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훑어보다 관심있는 잡지를 발견했다. 생활철학잡지를 표방하는 <뉴필로소퍼> 창간호다. YES24에서 바로 주문했다. '너무 많은 접속의 시대'라는 부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우리는 너무 많은 접속과 온라인 관계에 노출되어 있지. 이런 생각을 하며 잡지를 펼쳤다. 


<뉴필로소퍼>는 2013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창간된 잡지인데, 소비주의와 기술만능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보다 충실한 삶'을 찾겠다는 목표로 기획됐단다. 매호마다 철학적인 주제를 가지고 독자들을 만난다.


페이크 뉴스, 실존주의적 만화, 우리는 결국 만나지 못했다, 너무 많은 소통, 무지를 인정하는 지식인, 가상 인물과의 사랑, 커뮤니케이션…. 인문학적인 성찰이 가득한 글들이 사색에 잠기게 한다. 


그중 우리가 무척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었다. SNS와 같은 소통의 도구를 넘어, 뇌에 인터넷을 견결하고, 뇌의 신경신호만으로 누군가와 직접 소통하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고 예측하게 만드는 이야기. 한편 이렇게 까지 우리는 서로 연결되고, 소통되어야 하는가하는 물음이 고개를 들었다. 우리는 과잉 연결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은걸까.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미션은 인간 정신과 컴퓨터 간의 비유적인 연결을 넘어 실질적인 연결을 구현하는 것이다. 억만장자 사업가인 일론 머스크는 향후 10년 내에 인간의 뇌 속에 인터넷과 연결하는 '피질 직결 인터페이스'를 심기 위해 비밀 스타트업을 출범시켰다. 머스크는 뇌 동글 dongle이라는 불리는 컴퓨터 접속용 연결 장치를 착용한 채로 등장하여, 글을 쓰고 타이핑하거나 말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도 "실제로 왜곡없이 다른 사람과 직접 개념적인 의사소통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에 질세라 페이스북은 인터넷을 개발한 미국방부 산하 기관인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국장을 지낸 레지나 듀간을 등용했다. 그는 신경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변화해 정수리에 쓰는 동글납작한 모자인 스컬캡을 개발하고 있다. 이것이 완성되면 인간 정신용 모뎀이 될 것이다. 페이스북의 CEO 마크저커버그는 "나는 언젠가 우리가 기술을 이용하여 완전하고 풍부한 생각을 서로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21~22쪽, 니콜라스카 IT전문가 <너무 많은 소통> 중에서-


마리나 벤자민의 글 <소음의 시대, 침묵의 미덕>가 시사하는 바도 컸다. 우리는 침묵하기 어려운 세상을 살고 있다. 매일 전화벨이 울리고, 카톡 알림음이 쏟아지며, 문자메시와 이메일이 날아온다. 그 와중에서 '침묵의 미덕'을 간직하기란 쉽지 않다. 침묵은 어떤 가치가 있을까. 많은 소통과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는 요즘 시대에 침묵은 어떻게 재평가 될 수 있을까. 



침묵의 미덕을 떠올리노라면, 작가 세라 메이틀랜드가 직접 살아 낸 실험이 생각난다. 소음이 귓전을 꽝꽝 때리는 현대 도시 생활에서는 이제 침묵의 특성을 경험하기가 어렵다. 그는 그 특성을 다시 찾아보는 탐구에 나섰다. 그의 체험기 <침묵의 책>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대목은 침묵을 찾아 떠난 여행의 어려움을 거침없이 기록했다는 것이다. 메이틀랜드는 친구가 그리웠다.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대화에 있기 마련인 시시덕거림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고상한 임시방편이 될 BBC 라디오 4는 특히 아쉬웠다. 그렇기잠 계절이 끝없이

바뀌도록 스스로 도시를 멀리 떠나 있으면서 그는 차츰 내면의 목소리, 즉 이성에 앞서 일어나는 의구심과 직감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값진지를 배웠다. 그리고 주변 세상을 새로이 돌아보는 법도 배웠다. 이를 테면 자연과 진심으로 어우러지는 데서 진정한 즐거움을 찾아냈다. 정원을 가꾸는 재미에서부터 중력, 전기, 빛, 밀물과 썰물, 소리 없이 돌아가는 지구 자전 등 우리가 기대어 사는 힘 대다수가 조용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재미까지 온갖 기쁨을 느꼈다. 메이틀랜드는 가장 놀라운 일이 "침묵이 품은 활력"을 발견한 것이라고 적었다.

-33~34쪽,  마리나 벤저민 <소음의 시대, 침묵의 미덕> 중에서-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잡지 끝부분의 <나만의 인생철학 13문 13답>도 눈길을 근다. 질문은 다음과 같다. 창간호에는 넬리 갈란(전 보그 편집장)의 인터뷰를 실었는데, 질문 항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당신에게 악마같은 존재는 누구인가?

2. 인생의 깨우침을 얻는데 있어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3. 인생에 가장 크게 영행을 미친 사상가는?

4. 가장 크게 의심스러운 것은?

5. 사람들은 당신을 뭐라고 비난하나?

6. 세상에서 한 가지를 바꿀 수 있다면?

7. 당신을 괴롭히는 허상은 무엇인가?

8. 억만금을 준대도 절대 하지 않을 일은?

9. 마지막 식사를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먹겠는가?

10. 남들에게 가장 물어보고 싶은 것은?

11. 좋아하는 단어는?

12. 좌우명은?

13. 괜찮은 죽음이란?



<뉴필로서퍼>는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생활철학잡지가 맞다.

댓글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