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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람여행

온양온천시장 최고령 DJ 연총자씨를 만나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2.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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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충남넷에 지난 9월 먼저 실은 글입니다. [링크] 기록해 놓고자 제 블로에도 옮겨 왔어요.





고구마가 아닌 이야기를 캐는 '이야기캐는광부'가 수줍게 인사드립니다. 노래 한 곡 듣고 시작하겠습니다. 중국가수 등려군이 애절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부르네요. 월량~대표~아적심(뜻 :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해요).  


'니 웬 워 아이 니 여우 뚜 오 셴 / 워 아이 니 여우 지 펜  (당신은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었죠.)'   


웬 갑자기 DJ 놀이냐고요? 하하. 제가 지난 9월 3일 온양온천전통시장 온궁휴양까페 '유유자적' 안에 자리 잡은 '온궁미니방송국'에 다녀왔거든요. 마침 영화 '첨밀밀'(여명, 장만옥 주연)의 주제가이기도 한 등려군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죠.  전통시장안에 이런 라디오 방송국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온궁미니방송국의 시민DJ 연총자씨

 

이곳에서 작년 10월부터 시민DJ로 활동하며 전통시장의 메신저가 되고 있는 연총자(67세· 아산)씨를 만나고 왔어요.  



"전통시장 최고령 시민 DJ 그녀"  


그녀는 온궁미니방송국에서 최고령 DJ로 활약하고 있는데요. 매주 월요일 1시부터 2시까지 '즐거운 월요일'이라는 코너를 진행하며 전통시장 곳곳에 올드 팝송과 대중가요를 들려주고 있어요. 온궁라디오는 온양온천시장 내에서만 방송되는 시장전용 방송입니다.   


"여기 보이시죠? 방송 원고는 제가 만들어 와요. 오늘 방송해드릴 노래 목록이에요. if you go away (뉴 키즈 온 더 블록), can't help falling in love (엘비스 프레슬리), today (존 덴버)…"


 

▲연총자씨가 준비해오는 음악선곡표

 

그녀가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방송 나갈 노래들을 소개해 줬습니다. 종이에는 엘비스 프레슬리 주연의 1961년 영화 'Blue Hawaii'의 주제가에서부터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4집에 수록된 노래까지 듣는 이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팝송들이 들어 있었어요.   


또 다른 종이에는 이날 사람들에 소개해 줄 좋은 글들이 적혀 있었는데요. 시장상인들에게 낭독해주기 위해 인터넷에서 행복, 사랑 등에 관련된 좋은 글이나 아름다운 시들을 직접 찾은 것이라고 하네요.  



"평상시는 시조창 하는 국악인, 월요일엔 DJ로 변신"  


그녀는 국악대사전에서도 이름이 수록되어 있을 만큼 시조창의 대가이기도 합니다. 30대부터 시조창을 시작해서 을부, 갑부, 특부, 명인부를 거쳤고, 96년도에는 강릉단오제 시조창 국창부에서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후배양성은 하지 않고 평일에 시조창을 부르며 꾸준히 갈고 닦고 있다고 해요.  


그렇기에 방송을 처음 시작했던 초창기에는 라디오를 통해 시조창를 직접 부른 적도 있었습니다.


 


▲그녀가 방송을 진행중이다

 

"작년 10월부터 시민DJ로 활동할 때 '흥겨운 우리가락'이라는 코너로 시작했어요. 시조창도 직접 불러 드리고, 민요노래도 들려 드렸거든요. 그런데 시조창을 부르려면 대금연주자가 필요해요. DJ활동이 자원봉사나 다름없기 때문에 출연료를 드릴 수 없어서 지금은 잠시 중단했어요."  


하지만 기회가 되면 다시 시조창을 라디오를 통해 들려주고 싶다는 꿈을 계속 꾸고 있답니다.   



"시민DJ를 하니 마음도 생각도 젊어 졌어요!"


평상시에는 시조창의 대가로, 월요일에는 DJ로 변신하는 그녀! 어느덧 1년 가까이 접어든 시민DJ활동은 노년기의 삶에 행복비타민이 되어주고 있었는데요. 그 이야기도 한 번 들어볼까요?  


"시민DJ로 활동이 취미생활도 되고 노년의 삶에 활력도 불어 넣어 주었어요. 라디오를 통해 사람들에게 힘이될 만한 좋은 글들을 소개해 주다보니, 저 역시 마음이 훨씬 젊어지더라고요.   


좋은 글을 들려주면 듣는 사람도 좋고, 읽는 저도 좋아요. '행복'이나 '사랑'과 관련된 글들을 소개해주다 보면 뭐든지 해보고 싶은 의욕도 들고, 살도 빼고 싶은 생각도 들고요. 호호호"  



▲방송은 녹화 및 녹음이 되어 재방송되기도 한다

 

"제 목소리가 남들한테 나간다는 것도 참 좋아요."라고 덧붙이는 그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시민DJ 활동을 통해 마음이 더욱 젊어지고 제 2의 인생도 활기차게 열어가고 있었습니다.   


한편 그녀의 라디오 방송경력은 4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녀는 서라벌예술대학(1974년에 중앙대에 인수합병)에서 방송을 전공하고, 1969년도부터 1973년까지는 육군본부 방송국 '희망의소리'에서 대북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 경력이 있습니다.    


당시 대북방송을 할 때 연변 톤으로  했기 때문에 지금도 방송할 때의 목소리에 그때의 버릇이 남아있다고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녀의 방송 목소리를 듣고는 연변 사람이 아니냐고 종종 오해를 할 때도 있답니다. 그녀는 현재 아산시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사람이니 오해 마세요.^^  



"누가 제 영어 별명 좀 지어주세요"


헤드폰을 낀 모습이 무척 자연스러운 그녀의 요즈음 관심사는 '영어 별명 짓기'입니다. 이곳 전통시장에서 그녀는 청출어람(靑出於藍)에서 따온 '청람DJ'라는 별명으로 통하는데요. '청람'에는 왠지 스승을 넘었다는 교만의 뜻이 담겨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은 다른 별명으로 바꿀 계획에 있다고 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충남도민이라면 누구나 그녀와 어울리는 영어별명을 제안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참고로 이곳 방송국 실장님의 별명은 '랭보'라고 하네요. 


 

▲아프리카 TV에서는 BJ newonyang을 검색하면 된다.

 

더불어 혹시 평일에 온양촌천전통시장을 찾거든 온궁미니방송국에 들려보세요. 그 날이 월요일이라면 유리창 너머 그녀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신청곡을 말씀 드려도 좋습니다.   


전통시장을 거닐다가 잠시 멈춰 서서 온궁 라디오에 귀를 기울여 보는 건 또 어떨까요?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음악과 글귀 그리고 생생한 사연들이 바쁜 일상에 지친 상인들과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을 테니까요.  




<온궁미니방송국에 접속하기>

하나, 아프리카 TV에서도 온궁라디오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BJ newonyang)

둘, 전통시장 상인 및 시민DJ 모집이 수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문의 : 041-546-0456)

셋, 온양온천전통시장 블로그(http://blog.naver.com/onmarket)에 방문해서 온궁미니방송국 이야기를 검색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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