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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대학생활팁

인생의 조언자가 되는 8년 모은 어머니 편지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1.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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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써니 블로그 에디터 활동을 하며 쓴 콘텐츠입니다. 대학생 참여프로그램인 써니 블로그 에디터 활동은 제가 콘텐츠를 창조해 내는 데 많은 것을 가르쳐 준 활동입니다.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글을 여기 다시 옮겨 봅니다. 그 당시 이 글이 많은 추천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부모님 편지에 대한 추억을 담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원문 : http://blog.besunny.com/422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받으면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고 찡합니다. 그 편지를 한참동안 들여다보다가 잉크가 번져있는 부분에 이르면, 혹시나 눈물자국이 아닌지 더 가까이 들여다 보게 되구요.

올해 대학교 4학년인(이제는 졸업반이 되었네요^^) 제가 고등학교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는 30여통에 이릅니다.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이 단 한통일지라도 소중하기에 작은 상자에 꼬박꼬박 모아놓았습니다. 횟수로 따지면 8년동안 모은 것이죠.



최근에 그 30여통의 편지들을 다시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이사가려고 기숙사 제 방을 정리하던중(2010년도 기숙사에 떨어졌거든요)  갑자기 그 상자에 눈길이 갔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 중 유독 눈에 띄는 편지 하나가 있었습니다.

2007년 군복무시절,
어머니는 200자 원고지 5매에 편지를 써주셨더라 

바로 그건 200자 원고지에 써주신 어머니의 편지였지요. 쓰신 날짜를 보니 제가 군복무중이던 2007년 7월 10일이더군요.



이 특별한 편지지 안에는 여느 부모님처럼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시작될텐데 몸조심하고 건강에 유의하길 바란다.
남은 시간 잘 임무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엄마는 항상 기도한단다.."

-2007년  7월 10일자 어머니 편지 中에서-

 
200자 원고지 편지 5매를 내무실에서 펼처볼때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역시 우리 어머니구나하고 웃음이 나왔지요. 그나저나 예쁜 편지지도 많은데 왜 하필 초등학교때나 썼던 200자 원고지에 쓰신 걸 까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그냥 집에 원고지 뭉치가 굴러다니길래 썼지. 버리면 아깝잖니~"  

아무렴 어떻습니까. 저는 그 날 , 이 편지 한 통을 따스운 이불인냥 꼬옥~ 덮고 잤는걸요. 

8년 넘게 예쁜 편지지에는 편지를 안쓰시는 어머니...^^;
연습장 찢으면 그게 바로 편지지가 되더라...

그런데 편지들을 쭉 훑어보니 어머니는 예쁜 편지지를 거의 안쓰셨더군요. 그것도 8년동안 쭉 말이죠. 그냥 연습장을 '툭' 찢어서 '탁'하고 편지지로 만들어 버리셨어요.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됩니다. 문득 아들 생각이 날 때, 갑자기 그 아들에게 편지를 써주고 싶을 때마다 편지지를 사러 문방구에 달려갈 수는 없으니까요. 



▲ 이렇게 예쁜 편지지가 아닌 연습장을 찢어서 편지지로 쓰셨답니다. 

때론 잠이 오지 않는 새벽 3시, 때론 밥먹을 시간인 오후 6시 30분, 때론 몸이 나른해지는  오후 4시 30분에 갑자기 펜을 들어 제게 편지를 쓰셨으니까요. 


▲ 부모님에게 있어 자식 생각은 문득문득 갑작스레 찾아 오는가 봅니다. 편지를 쓴 시간이 다양합니다.

예전에 어머니께 이렇게 여쭈었던 게 생각납니다.
"오마니는 아들이 언제 가장 보고싶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눈 감을때까지"라고요. 이렇게 연습장 편지지안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눈감을 때까지의 어머니 마음이 꾹꾹 담겨 있겠지요?

2001년 고등학교 수험생 시절, 
그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어머니의 명언(?) 한 구절...

계속 편지들을 읽다보니 역시나 고등학교때 받은 편지가 많았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어믄 짓하는 아들이 안타까웠던지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아들아 머뭇거리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지난뒤에 후회하는 바보짓은 하지말자.
내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 전진하자."

