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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2018 독서노트(15) 서른, 잔치는 끝났다



이렇게 와닿는 제목이 있을까. 최영미 시인의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 나는 잔치가 끝난 줄 모르고 있었다. 


시<혼자라는 건>을 어디서 많이 봤다했더니 작가의 시였다.  자취하면서 순대국밥을 즐겨먹는 나는 이 시에 격하게 공감했지.


시인은 시를 쓰는 게 아니라. 시를 정성껏 차려준다. 우리들에게 풍성한 음식이 가득한 밥상인냥. 그걸 받아든 나는 고시원 방바닥에 앉아 찬밥을 캄캄한 목구멍으로 밀어넣을 때처럼 울컥하며 시를 삼킨다. 


<혼자라는 건>


뜨거운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혼자라는 건

실비집 식탁에 둘러앉은 굶주린 사내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식사를 끝내는 것만큼 힘든 노동이지


고개숙이고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들키지 않게 고독을 넘기는 법을

소리를 내면 안돼

수저를 떨어뜨려도 안돼


서둘러

순대국밥을 먹어본 사람은 알지

허기질수록 달래가며 삼켜야 해

체하지 않으려면

안전한 저녁을 보내려면



<서른, 잔치는 끝났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운동보다도 운동가를

술보다도 술 마시는 분위기를 더 좋아했다는 걸

그리고 외로울 땐 동지여!로 시작하는 투쟁가가 아니라

낮은 목소리로 사랑 노래를 즐겼다는 걸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잔치는 끝났다

술 떨어지고, 사람들은 하나둘 지갑을 챙기고

마침내 그도 갔지만

마지막 셈을 마치고 제각기 신발을 찾아 신고 떠났지만

어렴풋이 나는 알고 있다

여기 홀로 누군가 마지막까지 남아

주인 대신 상을 치우고

뜨거운 눈물 흘리리란 걸

그가 부르다 만 노래를 마저 고쳐 부르리란 걸

어쩌면 나는 알고 있다

누군가 그 대신 상을 차리고, 새벽이 오기전에

다시 사람들을 불러모으리라

환하게 불 밝히고 무대를 다시 꾸미리라


그러나 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