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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배상문씨의 책<그러니까 당신도 써라>에 밑줄 좌악~

by 이야기캐는광부 2011.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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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당신도 써라. 오히라 미쓰요가 쓴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책 제목을 패러디했다는 이 책. 글을 잘 쓰고 싶지만, 글발이 잘 서지 않아 고민인 분들에게 적절한 책이다. 글을 쓸 때 놓치고 있는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점이 마음에 든다. 특히 그가 책속에서 인용한 다양한 작가, 평론가 들의 말과 문장은 단연 일품이다. 책속에서 '인용도 실력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저자답게, 글을 쓰는데 적절한 인용이 얼마나 책을 맛깔나게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중 가슴에 와 닿았던 내용과 함께 인용한 문장 몇 가지만 옮겨 보겠다. 
 



1. 열 마디 말보다 한 마디 비유
저자는 다음 문장을 예로 들며, 독서에 대한 이처럼 와락 와닿는 비유가 있을까하고 칭송한다. 글을 쓸 때, 열 마디 말보다 적절한 비유 하나가 글을 맛있게 만든다며 말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연료비 하나도 안 드는 기차를 구상한 적이 있다. 그 열차의 머리는 서울역에 있고, 꼬리는 부산역에 닿는 긴 기차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당신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고 싶다면, 서울에 난 앞문으로 올라서 부산으로 난 뒷문으로 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 데도 가지 않았는데 모든 곳에 닿아 있는 그 기차처럼, 독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도 천하를 여행하게 해준다.

-반칠환, <책, 세상을 훔치다>, 평단문화사, 2006, 17쪽 -



나 또한 이 글을 읽고, 독서에 대해 이런 참신한 비유도 가능하다는 생각에 감격했다.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하는 신기함이 밀려왔다.

2. 퇴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저자는 말한다. 글쓰기의 '초짜'는 글을 쓰기 전에 고민하는 시간이 길고, 타짜는 글을 쓰고 나서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고. 퇴고 과정을 소홀이 여기는 사람들을 위한 충언이다.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내가 글을 쓰고 나서 들이는 시간이 글을 쓰기전에 들이는 시간보다 훨씬 적었기 때문이다. 초짜는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면 '끝'이라고 생각해서 탄성을 내지르고, 타짜는 '시작'이라고 생각해서 한 숨을 내쉰다는 저자의 말을 곰곰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저는 몇 년 전만 해도 퇴고는 글쓰기가 다 끝난 후의 마무리 작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퇴고부터가 진짜 글쓰기의 시작인 것 같아요. 글쓰기의 작업을 거칠게 세 단계로 나눠서 ;고안, 집필, 퇴고'로 볼 때, 전에는 1:8:1 정도의 시간과 공력을 들였다면 이제는 4:2:4의 비율로 바뀌고 있어요.

게다가 글쓰기의 절대 시간은 더더욱 늘어났고요. 최근에는 퇴고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퇴고는 자신의 글로부터 유체이탈해서 자신의 글에 대한 최초의 독자 되어보는 경험인데, 이 시뮬레이션이 더 치밀하게 이루어질수록 자신의 글쓰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듯해요. 내 문장에 구토가 나오는 순간까지 고쳐보지 못한 글은 끝까지 후회가 되죠.


- 정여울, <미디어 아라크네>, 휴머니스트, 2008, 332~333쪽-



역시 저자의 적절한 인용이 돋보인다. 머리에 쏙 들어온다.


3. 나만의 언덕을 쌓아라
과연 무슨 말일까. 글을 쓰려면 자신이 강점을 가진 주제를 가지고 쓰라는 말이다.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언덕, 즉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다면 남들보다 조금은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또 그 언덕은, 꾸준히 한 주제로 글을 쓰고 그 글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점점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는 블로거들에게도 적절한 교훈이 될 수 있다. 블로거들도 자신만의 특화된 주제로, 블로거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편 <두족류>의 작가 한승원이 이 문제에 대해 가장 적절한 비유를 하고 있다. "언덕 싸름을 하면 이긴다." 즉 자기가 유리한 지점에서 승부를 해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이다.

호랑이와 악어의 싸움에서 그들은 서로 유리한 곳으로 적을 끌어들이려고 할 것이다. 호랑이는 뭍에서 싸우려고 할 것이고 악어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물속으로 끌어들여야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작가 한승원은 자신의 고향인 장흥 대덕도라는 서모가 그 연안 바다를 작가로서의 가장 유리한 승부처로 최대한 활용하여 뜻한 바의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 전상국, <소설 창작 강의>, 문학사상사, 2003, 83쪽 -



저자가 인용한 전상국씨의 글을 읽다보면 쏙쏙 이해가 된다. 정말로 이 책은 저자가 말하는 바를 인용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자신의 글쓰기 내공에 따라 저마다 와닿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직접 한 번 읽어보고 자신에게 맞는 '글 잘쓰기 처방전'을 발견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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