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거의 물건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이다. 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란 바로 그 사물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스토리'다. 그 스토리때문에 남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이는 것도 내 자신에게는 큰 의미를 선물해주는 경우가 많다.
한번은 '방에 있는 물건들을 보면서 이것을 중고로 내다 팔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쉬고 있어서 용돈이 부족했던 턱에 방에 있는 뭐라도 내다팔 작정이었던 것이다. 어림잡아 돈으로 환산한 결과, 많은 돈을 받기는 어려웠다. 한 때는 1만 5천원을 하던 책 한권이 중고가 되면 3천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다 팔 수 있는 중고물품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중고로 팔면 값이 한 참 떨어지지만, 내 삶에 소중한 의미를 부여해 주는 물건들과 만날 수 있었다. 가까이 있었음에도 놓치고 있었던 내 방 물건들의 소중한 가치를 말이다.
1. 2008년 국토대장정을 하며 신었던 운동화
이 나이키 운동화는 내가 해남땅끝에서 서울까지 600KM 국토대장정을 하며 신었던 것이다.
당시 15만원이 넘는 가격에 구입했지만 지금은 헌 운동화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이 운동화가 내게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우리나라 산,들,강을 지나 대장정을 하면서 흘렸던 내 청춘의 도전정신이 깊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코를 대고 맡아보면 아직도 그 당시의 발꼬랑내가 남아 있다.
600KM를 걸어서 완주하고 느꼈던 벅찬 감회를 이 운동화는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운동화는 내게만큼은 15만원의 몇십배나 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2. 방안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비닐봉지
이 비닐봉지는 편의점에 가면 거의 공짜로 딸려 온다. 물론 대형마트에서는 비닐봉지 값을 따로 받지만 말이다.
100원도 안되는 이 비닐봉지가 왜 가치가 있을까?
그건 바로 내 방에서 쓰레기통으로 재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자봉지, 나무젓가락, 머리카락, 면봉 등등 일상의
쓰레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또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대롱대롱 거리며 강아지처럼 나를 반겨 준다.
그렇기에 이녀석은 100원보다 수십배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3. 누군가 내게 써준 시 한편, 신석정 시인의 <들길에 서서>
대학시절 누군가 예쁜 글씨로 써 준 시 한편이다. 시구 하나하낙 힘들때 나를 일으켜 세워준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이 시 한편의 가치를 알고 있다.
연습장을 잘라서 꾹꾹 눌러 쓴 정성이 참 소중하다.
지금은 안다. 이 종이의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아래 사는 거룩한 일과이거니
- 신석정의 '들길에 서서' 中 -
4. 중학교때 도서대출증
방안을 뒤지다가 중학교때 도서대출회원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청소년기의 추억이 담긴 대출증이다.
학교 모의고사 시험을 빼먹고 도서관으로 달려간 적이 있다.
재미난 책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날 모의고사 시험은 망쳤지만.
도서관에 가면 공짜로 만들어주는 대출증이지만,
지난 날의 추억이 담겨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5. 고추참치
고추참치캔이다. 내 일용할 양식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고맙고 든든한. 오늘도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반찬이므로.
내 소중한 청춘을 지탱해주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비록 2500원 정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고마운 존재다.
이 물건들을 보며 세상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이 있으리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저마다 특별한 스토리를 품고 있기에.
잠이 오지 않는 새벽, 고시원에서 끄적여본다.
베스트글에 선정되었군요.^^ 제 삶에 기쁨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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