 마광수를 추모했다는 생각이 든다. 맥심이 오래오래 우리 곁에 남기를,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