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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청춘은 안개를 닮았다- 김승옥의 무진기행

by 이야기캐는광부 200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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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내 청춘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청춘' 그것은 '안개'였다.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에 나오는 '안개'말이다.안개속을 거닐다 보면 옷깃이 살짝 젖어옴을 느낀다. 안개속에서 바라본 모든 풍경은 쓸쓸하고 우울해 보인다. 한 순간에사라지는 담배연기가 아닌 오랫동안 한 곳을 떠나지 않는 '안개'. 그 '안개'는 아쉬움과 후회속에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우리들의 청춘을 닮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6년이 흘러서야 이 소설을 다시 펼쳐본다.


세상 모든 것이 짙은 안개가 아닐까? 짙게 연결된 것 같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희뿌연 안개말이다.  읽는 내내 소설속 '나'가 느낀 모든 것이 안개처럼 느껴졌다. 후배'박'과 친구'조' 그리고 '인숙'과의 만남과 같은 인간관계도. 다시 찾은 어머니의 무덤. 인숙과 손을 꼭 잡고 걸으며 느꼈던 불안한 감정과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라는 표지판을 바라보며 무진을 떠나는 소설속'나'조차도.

'무진'을 다시 찾았을 때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안개, 강둑위의 짙은 안개가 아니였을까?때로는거미줄처럼 공중에 걸려 있는 청춘. 흰 면사포처럼 신부의 슬픈 두 눈동자를 감추고 있는 안개. '안개'가 '안개'라는 이름을 가지지 않았다면 나는 '청춘'이라고 이름 붙였을 것이다.이 책을 읽으며 스물 다섯 내 청춘의 축축한 물기를 느껴 본다.

청춘 비록 그것은 안개이지만 우리들은 걸어들어가야만 한다. 그것이 소설속'나' 느끼는 허무일지라도. 아니면 또다른 허무일지라도 소설'무진기행'을 통해 '나'를 찾아 떠나보는 건 어떨까?언젠가 영영 떠날지라도 다시 한번쯤은 되돌아 가야하는 곳, 그 곳 하나쯤은 우리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무진기행'은 나를 찾아 떠나는 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인지.

'무진이라고 하면 그것에의 연상은 아무래도 어둡던 나의 청년이었다.'

 '무진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은 모두 속물들이라고. 나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이하의 모든 행위는 무위(無爲)와 똑같은 무게밖에 가지고 있지 않는 장난이라고'

 '다리가 끝나는 거기에서 부터, 그 여자가 정말 무서워서 떠는 듯한 목소리로 내게 바래다주기를 청했던 바로 그때부터 나는 그 여자가 내 생애 속에 끼어든 것을 느꼈다. 내 모든 친구들처럼, 이제는 모른다고 할 수 없는, 때로는 내가 그들을 훼손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더욱 많이 그들이 나를 훼손시켰던 내 모든 친구들처럼.'

'많은 것을 얘기 한 것 같은데 그러나 귓속에는 우리의 대화가 몇 개 남아 있지 않았다. 좀 더 시간이 지난 후, 그 대화들이 내 귀속에서 내 머릿속으로 자리를 옮길 때는 그리고 머릿속에서 심장속으로 옮겨 갈 때는 또 몇 개가 더 없어져 버릴 것인가.'

                                                                  -무진기행中-

 <젊은 시절과 노년의 '김승옥'> 

김승옥 [저]  

194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에서 성장.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불문과를 졸업하였으며 재학중 아르바이트로 《서울경제신문》에 연재 만화를 그렸다.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 단편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 후 1965년 단편 <서울.1964년 겨울>로 제10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1967년 <무진기행>이 《안개》라는 제명으로 영화화되며 김동인의 <감자>를 각색?㉤또臼ⓒ 스위스 르카르노 영화제에 출품 호평을 받았고, 다음 해 이어령의 <장군의 수염>을 각색, 대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1977년 중편 <서울의 달빛 0장>으로 문학사상사 제정 제1회 '이상문학상' 수상자가 되었으며,1980년 《동아일보》에 장편 <먼지의 방> 연재 중단 이후 절필, 1999년 세종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부임하며 문단에 복귀했다. <인터파크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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