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책노트694 2017 독서노트(34)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시'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해주는 책이자, 이 땅에 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사색하게 해준다. 도정일의 문학에세이 를 읽었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문학평론. 어떻게 저런 깊이 있는 해석이 가능할까 감탄하게 되는 책이다. 시를 읽는 방법부터 한편의 시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철학, 우리 문학의 지향점, 문학교육의 필요성, 시적 수사기법…. 이 모든 것들이 구슬을 꿰어놓은 듯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야 할 만큼 쉽지 않은 책이지만, 날카로운 언어로 문학의 속살을 과감하게 보여 준다. 문학의 숲을 유랑하는 사람들에게 시와 문학을 해석하는 독법과 함께 문학의 숭고한 가치를 알려주는 이정표와 같은 책이다. "시의 질을 따지는 비평적 장치는 여러가지이다. 시적 진술의 평면성 극복 여부, 간접화의 .. 2017. 4. 16. 2017 독서노트(33)권정생의 <몽실언니>, 몽실아 몽실아 나중에 좀 더 크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여겼던 질문. 우리는 왜 죽는 것일까.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왜 죽는 것일까. 왜 우리는 사라지는가. 왜 태어났는가. 그런데 발이 커지고, 손이 커지고, 머리가 커졌어도 그에 대한 질문을 찾기는 쉽지 않다. 누구나 그런 질문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권정생의 소설에서 몽실이는 그런 생각을 좀 더 일찍한다. 전쟁 난리통에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삶의 그림자를 일찍 들여다본다. 먹먹하다. 가슴 아프다. 울적울적하다. 그립다. 쓸쓸하다. 보고싶다. 애잔하다. 슬프다. 온갖 감정들이 북받쳐 오르는 소설. 몽실이는 난남이 뿐만 아니라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인생을 등에 짊어졌다. 그런 와중에 다리 한쪽을 쩔둑거리며 걸어간다. 엄마를 찾아가고, 고향을 찾아.. 2017. 4. 1. 2017 독서노트(32)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황석영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 을 읽었다. 사실 작가의 작품중에서 과 이 익숙하다. 삼포가는길은 고등학교때 문학시간에 배웠다. 시험에 자주 출제됐지. 대하소설은 방에 틀어박혀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학창시절에 내 책가방속에는 교과서가 없었다. 이상한(?) 주제의 책들과 소설 몇 권이 담겨있었다. 맨 뒷자리에 앉아 몰래 책을 읽곤했다. 학교 수업이 너무 재미없어서였다. 책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한 번은 고등학교시절 학교를 나가지 않았다. 무단결근. 대신 우리집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우산을 펴고 그 안에 쪼그려 앉았다. 가끔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의 색깔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마음이 답답해서 옥상으로 갔던 것 같다. 날 수는 없었으니 말이다. 에 그런 내 모습이 왠지 아련하게 떠오르게 만드는 장면이.. 2017. 4. 1. 2017 독서노트(31)안도현의 동화<연어이야기> 어떤 소설을 읽고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들을 정리한 다는 건 쉽지않다. 문득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을 나열할 뿐이다. 안도현의 동화에서 초록강은 은빛연어에게 말한다.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나 아닌 것들의 배경이 된다는 뜻"이라고.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잠시 책을 덮고 생각한다. 저 냉장고와 나는 뭐가 다른가. 저 옷걸이와 나는 뭐가 다른가. 저 콘센트와 나는 뭐가 다른가. 저 양말과 나는 뭐가 다른가. 저 가스레인지와 나는 뭐가 다른가. 저 세탁기와 나는 뭐가 다른가. 뭐가 다르길래 인간은 숱한 고민들과 번뇌를 안고 사는가. 나는 세탁기의 배경, 가스레인지의 배경, 양말의 배경, 콘센트의 배경, 옷걸이의 배경. 