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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김동영 여행에세이와 초코우유

by 이야기캐는광부 2012.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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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영씨의 책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여행에세이. 

책 표지의 말을 빌리자면, 이 책은 '가질 수 없는 것,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청춘의 몸부림이여 사무치도록 꿈꾸어왔던 것들을 죽도록 따라가는 서른 즈음의 찬란한 기록'이다. 작가는 음악작가 일을 하다가 방송국으로부터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고 호기롭게 미국행을 결심했다. 있는 것을 다 털어 비행기 표와 미국 전역을 돌아다닐 자동차를 산 다음, 서른 살의 자신에게 선물했다. 그는 그렇게 훌훌 벗어던지고 여행을 떠났고, 이 여행에세이는 그 찬란한 순간을 담은 기록이다. 책 제목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거야>는 꼭 책을 읽는 독자한테 던지는 말인양 가슴에 박힌다. 여행 유전자를 흔들어 깨운다.





책은 묘지걷기, 원 나잇 스탠드, 심술쟁이, 벼룩시장의 소년, 돈돈돈, 여행중에 얻은 휴가, 고백적인 여행, 혼자만의 아주 늦은 아침, 울면서 달리기, 이른 오후를 닮은 여자 등 솔직하면서도 감성적인 여행 에세이로 수놓아져 있다. 글을 읽으며 간간이 펼쳐지는 사진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내가 끌린 건 책에 있는 '초코우유'라는 제목의 짤막한 에세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저 내가 초코우유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가 작가와 공명하는 지점에 이르면 반가움을 감출 길 없다.





처녀의 맑은 피에 이성을 잃은 흡혈귀처럼 주차장에서 우유를 뜯어 벌컥벌컥 마셨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달콤한 초코우유 덕분에 그동안 가시지 않던 갈증이 완전히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 137쪽 - 


흡혈귀가 된다는 표현이 재밌다. 초코우유를 들이키는 내 모습도 흡사 흡혈귀 같으리라.

그 처럼 나도 '초코우유'라는 주제의 이야기로 리뷰를 대신하련다.




초코우



매번 초코우유 중독에 걸린다. 커가면서 된장국, 버섯과 같은 것들을 찾게 되었지만, 아직도 혓바닥에는 어린이의 입맛이 진하게 남아 있다. 편의점에 가면 어김없이 초코우유를 집어 든다. 흰 우유가 옆 자리에서 순백의 미를 뽐내고 있음에도, 내 눈길은 언제나 초코우유로 향한다. 


계산을 한 후에는 빨대 하나를 챙긴다. 입으로 바로 마시는 것보다 빨대를 꽂아 마시면 아껴먹을 수 있다는 유치한 착각때문이다. 먹는 양은 똑같은데 먹는 시간은 느려지기때문에 발생하는 착각이다. 입으로 곧바로 벌컥벌컥 마시는 것보다 빨대로 빨아 먹으면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을 수 있다. 요구르트 바닥을 입으로 뜯어서 조금씩 빨아먹는 것과 같은 기분이랄까.


빨리 먹지 않기 위해서 빨대로 초코우유를 마시다보면, 빨대에서 초코우유가 바닥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신호를 보낸다. 빨아도 우유가 올라오지 않고, 공기만 들이마셨다가 뱉어낸다. 그럴 땐 초코우유깍을 한 쪽으로 기울이고 빨대의 위치를 조정해서 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 흡수한다.


그리고는 아쉬운 마음에 깍 내부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애꿎은 빨대만 다시 한 번 빨아본다. 빨대 안에 들어있는 나머지 초코우유를 힘껏 빨아본다. 아주 적은 양의 초코우유가 혓바닥에 닿는다. 무지 없어보이는 행동이지만 혼자 마실 땐 무슨 짓이라도 한다. 사람이란 그렇다.  


초코우유는 먹을 땐 갈증이 해소되지만, 먹고나면 다시 갈증이 난다. 입맛에 초코가 달달하게 남아 있다가 이내 사라진다. 초코우유를 마실 땐 아쉬움도 초코맛이다. 


가끔은 초코우유를 많이 마시면 얼굴이 새카마진다고 놀리던 아주 어릴적 동무얼굴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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