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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694

2017 독서노트(70)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자서전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의 이름을 제대로 안 건 최근이다. 사실 오래 전 그를 만났다. 영화를 통해서. 그때는 몰랐다. 이 감독의 작품인줄은. '사람에게 추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 "당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소중한 추억을 하나 골라주세요"라는 대사가 잊혀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죽고나서 도착하는 중간역'림보'(?)에서 각자 소중한 추억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저마다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을 떠올린다. 그러면 림보의 직원들이 그 장면을 영화로 만들어 상영해준다.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때 일반인들을 찾아가 어떤 추억들을 떠올릴지 조사했다고 한다. 고등학생이던 시절 이 영화의 장면들을 굉장히 인상깊게 봤다. 내가 죽은 후 떠올릴 소중한 추억은 무엇일까. 물론 죽고나면 떠올릴 수 없.. 2017. 12. 2.
2017 독서노트(69)줄리아로스먼, 자연해부도감 줄리아 로스먼은 주변에 살고 있는 동식물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다. 그녀는 우리말고도 다양한 생명체들이 우리 주변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책은 주변의 생명체는 물론 자연현상의 원리를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준다.사실 살기도 바쁜데 주변을 둘러보기란 쉽지 않다. 하물며 자연이라.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시선이 빼앗긴 나는 이 책을 보며 우리의 이웃이 사람만이 아니구나 새삼 깨닫는다. 나무의 나이 계산법, 새의 부리, 나비와 벌, 박쥐의 해부학, 일몰의 원리, 폭포, 구름의 종류…. 전혀 상상치 못했던 지식들이 한 권의 책들에 담겨있다. 오늘 동네마트에 가면서 갑천변을 지났다. 오리들이 헤엄치고 있는데 발을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한 바퀴를 도는지 관찰해 봤다. 물론 대충대충. 이 책을 읽고 나니.. 2017. 12. 2.
2017 독서노트(68)박범신 장편소설 <유리> 밑줄 그은 문장들 작가 박범신이 장편소설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카카오페이지에 연재된 후 최근 출간됐다. 일제강점기부터 현대에 이르는 굵직한 사건들과 호홉하면서 주인공 '유리'는 방랑의 여정을 떠난다. 친일파였던 큰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이고 방랑의 길을 떠난 유리. 그가 쏜 총알은 우리 역사의 비극적인 단면을 처절하게 관통하며 피를 묻힌다. 이 작품은 딱딱한 역사소설이 아닌 흥미진진한 판타지 소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소설에는 작가가 새롭게 이름을 붙인 나라들이 등장한다. 수로국(한국), 화로국(일본), 대지국(중국), 풍류국(대만) 이 그 예다. 이 4개 나라의 역사와 유리의 삶이 톱니바퀴처럼 얽혀며 580여쪽에 이르는 소설의 서사는 끝을 향해 숨가쁘게 달려간다. 주인공 '유리'는 제도와 억.. 2017. 12. 2.
2017 독서노트(67)농구만화 레전드 <슬램덩크>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일본 슈에이사의 만화잡지 에 연재된 농구만화의 레전드. 누계 판매량 1억 2000만부를 돌파한 일본만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에 대한 이야기다. 농구천재 강백호와 서태웅의 라이벌 관계. 고릴라를 닮은 채치수의 파워풀한 블로킹. 눈두덩이에도 살집이 두툼한 안 감독앞에서 울면서 농구가 하고싶다고 절규했던, 포기를 모르는 남자 정대만. 자기 때문에 팀이 졌다며 경기가 끝나고 서럽게 눈물을 흘린 강백호의 모습. 강백호가 농구를 시작하게 만들었고, 그를 순한 양으로 만드는 채소연. 숱한 이야기속에서 청소년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줬던 슬램덩크. 감독님에게 영광의 순간운 언제입니까. 난 지금입니다. 이렇게 오그라드는 멘트조차 멋져보였던 강백호에 대한 향수. 너도 나도 농구공을 가지고 학교.. 2017. 11. 30.
2017 독서노트(66)루이스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앨리스가 먹은 케잌을 나도 먹을 수 있다면. 작은 키를 좀 더 키울 수 있다면. 물론 너무 커버리면 걱정이다. 너무 커버리면 회사 건물에도 못들어가겠지. 그러면 자연스레 출근을 못하지. 그러면 자연스레 안나갈수밖에. 무슨 상상을 하는거야. 루이스 캐럴의 는 특별한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토기를 쫓아 이상한 나라에 다다른 앨리스. 키가 커졌다 줄어들기도 하고, 슬픈 사연이 있는, 꼬리가 긴 쥐, 몸뚱이가 없는 고양이를 만나기도 한다. 집에 있을 때가 훨씬 좋았다고 말하지만, 이상한 나라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앨리스. "집에 있을 때가 훨씬 좋았어. 계속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도 않고 쥐나 토끼가 이래라저래라 말하지도 않았잖아. 토끼 굴로 들어오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그렇긴 해도...., 이렇게 사는 게 더.. 2017. 11. 13.
