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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창밖은 영화관 스크린이다. 매일 다른 영화를 상영한다. 시시때대로 변한다. 사람이 지나다니고, 나뭇잎이 흔들리고, 구름이 흘러간다. 신호등 불빛이 바뀌고, 자동차가 지나가고, 비가 내리고, 눈발이 휘날린다. 헐레벌떡 손짓하며 뛰어오는 액션 스타(?)도 있다. 겨우 버스에 올라타는 그. 엑셀레이터를 밟은 버스 안에서 '아싸 호랑나비' 춤을 추며 자리에 앉는다. 


어르신이 타면 슬슬 눈치를 본다. 쳐다봤다가 시선을 돌렸다가. 몸이 피곤할 땐 눈을 감는 척을 한 적도 있다. 이런 죄송죄송. 그러면 안돼지. 그래 우리는 안다. 양보해야하는 것을. 세상은 아직 싸가지가 있다. 대부분 어르신에게 양보한다. 아니여 학생 앉어. 아니에요 앉으세요. 잠깐의 실랑이(?)를 벌이는 훈훈한 장면도 보인다.


어린시절 버스를 타고 내리지 못하고 종점까지 간 적이 있다. 어둑어둑해지고 나는 공중전화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는 차를 타고 데리러 오셨다. 가끔 그런 적 있다. 지금도 버스를 잘 못 탈 때가 있다. 눈을 꿈뻑꿈뻑. 버스 노선을 여러 번 살펴본다. 


극장에서 조는 사람들이 꼭 있다. 버스를 타면 조는 사람도 많다. 요새 나도 대부분 존다. 퇴근길 무거운 몸을 버스에 실으면 절로 눈이 감긴다. 스르르 스르르. 꼭 월급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소리같다. 스르르. 월급은 한 마리의 뱀처럼 구렁이 담넛듯 통장을 쓰윽 하고 지나가버린다. 보이지 않는 풀숲으로 기어들어간다. 


내려야겠다. 벨을 누른다. 꼭 비상벨 느낌이다. 집을 지나치면 위험(?)하니 살려달라는 외침같기도 하다. 정류장에 내린다. 버스는 떠나간다. 다른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정류장에 사람이 많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린다.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한다. 몇 분후 도착이라는 메시지가 버스전용 단말기에 뜬다. 


터벅터벅. 집으로 향한다. 걷는다. 자취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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