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760) 축적과 발산
저성과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경영자들이나 리더들을 만나 멘토링을 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불균형이 하나 있다. “고성과자나 고능력자의 잠재력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체감상 100명 중 1~2명 정도다. 물론 저성과자를 독려해 평균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조직이 진짜 잘되려면 고성과자들이 더 역량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
실제 경영 환경에서는 많은 고성과자들이 이미 잘하고 있다는 이유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알아서 잘할 것이라 생각해 더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충분히 발휘될 수 있었던 역량이 휘발되고 마는 상황이 생긴다. 특히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이들에게 더 성장할 기회를 주고, 더 큰 역할을 맡기면 조직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사실 나도 명확히 알지 못했지만 감각적으로 그렇게 접근해 큰 성과를 냈던 경험이 적지 않다.
<축적과 발산>, 신수정 - 밀리의 서재
물리학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의 『포뮬러』에 소개된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구겐하임이나 시카고 미술관 같은 일류 미술관에 전시한 화가들은 그렇지 못한 화가들에 비해 수입이 높고 작품 활동을 지속할 확률도 높았다. 상식적인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다음 질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화가가 일류 미술관에 작품을 걸 수 있었을까?
바라바시 연구팀은 화가를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화랑에서만 계속 전시를 이어간 화가들과, 유명하지는 않지만 세계 여러 화랑에서 전시를 시도한 화가들이다. 결과는 분명했다. 두 번째 그룹이 일류 전시로 연결될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이 결과는, 기회는 실력만으로 찾아오지 않고, 탐색과 시도의 빈도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성공한 이들은 실력 향상에만 몰입하지 않았다. 실력을 쌓는 동시에 기회를 탐색했고, 다양한 무대에 도전했고, 노출의 지점을 넓혔다. 작은 발산을 반복했고, 그 반복이 결국 큰 발산으로 이어졌다.
<축적과 발산>, 신수정 - 밀리의 서재

개인의 커리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정적이고 별다른 문제 없는 상태에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 안락함에 젖어 점차 나이만 먹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회사가 갑자기 어려워지거나, 퇴직이나 사직을 하게 되거나, 상사와 심각한 갈등을 겪는 등 큰 위기가 닥치면 상황은 달라진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움직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선택을 감행하게 된다.
위기를 만났다고 해서 지나치게 낙심할 필요는 없다. 그 위기가 삶에 어떤 가능성과 돌파구를 가져다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생각과 행동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볼 필요가 있다. 벼랑 끝에서 내딛는 그 한 걸음이 당신을 어디로 이끌어줄지 아무도 모른다.
<축적과 발산>, 신수정 - 밀리의 서재
그럼 우연은 그냥 오는가? 크럼볼츠는 이를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이라 불렀다. 성공에는 분명 행운의 요소가 있지만, 그 행운을 붙잡는 태도가 따로 있다고 했다. 호기심, 낙관성, 끈기, 융통성, 위험 감수 등이 그것이다. 이런 태도를 지닌 사람일수록 우연을 기회로 바꿀 확률이 높다. 물론 확률이 높다는 것이지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축적과 발산>, 신수정 - 밀리의 서재물론 타이거 우즈처럼 어린 시절부터 한 가지에만 몰두해 최고에 오른 사람도 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이 모델을 이상적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스포츠 과학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그의 저서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에서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처럼 어릴 적 농구, 축구, 배트민턴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며 폭넓은 경험을 쌓다가 한 분야에 집중하는 경우가 더 창의적이며 개인의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무엇보다 이런 탐색적 경로가 불확실성이 큰 현대 사회에 더 적합하다고 지적한다. 한 길만을 일찍 정하는 것보다, 탐색과 확장을 거친 뒤 선택하는 전략이 오늘의 환경에서는 더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동안 쌓아온 것을 버린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흩어져 있던 점들을 잇듯, 기존의 경험과 역량이 융합되는 과정이다. 이 지점에서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가치가 탄생할 수 있다.
<축적과 발산>, 신수정 - 밀리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