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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사회문제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은 사회역학을 연구하는 학자다. 여기서 역학이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을 일컫는다. 그중 사회역학은 '질병의 사회적 원인을 찾고, 부조리한 사회구조를 바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학문'이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인간은 필연적으로 병에 걸린다. 의료기술만의 발달만으로 병을 치료하고, 모든 이들을 건강하게 할 수 있을까. 저자는 사회역학의 관점에 사람의 건강은 사회문제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사회적 상처'라고 표현하는 혐오, 차별, 고용불안, 재난 등이 우리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면서.


저자는 사회적 상처가 어떻게 우리의 몸을 병들게 하는지 연구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 성소수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소방공무원 등 사회적 상처에 노출되어 있고, 그 상처가 아물지 않는 이들을 찾아갔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의사들의 실태, 소방공무원 인관상황 실태조사, 세월호 참사 학생 실태조사, 동성결혼 불인정과 성소수자 건강의 관계, 비수술 트랜스젠더의 현역 입영처분 소송…. 민감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구조의 문제를 연구하면서 우리가 진정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아픔이 길이 될 수 있는 법을 찾는다. 


한국에서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는 1997년 IMF 경제위기 직후부터 시작됐습니다. 비정규직 고용이 전 사회적으로 급격이 확산되기 시작한 때입니다. 2000년대에 한국사회를 아프게 한 주요 원인은 무엇일까요. 많은 이들에게 삶보다 죽음을 선택하게 만들었던 원인으로 저는 비정규직 고용을 주목합니다. 이 시기부터 저임금으로, 위험한 작업환경을 감수하며 고용불안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가 증가했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일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조차 자신이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불안속에 일해야 했습니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패자부활전이 존재하지 않는, 해고된 이들을 지원하는 사회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해고는 살인'이 될 수 있고,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고용불안은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127쪽, 아파도 일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한국사회의 건강불평등을 어떻게 해야할까. 책은 한국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는 한 우리도 건강불평등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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