- 고등학교 2학년때 받은 편지 中에서- 

 
고등학교시절 어머니께서는 제게 '아들아 머뭇거리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지은이 강헌구)'라는 책을 선물해주셨죠. 그 후로 이 책제목을 자주 편지에 인용하곤 하십니다. 그때 흘겨 들었던 이 한마디가 지금에 와서야 크게 와닿는 건 무슨 까닭일까요? 머뭇거리기엔 인생이 그리고 20대가 너무 짧다는 걸 말이죠. 참... 짧다는 걸 말이죠. 참으로...

' ~하지 마라...~도 하지 말고...~는 절대 안된다'
30여통에 공통적으로 담긴 대한민국 어머니들 특유의 말투...

편지를 읽다보니 벌써 한 시간이 다 되어 갔습니다. 그러다 모든 편지안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자식의 건강에 대한 걱정이 담긴 구절을 찾았지요. 거기서 늘 등장하는 우리 대한민국 어머니들의 말투를 발견했습니다. 'OO야, ~하지 말고....절대 ~하지 마라"가 그 예이지요.



"담배는 피우지 말고 꼭 참아 알았지.
한번 시작하면 힘들어 끊기가"

-날짜가 쓰여있지 않군요...아마도 군복무 시절에 받은 편지같습니다-

 
날짜가 쓰여있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군대에서 받은 편지같아요. 군대에서 담배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는 걸 들으셨는지 걱정하시는 모습이 역력하네요. 그나저나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해야 될 것같습니다. '어머니 저 사실 군대에서 담배 많이 피웠습니다."라고요. 참...자식으로서 부모님 말 잘 듣기가 쉬운 게 아닌 것 같아요. 부모님께서는 하지말라고 그렇게 수십번 신신당부하시는데도 말이죠.

유레카~유레카~ 
30여통중에 아버지로부터 받은 편지 1통을 발견하다..

그나저나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도 들려 드려야 될 것같습니다.
어머니 편지들만 있는 줄 알고 무심코 읽어 내려가다가 한가지 놀라운(?) 발견을 했거든요. 




▲ 현재 단 한 통밖에 없는 희귀한(?) 아버지 편지랍니다. 정겹게 '아빠가'라고 쓰여 있네요.

저도 미처 잊고 있었습니다. 군복무시절 아버지로부터 받은 1통의 편지가 있었다는 걸요. 평소에 편지를 거의 안쓰시는 아버지인데 말이죠. 군대에 간 아들이 많이 걱정되고 보고싶었나 봅니다.
 

"사랑하는 기욱이 보아라
어느덧 네가 군대 입대한지도 벌써 15일이 지났구나
.....아무쪼록  네 몸 건강히 국방의무를 마치면 온집안식구들 더 바랄게 없단다."

- 2006년 1월 17일 새벽 1시 45분에 쓰신 아버지 편지中에서- 

 
그래도 아버지는 편지지에 편지를 쓰셨네요. 하하하. 여태껏 살아남은 단 1통의 아버지 편지이므로 잘 보관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듭니다.

지금까지 평범하지만 특별하고 소중한 부모님의 편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뭉치속에서 아버지 편지를 발견하는 뜻박의 수확도 얻었지요.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 편지들을 모아놓길 잘한 것 같아요. 그 편지들안에 어머니의 친필, 희로애락, 자식사랑 그리고 삶이 가슴 뭉클하게 담겨 있으니까요.

아...갑자기 부모님이 보고 싶어지네요. 아무래도 부모님께 편지한통 쓰고 자야겠습니다.

Posted by 김기욱(zepero@paran.com)
From 써니블로그 에디터그룹 스마일써니 http://blog.besunn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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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머니께서는 제게 편지를 쓰십니다. 제가 집에 잘 안 내려가서 편지로 대신 하는 가봅니다.^^; 또 핸드폰 문자메세지를 이제는 능숙하게 보내셔서, 가끔 엄청난 장문의 메세지를 보내시기도 합니다. 하하.

항상 인생의 훌륭한 조언자가 되어주는 부모님 편지안에는 특별한 가치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위 콘텐츠를 다시 읽으니 편지도 전화도 잘 하지 않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흑흑. 

 
다음뷰 베스트 글에 선정되었군요. 감사합니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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