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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일제시대의 기생들사이에서는 연애금지령이 있었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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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100여년전 조선시대 말기에는 요즈음 아이돌을 능가하는 인기 여그룹(?)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바로 일제시대의 대중스타, 기생이지요. 뭇 수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그녀들은  지금으로 말하면 연예기획사와 비슷한 '권번'이라는 업무대행사에서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이 권번에서는 손님들의 요청에 따라 기생들을 요릿집에 보내고 화대를 수금하는 일을 맡았지요. 인기있는 기생의 경우에는 일주일전부터 예약을 해야 했다고 하니 남자손님들 사이에서 경쟁이 치열했을 것 같습니다.



그녀들은 권번에 들어와서 각종 예의범절과 노래와 춤 그리고 악기를 배웠습니다. 권번은 전통예능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던 것이죠. 한 예로 하규일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조선권번'에서는 성악으로 여창가곡, 가사, 시조, 남도소리, 서도소리, 잡가등과 가야금, 거문고, 양금,장구 등을 가르쳤습니다.

더불어 기생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능종목은 물론 일반교양까지 교육프로그램으로 짜여 있었지요. 그밖에 서양춤과 서화도 가르쳤다고 하니, 그야말로 권번은 종합예술학교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곳에서 팔의 뼈대가 굵어보이는 기생들은 주로 거문고를 배웠고, 몸이 가냘픈 기생은 양금을 익혔으며, 가야금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그녀들사이에서는 '연애금지령'이라는 게 있었고 합니다. '연애에 빠지면 대개는 반드시 망한다는' 소문도 많이 떠돌았기때문이지요. 손님과 사랑에 빠져 백년가약을 맺고 잘 사는 경우도 있었으나, 대개는 그 사랑이 오래 가지 못한다는 걸 그녀들은 뼈져리게 깨닫고 있었던 거지요. 또 당장 생활에 필요한 돈부터 모아야 했기에 가슴속에 싹트는 사랑을 애써 억눌러야 했습니다. 그녀들도 꽃다운 청춘이었기에 연분의 정이 싹트는 건 어쩔 수 없었을텐데 말이지요. 그럼에도 악착같이 기생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기위해서 연애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임자있는 몸이라는 게 밝혀지면 다른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지기도 했으니까요.)

돈을 모아서 무엇을 하고싶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다양했습니다.

"무엇을 하던지 모아놓고 보겠습니다"
"이 황금만능 세상에 돈 많이 있으면 무엇을 못하겠습니까. 돈 모아서 잘 살아보겠습니다"
"돈을 모아서 화류계를 떠나는 날 순진한 남성을 돈으로 사서 일생을 살려고 합니다"
"23세까지만 기생 노릇을 하고 그 다음에는 공부하여 상당한 남자와 결혼하여 나도 사회의 일을 해보겠습니다"

- 동아일보 1928년 3월 12일자 24일자 신문中에서-

그러고보면 10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돈을 악착같이 벌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10년이면 금수강산이 변한다하지만 사람의 돈에 대한 욕망은 100년이 지나도 그대로 인가봅니다.
그녀들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 건 사실이니까요. 저 또한 돈 몇푼 벌기위해 아르바이트하며 아둥바둥하고 있으니까요.

살림지식총서 <기생이야기-일제시대의 대중스타>를 읽으며 기생의 역사와 문화이야기가 흥미로웠던 반면에, 그녀들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이 지니고 있는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 다른 무언가를 포기해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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