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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별걸 기록에 다 남긴다. 이 글은 면접현장에 가기까지의 소소한 일상이다. 

목욕탕에 갔다 

몇일전 모 회사 면접에 가기위해 
새벽 5시 40분 정도에 일어났다. 목욕탕에 들려 후다닥 씻고 머리를 만졌다. 꾸물대다보니 벌써 30여분이 지났다. 마음이 급해졌다. 머리에 왁스를 먹이느라 또 몇 분! 귀 후비느라 몇 초! 콧털 다듬느라 몇 초! 좀 더 서두를껄! 정장 바지를 입는데 밑단 트인 부분에 발꼬락이 걸렸다. 실밥이 살짝 터졌다. 좀 주름이 잡혔다. 아...놔....어쩔 수 없었다. 그냥 입었다. 

집에서 들고 나온 카메라 가방을 챙겼다. 블로거 정신때문에 혹시나하고 챙겼다. (그런데 이 날 한장도 찍지 못했다. 그럴 새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전신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넥타이도 좀 조이고, 먼지도 좀 털었다. 정장은 매형이 사주셨고, 넥타이는 백화점에서 나름 큰 돈을 들여서 샀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참 까우(?) 안났다. 정장입으면 다 멋있다지만 나는 예외였다. 왜소한 체격때문에 그럴까.

목욕탕을 나섰다. 아까 맡겨둔 구두를 찾았다. "새 구두라 그런지 구두약이 잘 안먹네. 길 좀 들여야겠어!" 구두닦이 아저씨가 한말씀 하신다. 구두가 불편했다. 발바닥 중앙이 공중에 붕 뜬 채, 물집이 잡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또각또각 걷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유성온천역에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지하철을 탔다. 대전역까지 좀 졸았다. 

기차를 탔다
서울역행 KTX 표를 끊었다. 승강장을 잘못 내려가서 다시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제길슨! 대전역 계단은 층계수가 좀 많다. 저 반대편 승강장으로 빠른 걸음으로 갔다. 다행히 기차에 탔다. 서울에 가면 항상 소중한 인연들을 못 만나고 온다. 그 점이 참 아쉽다. 사람들에게 올라간다고 말도 못하겠다. 왠지 내 처지때문에 그럴까. 서울은 조용히 갔다가 조용히 내려온다. 기차안에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작년 가을이 생각났다. 애써 고개를 저었다. 면접 예상질문을 떠올리며 입으로 중얼거렸다. 어쩌다 옆 좌석 사람과 시선이 마주치면 민망해서 시선을 돌렸다. 아침은 샌드위치와 우유로 해결했다.


서울역 도착. 사람들 정말 많다. 왠지 면접보러 가는 사람들일 것 같은 청년들이 몇 보인다. 정장이 어색해 보인다. 또각또각 걷기 시작했다. 정장과 구두, 참 불편하다. 지하철을 탔다. 15분여가 흘렀을까. 도착했다. 면접현장까지 가려면 걸어야 한다. 좀 늦을 것 같아 택시를 탔다. 아뿔싸! 택시기사가 길을 잘 모른다. 이럴 때 참 난감하다. 마음이 초조해진다. 기사아저씨는 자꾸 엉뚱한 곳으로 가신다. 좀더 일찍 출발할 것을! 그러려면 새벽 5시 정도에 일어나야 했다. 같은 곳을 뱅뱅 돌다가 겨우 도착했다. 

회사에 도착했다
헐레벌떡 뛰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면접을 보러 온 여자 두 분과 같이 탔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내 표정도 비슷했다.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내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입근육을 풀었다. 면접대기자실로 들어갔다. 많은 지원자들이 벌써 와 있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뒷편에 놓인 빵과 음료수가 눈에 들어왔다. 달려가서 먹고 싶었지만 참았다. 다들 안먹길래.^^;;;


그 와중에 또 회사 여직원분들의 아리따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참...나라는 녀석도! 한쪽에는 몇몇의 지원자가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읽고 있었다. 입으로 조용히 연습하는 분도 계셨다. 옷매무새를 점검하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지원자도 있었다. 금새 친해졌는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지원자도 있었다. 나는 앞자리에 앉아 앞쪽 벽을 바라보았다. 호흡하려고 하는데 뱃살과 너무 딱 맞는 바지때문에 좀 답답했다.

