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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김연수의 책 <청춘의 문장들> 밑줄 긋기

by 이야기캐는광부 2012.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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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마음산책 | 2004-05-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소설가 김연수의 내면풍경을 담은 산문집. 작가의 삶 속으로 선명...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그의 20대 이야기를 통해서 나의 20대를 비추어 보거나, 나의 20대 이야기와 작가의 20대 이야기를 비교해 보거나.

그러면서 읽은 책이다.


1.

자유, 아침 늦게까지 잘 수 있는 자유. 내 멋대로 머리를 기를 수 있는 자유. 며칠씩 술을 마시고 쏘다녀도 잔소리 듣지 않을 자유, 하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 소중한 것은 스쳐가는 것들이 아니다. 당장 보이지 않아도 오랫동안 남아 있는 것들이다.

- 28쪽 -


2.

(전문)

뜰앞의 감국화를 탄식한다  杜 甫(두 보)

 

처마앞의 감국화는 옮긴 철이 늦어서

푸른 꽃술은 중양절에도 꺾을 수가 없구나.

내일 쓸쓸히 취기가 다 깨고나면

머지 꽃들이 난만히 핀들 무슨 소용있으리.

울타리 들 바같에는 여러가지 꽃이 많으니

가늘고 잔 것을 따서 대청으로 가져가네.

것은 공연히 가지와 잎새만 길고 커졌으니

뿌리를 내릴 곳을 잃어 풍상에 시달리리라.

-42쪽-



3.

큰 얘기에만 관심을 두던 20대가 지나고 나니 삶의 한쪽 귀퉁이에 남은 그 주름이나 흔적처럼 살아가다가 사라진다. 머리로는 그걸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니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목이 메는 구차한 짓을 되풀이하는 셈이다.

- 52쪽 - 



4. 

사이에 있는 것들, 쉽게 바뀌는 것들, 덧없이 사라지는 것들이 여전히 내 마음을 잡아끈다. 내게도 꿈이라는 게 몇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음을 잡아끄는

그 절심함을 문장으로 옮기는 일. 쓸데없다고 핀잔준다 해도 내 쓸모란 바로 거기에 있는 걸 어떡하나.

- 53쪽 -

 


5. 나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이 없다. 내가 꼭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도 흥미가 없다.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만이 내 마음을 잡아끈다. (중략)

내가 누구인지 증명해주는 일,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 견디면서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 67쪽 -



6. 책에서 인용되지 않은 

   마츠오 바쇼의 다른 하이쿠들, 88쪽


울적한 나를

쓸쓸하게 해다오

뻐꾸기여

--- 

강바람이여

연한 감빛 적삼 입고

땀 씻는 저녁

---

따갑게 쬐는

햇살은 무정해도

바람은 가을

---

고양이 사랑 

끝날 적 침실에는 

어스름 달빛

---

이쪽 좀 보오

나도 서글프다오

저무는 가을

---

화롯불도

사그라드네 눈물이

끓는 소리

---

첫눈 내리네

수선화 잎사귀가

휘어질 만큼

7. 

우리 삶이란 눈 구경하기 힘든 남족지방에 내리는 폭설 같은 것. 누구도 삶의 날씨를 예보하지는 못합니다. 그건 당신과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잠시 가까이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나면 우리는 아마 다른 유형의 인간으로 바뀔 것입니다. 서로 멀리, 우리는 살아갈 것입니다. 

- 97쪽 -



8. 

오마르 하이얌의 시,


인생의 대상隊商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라,

매 순간 환희를 맛보라!

오, 사키여, 내일의 양식을 걱정하지 마라,

잔을 돌려 포도주를 붓고, 내 말을 들어라, 밤이 가고 있다.

- 99쪽 -



9.

업무상 만나는 인간이란

참 서로에게 쓸쓸한 존재다.

- 113쪽 -




10.

잊혀진다는 것은 꽤나 슬픈 일이다.

- 114쪽 -




11.

서른 살 너머까지 살아 있을 줄 알았더라면 스무살 그 즈음에 삶을 대하는 태도는 뭔가 달랐을 것이다.

- 119쪽 - 




12. 

항상 삶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구나.

