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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대학생활팁

여자 미니스커트, 이등병에게 인생을 깨우쳐 주다





제 개인명함이랑 페이스북에 보면 같은 문구가 등장합니다.

'인생은 여자의 미니스커트처럼 짧다'

이런 생각이 언제부터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군복무시절에 가슴에 확 꽂혔던 것 같아요.


용산역 이등병과 미니스커트
 
시간은 5년 전 초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장소는 군인들의 집합지 용산역! 이곳에서 이등병 계급장이 박힌 전투모를 쓰고 한 청년이 힘없이 걷고 있네요. 누구냐고요? 바로 접니다. 왜 이렇게 힘이 없는가하면, 바로 그날이 100일 휴가 복귀 날이었기 때문이죠. 제 심정은 이랬습니다.

‘부대로 돌아가기 싫다. 아~~미쳐 버리겠다!’

날 갈구는 선임생각도 나고, 빨아야 되는 걸레 생각도 나고 참 우울했지요. 그런 와중에 또 눈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예쁘고 날씬한 서울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말이죠. 짧은 미니스커트에, 착 달라붙는 블라우스. 정말 환상이더군요. 부대에서는 여자구경을 못하기 때문에 미리 열심히 봐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60만 육군 장병 여러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100일 휴가 길이와 미니스커트 

그나저나 복귀할 생각하니 두 다리 힘이 빠졌습니다. 대합실 의자에 턱 앉았지요. 그리고는 무엇을 했냐고요? 또 지나다니는 여자 분들을 봤습니다. ^^;;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참, 미니스커트 짧다. 섹시하다.’
'아 100일 휴가는 왜 이렇게 짧은 거야!‘
‘그러고 보니 100일 휴가는 저 여자의 미니스커트처럼 참 짧구나.'





인생과 미니스커트

사회에 있을 때는 국어국문과 학생이었던 터라, 이런 저런 비유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익숙했습니다. 군복을 입은 채, 로댕처럼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지요. 참 폼이 안 났습니다.
그때 마침 또 그 날 가장 예쁜 여자 한 분이 제 앞을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습니다. 역시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더군요. 순간 제 머리에 이런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습니다.

‘아, 우리네 인생도 정말 저 여자의 미니스커트처럼 짧은 게 아닐까?’
‘그러니 짧은 인생, 뜨겁게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저런 여자와 함께라면 더욱 더 좋고...’

용산역에서 그 여자의 미니스커트가 제게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준 순간이었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던가요? 그 날 여자들의 미니스커트는 짧고, 제 군생활은 길게 남아 있었습니다. 

조국기도문까지 등장한 여자의 미니스커트

부대에 돌아가서 몇 주일이 지났을까요. 조국기도문을 쓰는 순번이 돌아왔습니다. 조국기도문은 아침점호때 돌아가면서 읊는 것입니다. 좋은 문구나 전우들에게 힘이 되는 메세지를 발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차례가 와서 무얼 쓸까 고민하다가..에라 모르겠다..미니스커트 이야기를 쓰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지긋지긋한 기상나팔소리가 울려퍼지고, 해가 머리 끄트머리를 조금 내밀고 있었습니다.
이등병이었던 저는 이렇게 우렁차게 읊었지요.

"조!국! 기!도!문!!!!! 
오늘도 벌써 새아침이 밝았습니다.  인생은 여자의 미니스커트처럼 참~짧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이 짧은 인생 열심히 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미니스커트처럼 짧은 인생
최선을 다해 살아갑시다!"


군대라는 상황과 미니스커트의 궁합이 잘 맞았는지 의외로 반응이 좋았습니다. 
개념없다는 소리 들을까봐 걱정하고 있었는데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지요. 


미니스커트 조국기도문은 그 날 오전중에 화제가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