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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랭드 보통, 참 매력있는 작가네


알랭드 보통을 처음 만나게 된 건 그의 책<불안>(2004년)을 통해서다. 1969년생으로 여러 언어에 능통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비상한 두뇌를 지닌 작가다. 23살에 쓴 첫 소설<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그의 작가로서의 재능을 패기있게 발휘한 저작으로 꼽힌다. 그의 글은 때로는 철학, 역사, 사회관련 지식들을 총동원해 진중한 시선과 분석을 잃지 않으면서도, 중간 중간 유머와 위트 넘치는 투덜거림(?)으로 가득차 있다. 그 투덜거림 가득한 문장은 내 가슴을 여러 번 송곳처럼 파고들기도 한다. 이 점이 그의 책을 읽는 매력이다.





특히 최근에 읽은 재치와 유머가 가득한 책<불안>의 247쪽에 나온 다음 구절을 읽으며 심장을 관통하는 묵직함과 찌릿함을 느꼈다. 


 '인생은 하나의 불안을 다른 불안으로,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불안을 극복하거나 욕망을 채우려고 노력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노력은 하더라도 우리의 목표들이 약속하는 수준의 불안 해소와 평안에 이를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 247쪽 - 


이 문장을 읽으며 나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었다. 불안은 누구나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이며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해오는 것을 완전히 막을 도리가 없다.  불안한 가슴을 부여잡고 아둥바둥 살고 있는 나를 비롯한 친구들 그리고 부모님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게다가 다음 구절에는 피식 웃으며 이 작가를 향해  무한한 호감을 느꼈다. 20대라면 공감할 만한, 혹은 20대가 아니더라도 무릎을 칠만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비록 다른 나라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만 질투한다. 우리의 준거집단에 속한 사람들만 선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성공은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이다.

- 58쪽 -


가까운 친구들의 성공은 불안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모두가 그렇지 않지만, 나하고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되는 친구의 성공을 보고 어찌 가슴이 불안으로 요동치지 않을 수 있을까. 진심으로 축하할 수는 있겠지만, 나의 현실을 돌이켜 볼 때의 초라함은 불안을 싹틔우기 시작한다. '나도 얼른 저 친구처럼 성공해서 돈 벌어야 되는데...저 친구처럼 빨리 좋은 직장을 잡아야 하는데..'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말이다. 더불어 부모님들은 누구 누구 친구 자식들의 성공사례를 열거하며 불안을 가중시킨다.


책 전체에 걸쳐 사람들이 가지는 불안의 근원에 대해 날카롭게 파헤치는 이 책의 매력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 읽었는데 또 한 번 읽을 생각이다. 한 번 읽고 덮어두기에는 다소 어려운 책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불안에 대한 발칙한 해석과 여러 철학자들의 말을 인용한 그의 문장들은 풍성한 사색을 도와준다.






2. 책<불안>에서 밑줄 그은 문장들


속물의 독특한 특징은 단순히 차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인간의 가치를 똑같이 본다는 것이다.

- 29쪽-




자존심=   이룬 것

            ---------

             내세운 것

제임스의 방정식은 우리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면 수모를 당할 위험도 높아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무엇을 정상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행복이 결정된다. 

(중략)

이 방정식은 우리의 자존심을 높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도 암시한다. 하나는 더 많은 성취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성취하고 싶은 일의 수를 줄이는 것이다. 

- 69쪽 - 



이 이야기들은 좋은 운을 타고 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기운을 북돋는 세 가지 메시지를 전달했다. 

첫째, 그들이 사회에서 진정으로 부를 창조하는 사람들이며, 따라서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 

둘째, 세상의 지위는 신이 보기에 아무런 도덕적 가치가 없다는 것,

셋째, 부자는 파렴치하며, 정당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일어나면 서글픈 종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차피 존중할 가치가 없다는 것.

- 92쪽 -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세계라는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138쪽-


질적인 면에서 보자면, 공동체로부터 무시당할 경우 신체적으로 불편하고 위험할 수 있다. 심리적인 면에서 보자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존중하지 않을 경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유지할 수 없다.

- 154쪽 -


실패의 물질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은 세상이 실패를 바라보는 냉정한 태도, 실패한 사람을 '패배자'로 지목하는 집요한 경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더 심각해진다. '패배자'라는 말은 졌다는 의미와 더불어 졌기 때문에 공감을 얻을 권리도 상실했다는 의미까지 담고 있는 냉혹한 말이다.

- 189쪽 -



3. 그의 저서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s in Love, 1993)

《우리는 사랑일까》(The Romantic Movement, 1994)

《너를 사랑한다는 건》(Kiss & Tell, 1995)

《프루스트가 우리의 삶을 바꾸는 방법들》(How Marcel Proust Can Change Your Life, 1997)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The Consolation of Philosophy, 2000)

《여행의 기술》(The Art of Travel, 2002)

《불안》(Status Anxiety, 2004)

《동물원에 가기》(On seeing and noticing, 2006)

《행복의 건축》(The Architecture of Happiness, 2006)

《일의 기쁨과 슬픔》(The Pleasures and Sorrows of Work, 2009)

《공항에서 일주일을: 히드로 다이어리》(A Week at the Airport, 2009)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Religion for Atheists : A Non-believer's Guide to the Uses of Religion, 2011)

《사랑의 기초-한 남자》(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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