드디어 인사담당자분 등장! 오늘 일정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해주셨다. 오전엔 인적성 검사를 보고 이후에 역량면접과 토론 면접을 실시한다고 하신다. 침이 말랐다. 침이 꼴깍꼴깍. 틈틈히 자기소개 멘트를 머릿속으로 반복했다. 1시간 30여분동안 인적성검사를 봤다. 머리가 말랑말랑해졌다.

인성 검사 항목은 역시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인성검사에서는 아까 했던 질문이 말만 살짝 바뀌어 여러번 반복된다. 일관되게 쓰지 않으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나도 내 자신을 모르겠다. 내가 분석적인가? 사람만나기를 좋아하나?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나? 이와 비슷한 질문들이 인성검사 항목에 있다. 에라 모르겠다. 생각나는대로 바로바로 적어 나갔다.


면접을 봤다
 

드디어 면접시간. 긴장안해야지 하면서도 살짝 긴장되었다. 사실 좀 많이.

10초전.
9초전.
8초전.
7초전. 



6초전.
5초전.
4초전.
3초전.
2초전.
1초전.

두둥! 문이 열렸다.
면접관 네 분이 눈에 들어왔다. 오른쪽에 여자 2분, 왼쪽에 남자 2분. 포스작렬! 지원자들의 자소서를 들여다보고 계셨다. 몸이 쭈볏쭈볏 굳었다. 인사를 드리고 앉았다. 두 손은 어디에 위치해야 할지 난감했다. 무릎에 올려 놓을까. 테이블위에 올려놓을까. 두 눈의 시선도 방황하고 있었다. 면접관님을 쳐다볼까. 앞 지원자를 쳐다볼까. 벽을 바라볼까. 눈에 힘을 주어야 하나. 똘망똘망하게.턱을 당기고, 허리를 펴고 있자니 몸이 불편했다.

한 조에 7명이 들어갔다. 옆에 있는 지원자들도 같은 기분일까. 자신의 장단점, 지원동기, 역량에 대한 3분 자기소개를 하라고 하셨다. 한 씩씩한 여자분이 선빵(?)을 날렸다. 내가 두번째로 했다. 말이 꼬였다. 연습한대로 잘 되지 않았다. 버벅.버벅. 버퍼링이 살짝 있었다. 겨우 겨우 끝냈다. 3분도 안된 것 같다. 머릿속은 이런 문장이 스친다..'아...놔,...연습했는디...말렸다...'
 
이어서 토론면접이 이어졌다. 토론면접의 법칙들을 떠올렸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며,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라! 경청하고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여유롭게 하라! 그런데 그게 잘......안되었다. 중간 중간 헛소리도 튀어나갔다. 논리적으로 결함있는 문장들을 쏟아냈다. 다행인 것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점! 모두 조금씩 긴장한 모습이었다. 밖에 나가면 다들 말도 잘하고 훌륭한 사람들인데, 면접장에만 들어오면 작아지는 것 같았다. 

면접관님들의 자소서에 대한 추가질문들이 이어졌다. 나도 질문 하나를 받았다. 취업준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면접을 잘 본 것이 아니다! 면접을 아주 잘봐서 더 궁금해서이거나, 아니면 지원자가 의심스러울때 면접관님들이 질문을 하신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것 같다.



면접이 끝났다
어쨌든...  어쨌든 숨통이 멎는 시간이 끝났다.  40여분이 흘렀을까.
"네, 수고하셨습니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깨에 곰 한마리가 땅으로 내려왔다. 이제서야 지원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헤어졌다. 다시 못 만날 수도, 다시 이곳에 못 올 수도 있다.
또 한번의 면접은 이렇게 끝이났다. 그것은 아마도 또 다른 시작일 것이다.

가슴 한 구석에 질문이 고개를 내밀었다.

'나는 제대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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