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어제, 충남대에서 4전 5기 신화의 주인공 전 프로복서 홍수환씨의 강연이 있었다(강연내용은 조금 이따가 나옵니다^^;). 강연이 끝나고 내 입에서 이 한 마디가 스트레이트로 날아갔다.
홍수환 쌤 : ????(의아해 하시는 표정)...예...그래요.
그리고는 냅다 카메라를 그의 두 주먹에 들이 댔다. 실례가 될 수 있었는데 그때는 '에라 모르겠다' 무대포 심뽀였다.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4번 쓰러져도 그를 다시 일어서게 만든 주먹이다.
오른쪽 주먹을 찍고 있는데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 : 옙..^^;
▲ 그의 인생의 축소판, 왼쪽 주먹의 모습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4전 5기 신화의 주인공 홍수환씨의 주먹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나의 돌발행동에 잠깐 당황하셨지만 흔쾌히 주먹을 불끈 쥐어주셨다. 왠지 이날은 강연모습보다는 그의 주먹을 찍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왼쪽 오른쪽 주먹사진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역사적인(?) 순간을 쟁취하고 싶었다.
실은 강연내내 어떤 사진을 찍어야 잘 찍었다고 소문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를 상징할 수 있는 무언가를 포착해야만 했다. 그런데 강연도중 불끈 쥔 그의 주먹이 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4전 5기 신화가 일어났던 순간을 생생하게 재현해 주시는 모습에서, 그의 주먹이 내 가슴팍에 꽃힌 것이다.
그의 주먹은 평범한 주먹이 아니었다. 그의 주먹안에는 한 복싱선수의 인생이 들어 있었다. 복싱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다시 움켜쥐었던 주먹이었다. 남산 계단을 수백번 오르내리며 챔피언이 되고자 다짐했던 주먹이었다. '내가 챔피언이 된다면 어머니가 무척 행복해 하실거야'라는 생각으로 불끈 쥔 주먹이었다.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오로지 복싱에만 미치게 만든 주먹이었다.
1974년 7월 3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 웨스트릿지 테니스 스타디움.
그곳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밴텀급 타이틀전에서 아놀드 테일러를 15회 판정으로 누르고 챔피언에 등극할 때 높이 솟구쳤던 주먹이었다.
▲ 앳된 모습의 홍수환
테일러와의 시합 전 날, 갑자기 호텔방에 찾아와 그를 응원해준 한국인 선원에 대한 고마움에 힘이 났던 주먹이었다. 챔피언이 되고나서 바다건너 어머니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 오던 순간, 너무도 자랑스러운 주먹이었다.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라는 유명한 외침을 가장 가까이서 들은 주먹이었다.
▲ 4전 5기의 신화를 만들어 낸 카라스키야와의 일전
1977년 11월 26일 파나마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슈퍼밴텀급 타이틀 결정전에서 헥토르 카라스키야를 3회 KO로 누르고 챔피언이되던 순간. 당시 2회 4번 다운된 뒤 3회 KO승해 `4전5기' 신화를 쓰게 만든 주먹이었다.
강연을 들으면서 그의 주먹안에는 슬픔, 기쁨, 눈물, 행복, 노력, 땀이 모두 배어있음을 깨달았다. 짠한 그의 인생이 손마디 마디에 배어있았디. 또 30여년전 '홍수환'이라는 복싱 챔피언의 포기하지 않는 자세와 도전정신이 맺혀 있었다. 나는 어제 그의 주먹을 찍은 것이 아니라, 그의 인생을 찍었다.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도 그의 주먹 사진을 찍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의 두 주먹 사진과 그와 함께 찍은 사진은 영원히 블로그에 남을 것이다.
★ 가장 힘들때 누구를 생각하나요?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 복서가 된 계기는?
권투를 좋아하셨던 아버지 영향을 받았어요.
★ '홍수환'이 생각하는 '도전'이란?
도전 자체가 바로 인생입니다.
★ 4전 5기의 신화를 만들어준 원동력은?
바로 연습..그리고 또 연습입니다.
★ 당신이 생각하는 '챔피언'이란?
챔피언이 아니라 참피온입니다. 참고(인내심) 피할 줄 알고(함부로 주먹을 휘두룰 수 있는는 상황을 피해야 하고) 온순한 사람이지요.
★ 다시 태어나도 복싱을 하겠는가?
그렇습니다.
★ 챔피언이 되었을 때의 기분은?
정말 기쁘면서도 뭔가 외로워요. 정상에 서면 왠지모를 외로움이 밀려오거든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챔피언에 등극했을 때 그 소식이 바다건너 모국으로 전송되었을 순간입니다. 남아프리카 앞 바다에서, 어선에 타고 있던 선원이 전송해주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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