인간이라고 해서 사물에 비해 더 대단할 것도 없는 것 같다. 물속에 사는 것들은 모두.. 2017. 4. 1. 2017 독서노트(30)아내가 결혼했다, 독일 축구 결혼도 안한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 이해가 될까? 처음엔 심드렁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술술. 작가가 마련한 장치, 축구 이야기는 신의 한 수였다. 소설속에서 전개되는 부부의 관계를 축구와 접목시킨 촌철살인의 묘사가 일품이었다. 박현욱 장편소설 에 대한 이야기다. 작가가 지닌 축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읽는 내내 묘한 재미를 준다. 내가 밑줄 그은 부분은 역시 축구 이야기다. 과정에서는 질지언정 결과에서는 늘 이기는 아내의 모습을 '독일축구'에 빗댄듯한 절묘한 전개가 매력적이다. "그러나 실력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야말로 독일 축구의 저력이다. 경기 내용에서도 이기고 승부에서도 이기는 것이 브라질 축구라면, 경기 내용에선 우세하지만 승부에서는 지고 마는 것이 스페인 축구고, 경기 내용에서는 밀리더라도 결.. 2017. 3. 28. 2017 독서노트(29)신영복의 세계기행 <더불어숲> 신영복은 책 개정판 서문에서 "21세기를 시작하면서 과거를 돌이켜보고 미래를 전망하던 때에 쓴 글"이라며 "그러한 성찰과 모색은 변함없이 지켜야 할 우리들의 정신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영복은 그리스, 이집트, 이탈리아, 베트남, 인도, 독일, 런던, 브라질, 페루 등 세계각국의 역사와 문화의 현장을 돌이켜보며 끊임없이 사색한다. 우리가 가꿔나가야 할 미래의 모습이 이 책에 담겨있는지도 모른다..동네카페에서 단숨에 읽어내려간 책. 신영복은 과거의 역사적인 순간을 곱씹고, 세계 문화의 다양성을 직접 체함하며 오늘을 사는 '나' 혹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의 메시지는 한 개인이 삶의 이정표를 세우는데 보탬이 되기도 한다. 그는 떠났지만 우리 곁에 주옥같은 책들을 남기며 늘 함.. 2017. 3. 12. 2017 독서노트(28)필립 코틀러의 마켓 4.0 필립코틀러의 마켓 4.0. 핵심내용이라 생각되는 것만 캐논 미러리스 카메라로 담았다. 귀차니즘의 끝.^^;사진마다 내 그림자가 떡.^^; 2017. 3. 11. 2017 독서노트(27)이호신의 <숲을 그리는 마음> 한 겨울, 눈 덮인 산하를 더듬어 나가노라면 왠지 잃어버린 가슴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잠시 세속의 삶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돌아올 때, 세월의 앙금과 문명의 이기가 역사의 수레를 멈추고 비워지는 은혜를 느끼기 때문이다. 더구나 눈 내린 대지의 장려함과 수려함, 그 하늘 위로 때늦은 철새가 길을 내어 산을 넘어오는 비행을 목도할 때는 넋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다.-14쪽 일부- 도회지 자투리 땅이나 도로변에서도 잘 피어나는 개나리를 보면 마치 향수처럼 노오란 병아리의 봄나들이가 떠오른다.봄볕이 어느곳엔들 소홀하랴.보도 블록 틈새엔 민들레와 보랏빛 제비꽃이 앙증스레 얼굴을 내밀고 잠시 길을 멈추라 한다. 삶이 그리 바쁘고 각박해서야 되겠는가. 봄 마중이 발 밑이니 하늘을 잊은 자, 예서 봄을 느끼라고.담장.. 2017. 3. 1. 2017 독서노트(26)김훈의 <공터에서>, 밑줄 그은 문장 적막한 세상에서 몸 하나 비빌 대를 찾고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호롱불조차 켤 수 없는 마음은 캄캄할 까. 환할까. 삶은 개별적이다. 힘들었겠다. 힘들다. 이 두 표현 사이에서 서로의 삶을 위로한다. 김훈의 장편소설 를 읽으며 엄습한 생각이다. 아버지는 삶에 부딪혀서 비틀거리는 것인지 삶을 피하려고 저러는 것인지 마장세는 알 수 없었지만, 부딪히거나 피하거나 다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버지는 늘 피를 흘리는 듯했지만, 그 피 흘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삶의 안쪽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생활의 외곽을 겉돌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노새나 말, 낙타처럼 먼 길을 가는 짐승 한 마리가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얼씬거리다가 그 너머로 사라져서 보이지 않게 된 것처럼 느껴졌다. 아버지가 이 세상이 다시는 지분덕거릴 .. 2017. 3. 1. 이전 1 ··· 47 48 49 50 51 52 53 ··· 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