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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독서노트(456)침묵의 세계 노인은 죽음의 침묵 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미 침묵의 일부를 자기 몸에 지니고 있다. 노인의 움직임은 아주 느린 것이 마치 자신이 향해가고 있는 침묵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같다. 지팡이를 짚고 가는 노인은 마치 이제는 좌우에서 말이 아니라 죽음이 솟아오르는 난간 없는 다리를 걷는 듯이 멈칫거리며 걷는다. 자신의 침묵을 가지고서 노인은 죽음의 침묵을 향해서 간다. 그리고 그 노인의 최후의 말은 그 노인을 삶의 침묵으로부터 저 너머 죽음의 침묵..
독서노트(455)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모리 교수가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 죽어가는 건 어떤 기분일 것 같나?-불치병에 걸렸다면 이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사라져 버릴 것인가, 아니면 남은 시간을 최선을 다해 보낼 것인가?-지금 삶은 진정으로 여러분이 원하는 건가? 뭔가 빠진 건 없나?-인생을 의미있게 보내려면 무엇을 해야할까?-사랑을 나누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아나?-사실 가족 말고는 ..
독서노트(454) 2019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 오은의 '나' 문득,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사로 잡히는 시.오은의 '나'. 2019년 현대문학상 수상시집에 실렸다.나                              오은혼자 있고 싶을 때는화장실에 갔다혼자는혼자라서 외로운 것이었다가사람들 앞에서는왠지 부끄러운 것이었다가혼자여도 괜찮은 것이마침내혼자여서 편한 것이 되었다화장..
2018 독서노트(142)필사의 기초, 조경국 이 얇은 책<필사의 기초>가 주는 독서의 기쁨은 실로 크다. 필사의 기초부터, 필사를 해야하는 까닭. 필사를 습관처럼 했던 역사속 인물들의 이야기. 필사와 관련된 각종 책들의 목록이 담겨있다. 가끔 필사를 하기도 했으나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이 책을 읽으니 다시 옮겨적고 싶은 충동이 인다. 물론 만년필을 구매하고싶은 충동도 일렁인다. 나는 블로그에 필사를 한다. 물론 직접 손으로 꾹꾹 눌러쓰는 필사보다야 그 맛..
2018 독서노트(141)그 섬에 내가 있었네, 김영갑 바람 없는 맑은 날 바라본 바다와, 맑고 파도가 거친 날 바라보는 바다가 똑같을 순 없다. 물때에 따라서도 바다의 느낌이 달라진다.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에서 바다를 보아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할 것 같은 평범한 풍경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풍경을 떠올리고 그 순간을 기다리다 보면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상상력이 빈약한 사진가는 세계적인 명승지를 찾아 나선다 해도 눈에 보이는..
2018 독서노트(140)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
2018 독서노트(139)먹이는 간소하게, 노석미 그림에세이 노석미 작가의 그림에세이를 읽었다. 낮에 막걸리 먹고, 낮잠을 잔 후에, 부시시한 모습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 책을 읽었다. 편하게 한장 한장 넘기며 작가의 그림과 함께 요리 레시피를 만날 수 이다. 밥 한상을 차려먹은처럼 마음이 푸짐해진다. 요리를 배워야할까보다.어렸을 적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주신 쑥개떡. 아...저렇게 만드는 구나. 참기름을 바른 쑥개떡은 정말 맛있다. 주로 추석명절에 먹었던걸로 기억한다. 쑥개떡을 오래 씹다보면 살짝 단맛도 나는데..
2018 독서노트(138)빵 고르듯이 살고싶다 나도 가끔은 빵 고르듯이 살고 싶다.지금 이 마음. '오늘의 나'에게 딱 맞는 '오늘의 빵'을 찾는 마음. 쟁반에는 아직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풍요롭다. 이대로 아무것도 사지 않은 채 빵집을 나간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마치 죄인이 된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던 회의 시간의 내가 떠올랐다(물론 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내 손으로 고를 수 없고 새롭게 시작할 수도 없는 인생 같았는데 그 순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