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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감독 오스 야스지로의 작품 '동경이야기(Tokyo Story,1953)'는 세계 영화 감독과 비평가들로부터 세기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오스 야스지로는 이 작품에서 가족의 의미와 부모와 자식 간계, 인생의 고독감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자식들을 만나고자 도쿄로 상경한 노부부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지만 부모를 반기지 않는 심드렁한 자식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카메라는 노부부의 쓸쓸한 뒷모습을 쫓는다.


영화 <동경이야기>의 한 장면



이 영화를 보면 6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부모 자식 관계는 비슷한 것같다. 부모는 언제나 자식 생각을 하지만, 자식은 커가면 커 갈수록 부모를 멀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 자식은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 한없이 후회한다.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해 드릴 걸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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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스 야스지로를 이야기한 까닭은? 오스 야스지로의 생전 글이 담긴 책<꽁치가 먹고 싶습니다>가 나왔기 때문. 이 책에는 중일 전쟁에 나갔던 오스 야스지로의 종군일기와 전쟁터 편지, <도쿄 이야기> 감독용 각본 등이 실려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쿄이야기> 각본이었다. 각본을 읽고나면 가슴 한 켠에 묵직한 슬픔이 내려앉는다. <도쿄이야기>각본 속 인물들의 대화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게이조 : 이제 괜찮아요. 오늘 아침은 이제 멀쩡해졌어요.

선배 : 몇이셔, 어머니?

게이조 : 글쎄, 몇이었더라. 이제 예순은 꽤 넘엇어요. 일곱이었나, 여덟이었나.

선배 : 연로하시네. 소중히 여기면 안 돼. 효도하고 싶을 때 부모는 없다, 라잖아.

게이조 : 그러게요. 그렇다고 무덤에 이불 덮을 수 없다, 라고요. 하하하하.

-270쪽 <도쿄이야기> 각본 중에서-


노리코 : 하지만 다들 바쁘시잖아요.

쿄코 : 그래도 퍽이나 제멋대로들이에요.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고 빨리빨리 돌아가버리는걸.

노리코 :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거예요.(앉으며) 일이 있으니까.

쿄코 : (옆->노리코) 시선의 이동을 가리킴 / 그렇다면 언니도 있잖아요. 제멋대로인 거에요.

노리코 : 그래도요, 아가씨---

쿄코 : 응, 어머니 돌아가시니까 바로 유품 갖고 싶다니 저, 엄마 기분 생각하니 무척 슬퍼졌어요. 타인이라도 더 따뜻해요. 부모자식이란 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해.

노리코 : 그래도 말이에요. 아가씨, 나도 아가씨만 할 때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자식이라는 게, 자라면 점점 부모한테서 멀어져가는게 아닐까? 형님 정도가 되면 이미 아버님이나 어머님과는 별개로 형님만의 생활이라는 게 있는 거예요. 형님도 결코 나쁜 뜻으로 그런 일 하신 게 아니라고 생각해. 누구든 다들 자기의 생활이 중요해지는 거예요.

쿄코 : 그럴까요, 하지만 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요. 그런거면 부모자식 같은 거 퍽이나 재미없어.

노리코 : 그러게요.....하지만 다들 그리되어가는 게 아닐까......점점 그리되는 거예요.

쿄코 : 그럼 언니도?

노리코 : 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역시 그리돼가요.

쿄코 : 싫네요, 세상이란 게......

노리코 : 그래. 싫은 일 뿐이지.....

-299~300쪽 <도쿄이야기> 각본 중에서-


영화<도쿄이야기>가 지금까지 명작으로 남은 이유. 영화 속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 뒷표지에 있는 오스 야스지로의 촬영 자세가 남다르다. 오스 야스지로는 카메라의 위치가 땅에서 30cm도 안되는 '다다미 샷'으로 유명하다. 그는 앉아있는 배우를 카메라에 담을 때뿐만 아니라 야외 풍경을 촬영할 때도 다다미 샷을 사용했다고 한다. 또 감정을 고조시키기위한 배경음악 쓰지 않기, 신과 신 사이에 서정적인 풍경을 집어넣는 베게샷도 그만의 개성있는 촬영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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