스무살, 그 무렵에 나는 '이제 그만 바라보자 / 저렇게 멀리서 반짝이는 섬들을'이라는 내용의 시를 썼지만, 이제는 그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빛이, 마치 새로 짠 스웨터처럼, 얼마나 따뜻한지, 또 어마나 아름다운지 알 것 같아 가만가만 고개만 끄덕인다. 이따금 마음에서 울리는 그 소리를 들으며 가만가만.

- 126쪽 - 


13. 

두보의 곡강 이수(曲江 二首) 중에서 ,


한 조각 꽃잎이 져도 봄빛이 줄어드는데 /

만점 꽃잎이 바람에 날리니 참으로 시름에 잠기네 /

봄을 마음껏 보려고 하나 꽃잎은 눈을 스치고 지나가니 /

어찌 몸이 상할까 두렵다고 술을 마시지 않으리 /

강가 작은 정자에는 비취새가 둥지를 틀었고 /

부용원 뜰가 높은 이들 무덤에 기린 석상도 뒹구는구나 /

세상이치를 따져 보건대 마땅히 즐거움을 따를지니 /

어찌 헛된 영화에 이 한 몸 얽맬 필요가 있으랴

- 130쪽 - 



14.

청춘은 그렇게 한두 조각 꽃잎을 떨구면서 가버렸다. 

이미 져버린 꽃을 다시 살릴 수만 있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 132쪽 -



15.

청춘은 그런 것이었다.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가는 그 빛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느닷없이 떠나버렸다.

- 142쪽 -





16.

내 개인적 경험으로 보자면, 그런 인간들, 그러니까 지금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조금의 계획도 세울 수 없는 처지가 된 인간들이 열중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 뿐이다. 바로 음주와 연애와 여행이다. 매다 계좌에서 종신보험료가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샐러리맨들이 마음 놓고 하지 못하는 세 가지이기도 하다.

- 144쪽 -


17. 

여전히 삶이란 내게 정답표가 뜯겨나간 문제집과 비슷하다.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정말 맞는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 151쪽 - 


18.

랭보의 시, '취한 배' 중에서


나는 보았다. 하늘에 뿌려진 별들의 군도를,

그리고 환희에 찬 하늘이 나그네에게 보여주는 섬들을,

백만 마리 황금의 새들아, 아 미래의 힘이여,

이 밑 없는 밤 어디에서 잠을 자며 숨어 있는가?


그러나, 정말 나는 너무 슬펐다. 새벽마다 가슴은 찢어지고 달빛은 잔인하고 햇빛은 가혹하여,

쓰디쓴 사랑이 무감각한 도취로 가슴을 부풀게 하였다.

아 용골이여 부서져라, 아 이 몸이여 바다에 떨어져라.

- 164쪽 -


19.

사실은 지금도 나는 뭔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기만 하다. 그 모든 것들은 곧 사라질 텐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여전히 나는 사춘기, 앞쪽 게르를 향해 가만-히 살핀다.

- 191쪽 -


190쪽 이스 돌람의 시 <만추>, 좋다.

20. 

살아오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영어 가정법 문장을 어떻게 만드는지도 배웠고 3차 방정식을 그래프로 옮기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일 수 있는지 알게 된 일이다. 내 안에는 많은 빛이 숨어 있다는 것, 어디까지나 지금의 나란 그 빛의 극히 일부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일이다.

- 195쪽 -



21. 어둠을 똑바로 바라보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제 몸으로 어둠을 지나오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어둡고 어두울 정도로 가장 깊은 어둠을 겪지 않으면 그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그건 중학교 2학년생에게는 너무 가혹한 수업이었지만, 또 내 평생 잊히지 않는 수업이기도 했다.

- 202쪽 - 


22. 기타하라 하쿠슈의 시<세월은 가네>


세월은 가네. 붉은 증기선의 뱃전이 지나가듯

곡물 창고에 번득이는 석양빛.

검은 고양이의 아름다운 귀울림 소리처럼,

세월은 가네. 어느 길엔가, 부드러운 그늘 드리우며 가네. 

세월은 가네. 붉은 증기선의 뱃전이 지나가듯.



