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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2018 독서노트(20)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황인숙 시집




시집을 읽는 일은 낯선 골목길을 헤매는 것과 같다. 그러다 마주친 예쁜 카페, 맛있는 음식점, 책방, 사람풍경…. 뜻밖의 발견과 소소한 삶의 풍경과 마주친다. 그 날의 감정과 하늘 색깔과 자취방의 상태와, 싱크대의 얼룩과, 어질러진 양말과, 내일 할일을 생각하다가. 그러다가 복잡해진 마음 상태에 따라 끌리는 시가 다르다. 


그날 어떤 기분이냐에 따라 시는 아주 다르게 마음을 헤짚는다. 황인숙 시집<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를 서울 독립책방'고요서사'에서 샀다. 아주 자그마한 책방 한 구석에 다소곳이 누워있던 시집 한 권. 일요일을 풍족하게 해준다. 걱정많은 날, 딱 내 마음 그대로인 시 제목. 꼭 내가 하고싶은 걸 써놓은 시. 그래서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시. 두둥실 두둥실 하늘로 떠오르고 싶어라. 


걱정 많은 날, 황인숙


옥상에 벌렁 누웠다

구름 한 점 없다

아니, 하늘 전체가 구름이다

잿빛 뿌연 하늘이지만

나 혼자 독차지

좋아라!

하늘과 나 뿐이다

옥상 바닥에 쫘악 등짝을 펴고 누우니

아무 걱정 없다

오직 하늘뿐

살랑 살랑 바람이

머리카락에도 불어오고

발바닥에도 불어오고

옆구리에도 불어온다

내 몸은 둥실 떠오른다

아, 좋다

둥실, 두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