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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2018 독서노트(87)역사의 역사



흔히들 과거를 평가하고 미래를 대비하도록 사람들을 일깨우는 것이 역사 서술의 과업이라고 하지만 이 책은 그처럼 고매한 과업을 추구하지 않는다. 이 책은 단지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보이려 할 뿐이다.

-랑케의 <1494년부터 1514년까지 라틴족과 게르만족의 역사 >서문-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보여준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런데 이거싱 과연 '과거를 평가'하거나 '미래를 대비'하는 것보다 덜 고매하거나 더 소박한 목표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훨씬 더 이루기 어려운 목표다.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실현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그런데 왜 랑케는 이런 말을 했으며, 왜 이 말은 그토록 많은 추종자를 얻었을까?무지와 정치적 유용성 때문이었다.


우리는 몸담고 사는 현재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70억년이 넘는 인간이 복잡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지구촌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주민이 몇 만명 정도인 도시 하나도 거기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을 다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현재를 '있는 그대로' 인지할 수 없다면 과거를 '있었던 그대로' 인지하기는 어렵다.

-유시민 <역사의 역사>136쪽-




역사를 대할 때나 사람을 대할 때나 '있었던 그대로 본다는 것'은 무척 어렵다. 숱한 음모와 제멋대로의 해석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 '있었던 그대로 보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있는 그대로 보일 줄 아는 것'도 어렵다. 어떨 때는 스스로를 속이고, 가식과 꾸밈으로 '나'를 치장할 때가 있다. 우리는 서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일 순 없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