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일기(78)논문을 쓴다는 것
논문을 쓰는 행위는 지식을 소비하는 사람에서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으로의 전환을 가져온다. '논문'이라는 결과물은 지식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지식을 소비하는 사람에서 지식을 생산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 이는 나를 보다 적극적인 연구자의 길로 이끄는 동기가 된다.
음식을 요리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음식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지식을 향유하거나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여기서 나아가 새로운 지식을 만들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요리하는 단계에 이른다면 보다 깊은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것이다 다 필요한 일이다.
최근 두번째 학술논문을 쓰면서 지식을 생산하는 일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 기존에는 누군가가 쓴 책이나 논문을 읽는 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오랜 연구를 통해서 조금이나마 새로운 지식들을 담은 논문을 쓸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여전히 지도교수님의 지도가 필요하다. 온전히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가려면 나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도 어찌어찌 지도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주자로서 학술논문을 쓰고 나면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여름방학이 되면 박사졸업 논문 주제를 차근차근 고민해볼 예정이다. 설문조사를 통한 양적연구를 진행할 것 같은데, 아직 주제를 확정하지 못했다. 박사졸업 논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현재 학술지에 2편의 논문을 게재하면서 얻은 경험들이 박사논문을 쓰는데 큰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지만, 아는 만큼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박사과정을 거치면서 전문 분야에 대해 깊이 탐구할 수록 '깊은 지식의 함정'에 빠질 우려도 있다. 깊게 보되, 넓게 생각하는 시각을 길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