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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고은 시인 순간의 꽃과 나의 순간의 꽃

by 이야기캐는광부 201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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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시인의 작은 시편을 모아놓은 시집<순간의 꽃>을 읽었다. 짧은 시편이지만 시너머에 함축하고 있는 풍경은 깊고 넓었다. 


엄마는 곤히 잠들고

아기 혼자서

밤 기차 가는 소리 듣는다



시집의 첫 장에 실려있는 시다.

이 세 줄만으로도 그 풍경이 머리속에 충분히 그려진다. 고요하면서도 유리창에 아기의 큰 눈망울이 꿈뻑이는 모습이 상상된다. 어머니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운 채 침을 살짝 흘리며 잠들고 있지 않을까하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지만 그 순간의 거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는 시편이다. 유능한 낚시꾼이 물고기를 확확 낚아채듯, 순간의 풍경을 확확 잡아채는 시인의 솜씨는 탁월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이게 누구의 시인지 그동안 계속 찾고 있었다. 고은의 시였다니! 무척 반가웠다. 정상에 급히 올라가느라 보지 못한 꽃을 내려 올 때 확인하고야 마는 아이러니. 여기서 '꽃'이란 '소중한 사람', '꿈', '여유' 등을 함축하고 있지 단어가 아닐까.




나도 시인을 따라해보았다. 따라해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미흡하다. 멀었다. 그래도 올려본다. 여기는 시집이 아닌 블로그니까.




한 청년이

고픈 배를 움켜쥐고

책상에 엎드려 있다


고시원 자취방


눈꼽대신

금가루가 꼈으면


통장잔고 70원이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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