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독서노트(765)다산 정약용의 기록

이야기캐는광부 2026. 9. 5. 09:02
반응형

 

나는 기록을 즐긴다. 블로그를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기록은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한 글감이 되기도 하고, 내 삶을 지탱하는 근간이 되기도 한다. 안개처럼 자욱했다가 사라지는 시간 속에서 내 삶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다산 정약용의 기록법은 지금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무릇 한 권의 책을 얻더라도 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을 뽑아 기록하여 모으라는 다산 정약용의 조언이 육성으로 들리는 듯하다.

 


 

가령 우리가 배불리 먹고 따뜻이 입으며 종신토록 근심 없이 지내다가 죽는 날, 사람과 뼈가 함께 썩어 버리고 한 상자의 글도 전할 것이 없다면 삶이 없는 것과 같다. 그런 삶을 일컬어 삶이라고 한다면, 그 삶이란 금수와 다를 바 없다.
  _〈반산 정수칠에게 주는 말>
<다산의 기록법>, 조윤제 - 밀리의 서재

 

“무릇 한 권의 책을 얻더라도 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것은 뽑아 기록하여 모으고, 그렇지 않은 것은 눈길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비록 백 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 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책의 핵심을 가려 뽑아 기록하는 초서법과 책을 읽으며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을 기록해 두는 질서법은 가장 효율적인 독서의 방법이라고 다산은 두 아들과 제자들에게 거듭 강조하며 가르쳤다
<다산의 기록법>, 조윤제 - 밀리의 서재

 

“글이란 마음의 깃발이니, 마음속에 정성을 다하면 반드시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

     다산의 기록법을 한마디로 알려 주는 글이다. 《대학》에는 수신에 이르기 위해서는 정성誠意과 바른 마음正心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다산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 마음을 지켰고, 어떤 기록을 남기거나 책을 쓸 때도 모두 이 두 단어를 근본으로 삼았다. 올바른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삶을 살아 내고 그 마음으로 글을 쓴다. 다산의 책이 시대를 가리지 않고 놀라운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비결이다.
<다산의 기록법>, 조윤제 - 밀리의 서재

 

다산은 기록의 진실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신이 관찰한 것과 생각을 글로 남기기 전에, 자료를 수집하고 여러 사례를 비교하며 실상을 먼저 살폈다. 유배지에서 자신을 원망하거나 이미 일어난 일들에 마음을 붙잡혀 시간을 보내지 않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본 것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며 자신의 생각을 남겼다. 이로써 탐진의 기후나 잘못된 관습을 바로잡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에 잘못된 것이 없는지 돌아볼 수 있었다.
<다산의 기록법>, 조윤제 - 밀리의 서재

 

사람이 문장을 지음은 초목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그 나무를 심을 때에 뿌리를 돋우고 줄기를 곧게 설 수 있도록 해 줄 뿐이다. 그다음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이 돋아나면 꽃이 피게 된다. 꽃이란 갑자기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성과 바른 마음으로 그 뿌리를 돋우고 독실한 실천과 수신으로 그 줄기를 편안히 하며, 경전을 궁구하고 예법을 닦아서 진액이 돌게 하고 널리 듣고 기예를 익혀 가지와 잎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깨달은 것을 유추하여 그것을 축적하고, 축적한 것을 널리 펴서 글을 지으면, 이것을 곧 문장이라고 한다. 문장은 갑자기 성취할 수 없다. 지금부터 돌아가서 이렇게 구한다면 자네에게 스승은 얼마든지 있을 것일세.

  _〈변지의라는 젊은이에게 가르친 말〉
<다산의 기록법>, 조윤제 - 밀리의 서재

 

옛날에 서적이 많지 않았을 때는 글을 낭독하며 외우는 것에 힘썼는데, 지금은 서재의 책만 해도 한우충동汗牛充棟*이니 어찌 일일이 외며 읽을 수 있겠는가? 오로지 《역경》, 《서경》, 《시경》, 《예기》, 《논어》, 《맹자》 등은 마땅히 깊이 숙독하여야 한다. 모름지기 뜻을 강구하고 고찰하여 그 정밀한 의의를 얻으면 생각한 바를 반드시 수시로 적어 두어야箚錄, 차록 비로소 실익이 있게 된다. 외골수로 낭독하기만 한다면 아무런 실익이 없다.
 * 책이 많은 것을 이르는 성어.
  
  _〈반산 정수칠에게 주는 말〉

  
  다산은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을 수시로 기록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를 ‘차록’이라 하는데, 배운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만하다. 오늘날 우리가 공부를 제대로 하거나 사회생활에서 성공하기 위해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듯, 다산도 차록을 해야 아웃풋이 생겨난다고 보았다.
<다산의 기록법>, 조윤제 - 밀리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