2017 독서노트(65)페루난두 페소아 <불안의 책>,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 불안의 원인은 무엇일까? 김운하 작가의 책 를 읽으며 내 마음속 불안의 근원을 파헤칠 실마리를 얻었다. 책속의 책. 페르난두 페소아의 이 그 나침반이었다.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내 영혼의 깊은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알 수 없는 힘들이 갈등하고 있었다. 이때 나의 존재는 전쟁터였으며, 나는 알 수 없는 충돌때문에 몸을 떨었다. 잠을 깨는 순간 내 인생 전체에 대한 물리적인 구역질이 올라왔다. 살아야 한다는 공포감이 나와 함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모든 것이 공허한 듯하여 나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실감했다. 거대한 불안이 나의 사소한 몸짓까지도 얼어붙게 했다. 나는 광기가 아니라 바로 이 사소한 몸짓 때문에 미칠까 봐 두려웠다. 나의.. 2017. 11. 12.
2017 독서노트(64) 트렌드코리아 2018, 나만의 휴식공간 카렌시아에 대하여 벌써 한 해가 다 가고 있다. 화살의 날카로운 촉에 매달려 돌진하는 듯하다. 책이 발간된 걸 보니 진짜 한 해가 다 끝나고 있나보다. 욜로라이프, 새로운 B 프리미엄, 픽미세대, 보이지 않는 기술 '캄테크', 영업의 시대, 1코노미, 버려야 산다는 '바이바이 센세이션',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 각자도생의 시대…. 책에서 말하는 2017년 소비트렌드다. 그렇다면 2018년 소비트렌드에 대한 전망은 어떨까?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다 '플라시보 소비',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 세대, 언택트 기술, 나만의 휴식공간 '케렌시아', 만물의 서비스화, 미닝아웃…. 그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카렌시아'다. 카렌시아는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홀로 잠시 숨을 고.. 2017. 11. 12.
2017 독서노트(63) 故 마광수 헌정 에디션 맥심 MAXIM 2017. 10월호 군대 관물대에 한 권 이상은 꽂혀있던 '맥심'. 칙칙한 생활관에서 참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매월 수컷을 위한 알짜 정보들이 재미있는 기사로 실렸고, 중간 중간 과감한 포즈의 모델들이 이등병부터 병장, 하사 할 것 없이 모두를 심쿵하게 했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과감한 표현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가식 없는 잡지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상한 점은 제대 후에는 서점에서 맥심을 사고자 하면 망설여졌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맥심 표지 모델인 섹시한 여자들의 므흣한 자태 때문일까. 건전한(?) 책 표지로 둘러싸인 서점에서 맥심 표지의 인물들에게 계속 시선을 두자니 누가 뒷통수에 레이저를 쏘는 느낌도 들고. 그냥 사도 돼는데 왜 망설여지는 걸까. 으슥한 골목 헌책방에서 왠지 야한(?) 잡지를 사고자 무진장 애를 썼.. 2017. 11. 12.
2017 독서노트(62) 김애란 <바깥은 여름>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그 중 단편. 처음엔 새 집을 구한 부부의 이야기, 우리 네 삶의 소소한 풍경을 그린 소설인 줄 알았다. 한동안 집이 생겼다는 사실에 꽤 어떨떨했다. 명의만 내 것일뿐 여전히 내 집이 아닌데도 그랬다. 이십여 년간 셋방을 부유하다가 이제 막 어딘가 가늘고 연한 뿌리를 내린 기분. 씨앗에서 갓 돋은 뿌리 한 올이 땅속 어둠을 뚫고 나갈 때 주위에 퍼지는 미열과 탄식이 내 몸안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퇴근 후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면 이상한 자부와 불안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어딘지 어렵게 도착한 기분. 중심은 아니나 그렇다고 원 바깥으로 밀려난 건 아니라는 안도가 한숨처럼 피로인 양 몰려왔다. 그 피로 속에는 앞으로 닥칠 피로를 예상하는 피로, 피곤이 뭔지 아는 피곤도 겹쳐.. 2017.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