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독서노트(756) 이호선의 가족 상담소

이야기캐는광부 2026. 4. 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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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 사회는 자식 부양 기간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과거엔 평균적으로 이십 대 초반, 늦어도 이십 대 중반이 되면 독립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십 대 후반, 늦으면 삼십 대까지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자녀들이 있습니다. 적나라하게 말하면 이건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갉아먹는 겁니다. 부모 세대는 자녀가 성인이 되면 본격적으로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자녀가 삼십 대가 될 때까지 자녀를 부양하고, 나아가 노부모까지 부양한다면 노후를 대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랑 평생 같이 살면서 부양할 거 아니면 이십 대 후반에는 무조건 독립하라고 말합니다. 부모의 노후 준비를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죠. 안정적이고 풍요로웠던 부모의 품에서 독립해 살다 보면 부족하고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지점을 채워 가면서 독립성을 길러야 건강하게 성장하고, 가족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호선의 가족 상담소>, 이호선 - 밀리의 서재

 

 

혹시 가족들이 서로 가깝게 지내고 너무 친해서 비밀이랄 게 없나요? 그렇다면 가족 관계를 바꿔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가족도 결국 ‘사회적 관계’입니다. 사적 공간과 사생활 없이 모든 걸 공유하는 관계가 과연 건강할까요? 그건 일종의 강박입니다. 사생활을 ‘비밀’, ‘감추는 것’이라고 칭하면서 순수하고 깨끗한 관계에는 비밀 같은 게 없어야 한다고 여기는 병리적인 상태인 거죠. 관계에 깊이 몰입해 있다면 상처가 도통 낫질 않아 진물이 흐르더라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이처럼 친밀성이 높은 가족이 맞닥뜨리는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부모와 적절하게 분리되어 자아를 인식하고 성장해야 할 시점에 부모와 자신의 정체성을 분리하지 않으면 부모가 자식을 모시고 살면서 쩔쩔매거나 자식이 부모 기에 눌려서 어정쩡한 상태로 융합됩니다. 가장 처음 맺는 관계부터 이렇게 삐걱거리니 성공적으로 다른 관계를 맺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호선의 가족 상담소>, 이호선 - 밀리의 서재

 

밖에 나가서는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비비고, 친한 척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착하게 구는 사람이 왜 집에서는 이다지도 쌀쌀맞고 냉혈한처럼 구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할 수가 없죠. 가족에게 유난히 공격적으로 변하는 이유는 가족 관계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일상적 공격성 때문입니다. 가족은 타인보다 편하고, 관계가 조금 틀어지더라도 언제든 화해할 수 있는 관계처럼 여겨집니다. 이처럼 가족은 언제든 나를 수용해 주는 사람이고 가족 관계는 언제든 회복이 가능한 관계라는 근원적 믿음은 가족을 편하게 대하도록 만들죠.

  말 한번 잘못하면 박살 나는 관계에서는 벌벌 떨면서 조심하지만 실수하더라도 이해하고 용서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긴장도를 낮추고 말과 행동에 큰 제약을 두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상처 줄 수 있는 말과 행동도 서슴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족도 상처를 받을 수 있고, 가족이 나를 용서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기억하세요. 가족 관계는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지만, 한번 끊어지면 다시 연결하기 어려운 관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가족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고, 의식적으로 배려하세요. 그리고 자신의 일상적 공격성 패턴을 확인하세요. 일상적 공격성은 특정한 상황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반복됩니다.
<이호선의 가족 상담소>, 이호선 - 밀리의 서재

 

성인이 되어 자기 앞가림을 할 때까지 충분히 지원해 주되 독립할 여력이 되는데도 나가지 않고 버티는 자녀에 대한 부양을 멈추세요. 자립할 능력이 있는 자녀를 독립시킨다면 자녀의 독립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노후를 준비할 수도 있죠.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자녀를 1년 부양할 때마다 자신의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1년씩 줄어든다고 생각하세요. 나를 부양하지 않을 자녀를 향한 과잉 부양을 멈추면 노후를 준비하며 부양 불안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에 들어서면서 국가 또한 노년층을 부양하는 데 부담을 느끼며, 연금 수령 상향 등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상황에서 기초 연금, 고령자 혜택만을 기대한다면 노년이 힘겨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노후를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자녀에게 기한을 정해 주고, 독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특정 시기가 되었을 때 반드시 독립을 해야 함을 알려 주면 자녀는 직장을 구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독립을 준비하게 됩니다. 처음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테지만 독립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면 심정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독립을 준비하게 되죠. 자녀를 평생 데리고 살 수는 없으며, 자녀가 독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양육의 마지막 목표입니다. 그러니 죄책감을 내려놓고 자녀를 독립시키세요. 사랑하되 차갑게 사랑하자는 겁니다. 해야 할 일에 있어서만큼은 냉정하리만치 차갑게 굴어야 가족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됩니다.
<이호선의 가족 상담소>, 이호선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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