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언론인양성과정 시간에 이상헌 대전 MBC 전략기획부장님이 찾아오셨다. 그는 1987년 MBC에 방송기자로 입사했다고 한다.코디네이터가 없던 그 시절, 얼굴에 파운데이션도 직접 바르고, 옷도 백화점가서 사정사정 해가며 빌렸다는 이상헌 부장님. 우리는 그에게서 그를 방송기자에 합격하게 만든 결정적인 한 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역사의 목격자가 되고 싶습니다."
"왜 기자가 되고 싶나?"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청년 이상헌이 했던 말이라고 한다. 그는 최종면접이었던 그때 당시 어떻게 그런 멋진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듣는 나도 무릎을 탁 칠만한 말이었다. 몇십년 전의 '이상언'이라는 한 젊은이는 역사의 현장에서 역사의 목격자가 되어, 그 역사를 기록하고 싶다고 말하며 면접관의 가슴에 호소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당당히 최종합격의 쾌거를 이루어냈다.
지금 생각하면 자기 자신도 그때 그렇게 말한 것이 합격을 결정지은 한마디가 아니었나 생각한단다. 그런데 그 말은 기자가 되고 싶다는 열정과 간절함이 없다면 나올 수 없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우리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제 삶 주변의 따뜻한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하고 말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더불어 사회감시자 역할도 해야 하지요."
기자란 따뜻한 미담사례를 발굴하여 독자들과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말이었다. 각박한 세상속에서 사람간에 정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기사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이것이 기자가 가진 역할 전부는 아니다. 그는 '기자란 기본적으로 사실에 근거해서 자신의 관점이나 주관을 최대한 절제해서 기사를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사람들에게 진실을 전달하며 사회감시자역할을 해야한다고 말이다.
그런 그가 방송기자생활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오대양 사건'이라고 한다. 이 사건을 취재하기위해 42일동안 하루 2시간밖에 못자며 기사를 송고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기자 일이 재밌어서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사람은 괴력이 생기는 것일까?
▲ 오대양 집단 자살사건 관련 기사
한번은 전주교도소에서 3명이 탈출하여, 대청댐쪽으로 도망가자 그들을 쫓아간 적도 있단다. 그러다 한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그 탈옥수들이 보트를 타고 달아나고 있었는데, 그때 경찰들만 탈옥수들을 쫓아가는 보트에 탈 수 있었던 것! 그는 그때 야전잠바를 입어 경찰로 오인받는 행운(?)을 누렸다. 그래서 경찰들 틈에 섞여 탈옥수들을 함께 쫓을 수 있었다. 기자정신이 발휘된 순간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탈옥수는 잡혔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12시 라디오 뉴스에 쓸 기사를 송고해야 하는데 통신수단이 없었던 것. 그때는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얼마나 속이 탔을까? 그래서 이리저리 뛰어나니며 공중전화를 찾아 다닌 끝에 겨우 기사를 송고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방송기자란 그때 그때의 사건을 실시간으로 제보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생명이었던 것이다.
그는 방송기자라서 안 좋은(?) 점이 2가지를 살며시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신문기자같으면 그냥 기사날리면 될테지만, 방송기자같은 경우는 그걸 또 영상취재하고 편 집하고 사람만나서 인터뷰해야하니 일이 많아요. 특히 길거리 인터뷰가 힘들어요. "
그럼에도 기자가 가진 매력에 비하면 이 둘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가 말하는 기자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기 때문이다.
▲ 기자의 매력에대해 말씀하고 계신 이상헌 부장님.
이것이 바로 기자가 가질 수 있는 큰 매력인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해도 이것이 기자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한다. 물론 그 과정은 힘들고 쉽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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