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679)노력의 배신

책<노력의 배신>을 읽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는 책이다.

재능과 노력은 과연 어떤 상관이 있을까.

재능이 있는 사람이 노력할 때와 재능이 없는 사람이 노력할 때. 과연 나타나는 결과의 차이는 어떨까.

타고난 재능은 노력을 딸려오게 한다는 이야기가 위로가 된다.

내 스스로가 공부 재능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속 편하리라.

그런데 이런 환청도 들린다.

"네가 그만큼 노력을 기울여 공부했냐? 열심히 하고 나서 말해"

그럼 또 할말이 없다. 하하하.

공부도 재능이라고 한다면 드디어 나도 할 말이 생기는 셈.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기를. 노력의 부족함을 탓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생각들을 날려버릴 수 있다.

한편으로는 내 재능이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살펴볼 필요도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준다.

내 재능과 연관된 일이나 취미를 한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릴때부터 내 재능이 무엇인지 세심하게 관찰하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공부 영역이나 직업군을 선택한다면 훨씬 좋으리라.

근데 '노력도 재능이다'라고 말한 어떤 분이 생각난다.

참 요즘 사람들 말 잘한다. 하하하.

어느 거를 믿어야 하나. 아 놔.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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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햄브릭 교수는 2019년 《하이 어빌리티 스터디High Ability Studies》라는 국제적인 학술지에 이 문제를 다룬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의도적 연습을 하면 타고난 재능의 차이는 힘을 잃게 되고 누구나 최고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다”라는 주장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재능이 있는 사람과 재능이 없는 사람이 똑같이 의도적 연습을 하면 누가 더 좋은 성과를 낼까? 재능이 있는 사람일까? 재능이 없는 사람일까? 아니면 재능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똑같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잭 햄브릭 교수는 기존 연구 자료를 재분석하며 높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훨씬 더 높은 성과를 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의도적 연습의 수혜자도 높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었다. 의도적 연습의 혜택은 재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 <노력의 배신>, 김영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18240

 

그런데 그런 학생들이 놓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런 학생들보다 더 훌륭하고 더 잘 준비된 학생들이 있다’라는 사실이다. 다름 아닌 경쟁이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지원자보다 더 뛰어나야 합격할 수 있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해 훌륭하게 잘 준비했다고 해서 무조건 대학원에 합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원에서 뽑는 학생 수는 정해져 있다. 학과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보통 한 교수가 한 학기에 한 명 혹은 두 명 정도를 뽑을 수 있다. 다르게 말하면 지원한 학생 중 1등 혹은 2등이 되어야 합격할 수 있다.

학부 성적이 문제가 아닐 수 있고, 경험과 경력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물론 이런 조건이 훌륭하면 합격 확률을 높일 수 있겠지만, 결정적인 사항은 다른 지원자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이론적으로는 학점이 높지 않아도, 연구 경력이 많지 않아도 합격할 수 있다. 다른 지원자들보다 경쟁력이 높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경쟁 구조의 핵심이다.

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은 학생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런데 가장 노력을 많이 한 학생이 뽑히는 구조가 아니다. 가장 실력이 출중한 학생이 뽑히는 것이다. 학교 입시에만 해당하는 규칙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구조는 대부분 경쟁을 기초로 한다. 모든 합격과 불합격은 경쟁을 기초로 설계되어 있고, 누군가가 합격하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불합격하는 구조다. 그리고 사람들이 합격하고 싶어 하는 곳은 대부분 엄청난 경쟁률이 기다리고 있다. 누구든 다 좋은 곳에 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곳은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다.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실력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사람이 불합격한다.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이라는 현실이 있기 때문이다.
 
 - <노력의 배신>, 김영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18240

 

공부를 못한 것, 사업에 성공하지 못한 것, 살찐 것, 취직하지 못한 것, 결혼하지 못한 것, 돈을 많이 벌지 못한 것, 이혼한 것, 가난한 것,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것, 예쁘고 잘생기지 못한 것, 하물며 건강하지 못한 것도 모두 개인 책임이다. 생각할 여지도 없다. 이 법칙은 상상할 수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조건에 적용된다. 그래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과 잘하지 못한 사람은 숨거나 도망갈 곳이 없다. 최소한의 방패막이도 없다. 개인이 다 받아내고 감당해야 한다. 성공하지 못하고 잘하지 못해서 따라온 실패의 결과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한다. 핑계를 댈 수 없다.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 실패한 사람에게는 살길이 주어지지 않는다. 처절한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냥 조용히 고개 숙이고 실패와 실패에 대한 대가를 치르면 된다. 그렇게 대가를 치르는 것이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혹시라도 환경을 핑계 삼거나, 뛰어나지 않은 재능을 탓하거나, 나빴던 운을 핑계 삼으면 난리가 난다. 어디 감히 핑계냐고 비난할 것이다. 겸손하게 반성하고 좀 더 열심히 노력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밀어붙일 것이다. 핑계를 대는 것은 지질한 인간이나 하는 일이며, 그런 태도로 인생을 사니 그렇게 실패했다는 비난을 추가로 퍼부을 것이다.

사실은 개인의 책임이 아닐 수 있는데 말이다. 실패한 사람들도 좋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좋은 집안과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조차도 사치이고 핑계일 뿐이다.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노력 신봉 공화국에서는 벌써 구질구질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노력이 부족했다고. 

 

- <노력의 배신>, 김영훈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179618240

 

노력의 배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