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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에세이/백수일기

아빠는 손톱깎이, 엄마는 핀셋, 누나는 귀파개, 나는 손톱긁개



고시원 내 방에서 녀석을 발견했다.
이 안에 우리가족이 있었다.
아버지는 손톱깎이
어머니는 핀셋
누나는 귀파개
나는 손톱긁개 

핀셋을 보면 어머니가 떠오른다.
내가 중학교시절 엄마는 핀셋처럼 나의 교복을 빨래걸이에서 집어다 주셨다.
밥을 안먹고 가겠다는 나를 붙잡고, 음식 하나를 집어다 주셨다.
내 표정을 보고 어찌나 내 고민을 잘 아시던지...핀셋처럼 콕콕 집어내는 그 예리한 어머니의 관찰력!
아버지가 아무데나 벗어놓은 양말을 핀셋처럼 집어서 세탁기에 넣으시고,
누나가 벗어 던진 교복을 핀셋처럼 집어서 세탁기에 넣으시고,
내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속옷을 핀셋처럼 집어서 세탁기에 넣으시니...흑흑.
지금 생각하면 죄송스럽다.

손톱깎이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비오는 날 손톱을 깎으실 때가 떠오른다. 빗방울소리보다 더 우렁차게 들리던 그 소리.
두툼하고 큰 손으로 자그마한 손톱깎이를 움켜쥘 때의 부조화. 
손톱깎는 순간.
아버지가 집에서는 어깨를 피시고 다니시다가 유일하게 어깨를 움치리는 순간이다.
아니다...양말 신으실 때도 있구나...
아니다...좌변기에 앉으실 때도 있구나..
아니다...신문 보실 때도 있구나....
아니다...술마시고 들어와서 누나와 나를 꼬옥 안아주시던 순간도 있구나...

누나는 날씬한 귀파개를 닮았다.
중고등학교때 매일 거울을 독차지하던 누나.
맨날 내게 나 날씬하냐고 물었던 누나. 그러면 나는 귀찮다는듯이 '응 날씬해'라고 말했다.
그러면 그것가지고 나를 구박하던 누나. 날씬하다고 했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밝은 표정이 아니고, 성의없이 대답했기 때문이라는 걸 지금은 안다.
벌써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낳아 기르고 있는 누나.
날씨한 귀파개를 닮았던 누나도 아줌마가 되었으니,
하루에 허릿살이 0.1m씩 찌고 있을테지...

그렇다면 나는 왜 손톱긁개일까?
아마도 어머니 아버지 속을 박박 긁기 때문이 아닐까....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