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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리뷰

15년째 통닭가게를 운영하고 계시는 어머니를 인터뷰해보니.....

by 이야기캐는광부 2009.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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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전북 정읍시 터미널 사거리에서 15년째 통닭가게를 운영해 오고계십니다.  가게 이름은 '투영통닭'.  어제 집에 내려갔다가 닭과 참 질긴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어머니를 인터뷰 했습니다. 평소 자식이지만 어머니에 대해 너무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말이죠.(아버지는 배달가셔서 자리에 계시지 않았답니다.)

                            ▲ 싸랑하는 오마니. 15년째 통닭가게를 운영해 오고 계신다.

어머니 눈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로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고, 그간 있었던 고생담을 듣고 있자면 제 가슴이 닭가슴살처럼 퍽퍽해집니다. 또 어머니의 손을 바라보고 있자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머니의 손등엔  뜨거운 기름에 닭을 튀기느라 수십번 수백번도 더 넘게 데인 자국이 남아 있기때문입니다.

그 두손으로 어머니는 15년동안 무를 직접 담그시고, 치킨양념도 직접해오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투영통닭의 역사가 담긴 손이자, 수많은 닭들이 날개돋힌 듯 팔리기 이전에 대기하는 비행기장이기도 하지요. 그런 어머니를 인터뷰하며 깨달은 바가 많았습니다.

아들 : 오마니, 아들이 인터뷰 좀 해도 될까요?(웃음)
어머니 : 하하하..그래라...(웃음)

아들 : 15년동안 장사를 해오시면서 별의별 손님 다 만나셨죠?

어머니 : 그렇지. 손님들중에는 말을 참 이쁘게(?) 하시는 분들이 있지. 접시에 통닭 한 점이라도 더 얹혀 주고 싶다니까...반면 어떤 손님은 대놓고 반말로 하는 경우가 있어. 예를 들면 "아줌마, 이것 좀 줘".뭐 이렇게. 나도 사람이니까 그럴땐 기분이 안좋지. 그런데도 그걸 꾹 참아야 할 때가 많아.

그러다 보면 돈이라는게 내 주머니에 들어오는게 참 쉬운일이 아니구나 하고 많이 느끼지.


아들 : 그렇다면 닭이 오마니를 가장 속상하게 할때는 언

제인지요?
어머니: 닭을 튀겼을 때 깔끔하고 이쁘게 나오면 좋은데...그렇지 못할때 속상해.같은 날 음식을 해도 닭이 잘 나올 때가 있고 못 나올때가 있거든.. 이쁘게 안나왔을 때는 참 속상하지...

아들 : 통닭가게 하시면서 어떨 때가 가장 좋으셨어요?
어머니 : 손님들이 정읍에서 통닭하면 투영통닭이 제일 맛있다는 말을 해줬을때 가장 좋지~.
그게 빈말이든 아니든 얼마나 고마운지....

아들 : 무료로 통닭을 튀겨 준 적도 몇 번 있었다면서요?
어머니 : 예전에 자기 자식들에게  통닭을 자주 사주던 손님이 계셨어. 그런데 어느날 그 손님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서 그 집에는 아이들하고 어머니만 남게 되었지 뭐냐. 그러다보니 계속
그 집이 마음에 걸리더라구. 그래서 그  아이들에게 통닭먹고싶으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그랬지.
지금은 그 얘들도 다커서 대학생이라지 아마...

아들 : 그런데 오마니는 치킨 좋아하세요?
어머니:하하하. 좋고 안좋고보다는 장사를 하고 있으니까 질린다는 느낌이지..

아들 : 혹시 15년전 이 가게를 차리고 맨처음 닭을 튀겼을때 기억나세요?
어머니 : 어렴풋이. 그땐 방법도 모르고 잘할 수 있을까 겁도 좀 났지.
엄마 성격이 좀 내성적이라 '어서오세요,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는 것도 좀 힘들었어.
그런데 요세는 문만 열리는 소리만 들리면 '어서오세요' 가 자동으로 튀어나와버리잖아(웃음).

아들 : 어머니만의 기네스북이 있다면? 뭐 진기록 같은거요!(웃음)
어머니 : 별 것 아닐지도 모르지만....하루에 통닭 90마리 튀긴거? 그때 더워서 죽는 줄 알았다 야.
이거 뭐 뜨거운 기름앞에 붙어 있으니 무슨 불덩이 속에 있는 것 같았다니까. 포장하고, 무넣고, 양념 버무리고 이것저것 할려니까 허리랑 손목이랑 마디마디 안아픈데가 없드라니깐...


아들 : 정말 대단하셔요. 또 항상 가게에 계시잖아요? 여기서 봄여름가을겨울 다 겪으실텐데 그중 어느계절이 제일 좋아요?
어머니 : 봄이 가장 좋아~

아들 : 한 해도 끝나가는데 새해 소망이 있다면요?
어머니 : 통닭 불티나게 나가는게 소원이야(웃음). 또 식구들 모두 건강하고 아들 취업 잘되고...뭐 뻔하지 않겄냐?

아들 : 아들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오머니 : 아들아 인생은 머뭇거리기엔 너무 짧다...그말처럼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네가 살곳을 찾아서 잘 가기를 바란다....허튼 짓 하지 말고 알았지?

엄마는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우왕좌왕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해할텐데 하고 말이야. 항상 20대일 것 같지? 금방 서른이고 금방 마흔이야. 20대때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 명심해라~


아들 : 넵 오마니 ㅜㅜ. 부모의 마음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어머니 : 보이지 않는 강.
한없이 줘도 줘도 보이지 않아. 그 사랑은 강줄기처럼 끝이 없어....
엄마도 감성적이지 않냐?(민망한 웃음)


아들 : 그런데 오마니! 제가 이 세상에 나왔을때 ..저를 처음 안았을때 느낌이 어땠어요?
오마니 : 말할수  없이 좋았지(푸근한 웃음)

여쭙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통닭주문이 들어와서 인터뷰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부모님을 볼 때면 제가 부처님 손바닥에 있는 손오공같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무슨 생각을 하고 허튼짓 하는지 안하는지 쪽집게처럼 맞추시니까요. 그런데 정작 자식인 저는 부모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힘드신지 어떤 고충이 있으신지 부모님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지요.

                          ▲ 투영통닭..자식인 제게는 부모님하면 함께 떠오르는 이름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어머니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 수(?) 있는 자식이 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다음번에 아버지를 인터뷰 해봐야 겠어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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