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731) 왜 사람들은 노예의 길을 선택하는가
하이에크는 자신의 저서 『노예의 길』에서 대중은 노예로 가는 길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아주 쉽게 설명해 보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자유로부터의 도피Escape from Freedom』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읽지는 않았어도 들어보기는 했을 것이다. 이 책의 핵심은 이렇다. 인간은 자유를 얻었지만 고독과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고독과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인간은 권위에 복종하게 된다.
이해하기 쉽도록 부동산을 예로 들어보자. 향후 집값이 오를지 내릴지, 지금 집을 사야 하는 건지 아닌지……. 지금 사면 상투를 잡고 손해를 보는 게 아닌지 너무 불안하다. 부동산을 공부할 틈도 없고 공부는 재미가 없고 힘들다. 누군가가 대신 정답을 가르쳐 주면 좋겠다. 그래서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대중은 구루를 선택하고 따른다. 그런데 아뿔싸! 대중이 이런 식으로 선택한 구루가 폭락론자 선 모 씨였다. 그래서 많이 망했다.
또 어떤 대중은 집값이 급변동되니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켜 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부가 반시장적 규제를 하라고 요구한다. 더 나가서 정부가 집을 배급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나라가 바로 공산국가다. 이런 정책으로 성공한 공산국가가 지구상 어디에 있던가?
불안으로부터 도피하는 또 다른 선택은 종교다. 종교의 세계에는 불확실한 것이 없고 모든 것이 분명하고 확실하다. 종교는 덤으로 현재의 괴로움도 내세에 보상받을 것이란 위로도 준다. 사람들은 자유를 원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유로부터 도피한다. 국가나 구루나 종교로 도피한다. 그래서 노예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왜 자유를 버리고 노예의 길을 선택할까? 자유는 경쟁이 기본이고, 노력이 기본이고, 책임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경쟁하기 싫고 노력하기도 싫고 책임지기도 싫은 미성숙한 대중이 쉽게 원하는 게 무엇일까? 이럴 때 달콤하게 등장하는 정치 세력은 파시스트나 공산주의 같은 전체주의자다. 이들은 대중에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속삭인다. 그냥 모든 건 정부가 다 해준다고 약속한다. 그것도 공짜로 말이다. 그렇게 해서 불안한 대중은 자유로부터 도피해서 노예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노예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대중이 자유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성숙해야 한다. 어린애처럼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노력하고 경쟁을 받아들이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성숙함을 가져야 한다.
<부의 인문학>, 우석(브라운스톤) - 밀리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