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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리뷰

한비야 누나를 만난 이야기 - 그 날 캠퍼스밖으로 행군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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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9년 7월 16일 대전 한밭도서관 강당에서 만난 비야누나 강연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비야 누나를 만났던 이야기


“안녕하세요! 백수 한비야입니다”

7월 16일, 씩씩한 걸음으로 대전 한밭도서관 강단에 올라선 그녀가 던지 말이다. 놀랐다. 아니! 월드비젼 구호팀장이 아니라 백수라고? 그렇다. 한비야는 2009년 6월 30일까지 월드비젼 구호팀장이었지만, 7월부터는 공식적으로(?) 백수가 되었다. 사실 그녀는 8월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2년 동안 공부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한다.

당당한 걸음과 환한 미소. 그녀에 대한 첫인상이다.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책표지에서 막 뛰쳐나온 듯한
모습 그리고 <그건, 사랑이었네>라는 새 책 제목과도 참 잘 어울리는 미소였다.
 
그 날 강연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비가 왔음에도 초․중․고등학교 학생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대학생들로 북적거렸고, 자신을 비야 누나 또는 비야 언니라고 부르라는 말에 한바탕 웃음이 쏟아졌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소나기처럼 가슴을 파고 든 말 한마디가 있었으니...

“무엇이 여러분의 가슴을 뛰게 하죠?”

이 질문은 우리들의 가슴을 향해 던져진 것이었다. 순간 강연장은 조용해졌고, 숨소리만이 귀에 맴돌았다. 잠시후엔 창밖의 빗소리마저 숙연해 지며 들렸다가 들리지 않았다가를 반복했다.  대학교 들어와서도 쉽게 들어보지 못한 질문이었기 때문일까? 강연장에 계시던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 그리고 할아버지들도 수십 년간 잊고살았던 질문이었기에?

그녀는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하고 매일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고 한다. 사연은 이렇다. 세계 곳곳의 오지를 탐험 하던 도중 소말리아에서 한 흑인 의사를 만나게 되었고, 두 손으로 한 소년의 곪은 상처를 치료해 주고 있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한다. 순간 가슴에 그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고, 단 둘이 이야기 할 기회도 찾아왔다.

그녀가 물었다.
“왜 여기서 이 일을 하고 있나요?”
그 의사는 말했다.
“무엇보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입니다.”
곧이어,
“내가 가진 재능과 기술을 돈 버는 데에만 쓰는 건 아깝잖아요!”라고.

누군가 내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과연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우리는 그동안 자신이 가진 재능과 기술을, 결국 돈 버는데 쓰기 위해 갈고 닦아 왔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토익 고득점, 높은 학점, 봉사활동, 어학연수와 같은 스펙을 높여, 안정적이고 연봉을 많이 주는 직장에 들어갈까하고 말이다.

마음속에 치미는 부끄러움 때문인지 강연장이 더욱 후끈 후끈해지는 것 같았다.

“99도가 아닌 100도로 살아라”

이것은 삶에 대한 자세를 향한 질문이었다. 그녀의 삶은 그 흑인의사로 말로 인해 99도가 아닌 100도로 끓기 시작했다. 그녀도 처음엔 자기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세계일주를 떠났다고 한다. 그 때도 가슴은 뛰었지만 월드비젼 긴급구호팀장 일을 할 때만큼은 아니었다고 고백한다.

분명 세계 일주는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 할 만 한 일임에도, ‘월드비젼’에서의 경험보다 가슴 뛰지 않았다는 말에
적잖이 놀랐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지금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녀가 내심 부럽기도 했다. 99도가 아닌 100도로 끓어 오르는 삶을 살기 위한 해답은 바로 가슴 뛰는 일을 찾아 정진하는 데 있다고 신신당부하는 그 모습이 잊혀 지지 않는다.

한편, 이쯤에서 궁금증도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오지 곳곳을 돌아 다니면서 흘린 눈물도 많았고, 가슴도 수없이 아팠을 그녀.
‘굶주리는 어린이가 단 한 명도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는 그녀.
‘네 목숨을 걸어야 다른 이의 목숨을 구한다’라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있는 그녀.

도대체 그녀는 ‘어떻게 세계 곳곳을 누비고자 하는 꿈을 키웠던 걸까’하고 말이다.

“비야야, 인도에 밥풀 묻었다”

정말 인도에 밥풀이 묻을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이야기는 과거로 흘러간다. 그녀가 어렸을 때 집안 벽에는 세계지도가 붙어 있었고, 심지어 입고 있던 티셔츠에도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었단다. 어느 날 그 티셔츠를 입은 채 밥을 먹다가 밥풀이 튀었는데, 그때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비야야, 인도에 밥풀 묻었다!"

순간 강연장은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이내 웃음바다가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인도에 밥풀이 묻을 수 있다! 이러한 부모님의 열성적인 세계지도 교육이 한비야를 바람의 딸로 만들고, 가슴 뛰는 일을 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닐는지.
강연장을 찾은 부모님들의 머릿속엔 ‘나도 내 자식에게 세계지도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혀 볼까’하는 고민이 자라고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강연은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 들고 있었다. 비는 그치지 않았다.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은 우산을 들지 않는 손에 적어도 한 가지 질문을 들고 나와야 했다.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대학생들이라면 지금부터라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도 늦지 않다. 또 40대, 50대라도 절대 늦은 것이 아니다.
그 날 52세의 한비야가 여러분의 가슴에 이렇게 말해주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90분 축구에요"
"40살 되신 분들, 아직 전반전 40분 분밖에 안 뛰었어요.
50살 되신 분들! 후반전도 한 참 남았잖아요? 연장전, 승부차기, 패자부활전도 있는걸요"

그렇게 따지면 필자는 전반전 25분을 뛰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내 꿈을 포기하기엔 일러도 한 참 일렀다.
당신은 지금 ‘인생’이라는 경기장에서 몇 분을 뛰고 있는가?
그 경기장에서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있는가?


지금 이 자리를 빌어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든 비야 누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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