23.

봄빛이 짙어지면 이슬이 무거워 지는구나. 그렇구나. 이슬이 무거워 난초 이파리 지그시 고개를 수그리는구나. 누구도 그걸 막을 사람은 없구나. 삶이란 그런 것이구나.

그래서 어른들은 돌아가시고 아이들은 자라는구나.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까 온 곳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이구나. 울어도 좋고, 서러워해도 좋지만, 다시 돌아가겠다고 말해서는 안되는 게 삶이로구나.

- 242쪽 -

24.

81쪽, 인용된 시 전문(밑줄 친 부분, 책에서 인용된 부분)

將進酒                                       술을 권하며     /  이백

 

君不見(군불견)                        그대 보지 못했는가?

黃河之水天上來(황하지수천상래)        황하의 물,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奔流到海不復回(분류도해불부회)        거칠게 흘러 바다에 도달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을.

君不見(군불견)                        그대 보지 못했는가?

高堂明鏡悲白髮(고당명경비백발)        높은 집 맑은 거울에 비친 슬픈 백발,

朝如靑絲暮成雪(조여청사모성설)        아침에는 청실과 같던 것이 저녁에는 눈이 되고 만 것을.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        인생은 뜻대로 될 때 마냥 즐겨야 하리니,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황금 술잔을 달 아래 놀려두지 말라.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내게 주신 재능 반드시 쓸 데가 있을 것이요,

千金散盡還復來(천금산진환부래)        천금을 다 흩어버리면 다시 돌아올 것이다.

烹羊宰牛且爲樂(팽양재우차위락)        양을 삶고 소를 잡아 잠깐 즐거움을 누리세,

會須一飮三百杯(회수일음삼백배)        모여서 한 번 마신다면 삼백 잔은 들어야 하리.

岑夫子(잠부자)  丹丘生(단구생)        잠선생,단구씨,

將進酒(장진주)                        술을 권하니

杯莫停(배막정)                        잔을 멈추지 마소.

與君歌一曲(여군가일곡)                그대 위해 노래 한 곡 하리니,

請君爲我傾耳聽(청군위아경이청)        그대는 나를 위해 귀 기울이시라.

鐘鼓饌玉不足貴(종고찬옥부족귀)        멋진 음악 맛깔스런 음식도 필요없네,

但願長醉不用醒(단원장취불용성)        다만 오래 취해 깨어나지 말기를.

古來聖賢皆寂寞(고래성현개적막)        옛부터 성현들은 모두 쓸쓸했고

惟有飮者留其名(유유음자류기명)        오직 술꾼만 그 이름을 남겼다네.

陳王昔時宴平樂(진왕석시연평락)        옛날 조식은 평락관에서 잔치하면서,

斗酒十千恣歡謔(두주십천자환학)        한 말에 만 냥 하는 술을 마냥 즐겼었지.

主人何爲言少錢(주인하위언소전)        주인이 어이하여 돈이 없다고 하리오?

徑須沽取對君酌(경수고취대군작)        당장 술을 사다 그대와 대작하리다.

五花馬(오화마)  千金裘(천금구)         오화마와 천금의 갖옷을

呼兒將出換美酒(호아장출환미주)        아이놈 시켜 내다가 좋은 술 바꿔 와서,

與爾同銷萬古愁(여이동소만고수)        그대와 더불어 만고의 시름을 풀어 볼거나


25. 책에 나오는 시인, 작가, 학자, 가수 등의 이름(생략된 것도 있음)

두보, 김광석, 정약전, 정약용, 빌리 홀리데이(흑인가수), 

조엔 K.롤링(해리포터작가), 윤치호, 사공서(당나라 시인)

정조(청나라 사람), 이문재(시인), 석교연,

랄프 엘리슨('투명인간' 쓴 작가), 카펜터즈, 오마르 하이얌,

폴 매카트니,F.R데이비즈(튀니지 출신 가수),이덕무, 박제가,

바쇼(하이쿠 시인), 여행스케치(가수), 도라에몽,랭보(시인), 블로끄(시인)

유석로, 이스 돌람(시인), 유득공, 김시습, 기타하라 하쿠슈(일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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