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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 책 <정재승의 과학콘서트>의 저자 카이스트 정재승교수님께서 충남대학교 제 3차 통섭포럼에 큰 선물 하나를 들고 찾아오셨다.

통섭 (通涉,Consilience)은 "지식의 통합"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 학문 이론이다. 충남대학교 통섭포럼은 각 분야의 다양한 지식인들을 모셔 통섭에 대한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 선물이란 다름아닌 '뇌과학, 사회와 크로스하다'라는 제목의 강연!  호기심에 가득찬 대학생들에게는 교수님의 강연이 아주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님이 열띤 강연을 하고 계신다.

교수님은 주변 일상에서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우리들에게 '통섭'이라는 학문에 대해 알기쉽게 설명해 주셨다. 통섭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속에 있었던 것!

하나, 일상속의 통섭, 계단과 피아노를 합치다

강연시작과 함께,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것은 <piano stairs>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이 영상속에는 제목 그대로 피아노와 계단을 합친 피아노 계단이 나온다. 바로 일상속의 통섭인 셈이다.

 
출처 : http://thefuntheory.com 

이 재미난 계단은 스웨덴 스톡홀름의 지하철 입구 계단에 설치되어 있다. 이 계단은 '과연 사람들이 에스켈레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게 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계단을 '재밌게' 만드는 것에 그 해결책이 있음을 깨닫고, 센서와 음향장치를 장착시킨 피아노 계단을 탄생시켰다.


계단+피아노+재미 이 삼박자 어우려져 기가막힌 통섭(통섭을 보다 광범위한 의미에서 이해하자면)을 이루어낸 것이다. 스웨덴 시민들이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둘, 일상속의 통섭, 쓰레기통+물건이 깊은 구멍으로 떨어지는 소리

교수님이 들려주는 일상속의 통섭은 또 있다. 바로 쓰레기를 버리면, 100m 아래로 쓰레기가 떨어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쓰레기통이다. <The World's Deepest Bin>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쓰레기통에 특수 음향장치를 해놓으니, 시민들이 재밌어서 주변의 쓰레기를 한번 더 줍게 된다. 일상속의 통섭이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정말 쓰레기통안에 깊은 구멍이 뚫려있는지 확인해보려는  한 시민의 모습이 재밌다. 그 쓰레기통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그것이 재밌으면 된다는 걸 또 한번 입증해 보인 것이다.

셋, 넛지이론, 파리와 소변기의 통섭(?)

교수님은 곧이어 그 유명한 파리를 그려놓은 소변기 사진을 보여주셨다.


리차드 테일러의 넛지이론을 설명하는 많이 쓰이는 사진이다. 넛지이론은 어떤 강압이나 강제없이 누군가가 어떤 행동을 자연스럽게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를 설명할 때 쓰인다. 

소변기에 파리를 그려 놓았더니 남자들의 오줌이 밖으로 튀는 양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오줌을 밖에 튀기지 마시오'라는 강제(?)적인 문구없이, 파리 하나로 남자시민들이 자연스레 조준해서 오줌을 쌀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 화장실에 실제로 있는 소변기라고 한다. 세상엔 참 재밌는 아이디어가 많다. 변기와 파리 한 마리의 통섭이 누군가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여기까지가 학생들이 '통섭'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수님께서 제시한 사례들이다. 통섭학문이란 것은 서로 다른 두 가지를 서로 합침으로써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학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넷, 뇌과학+건축의 통섭 - 건물 천장이 높을 수록 창의력이 높아진다?

강연이 시작된지 15분 정도가 지났을까? 본격적으로 오늘의 주제인 뇌과학과 다른 학문과의 통섭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교수님은 건물 천장이 높을수록 사람의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이론을 소개했다. 소아마비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든 조나스 솔크라는 박사가 창안해 낸 이론이다.


솔크 박사는 어느 날 소아마비를 치료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그러던 중 천장이 높은 성당 건물안에서 소아마비를 치료할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다. 그 후 백신을 개발하고 나서 솔크박사는 천장이 높을 수록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에 대해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 솔크박사가 창립한 솔크생물학 연구소의 모습. 이곳의 건물은 모두 천장이 높다.

이 연구는 바로 뇌과학과 건축학의 통섭이었다. 뇌와 관련된 인간의 창의력이 건물구조에 따라 그 정도가 다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아직도 여러 과학자들이 이 이론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다섯, 광고마케팅과 뇌과학의 통섭, 뉴로마케팅

교수님은 이번엔 광고와 뇌과학의 통섭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름하여 뉴로마케팅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한 예로 히트한 자동차 K7을 출시 하기 전에, 기아자동차에서 교수님의 뇌과학 연구실에 자동차의 이름을 어떻게 지었으면 좋겠냐고 의뢰했다고 한다. 왜 자동차 이름을 짓는데 뇌과학이 필요했던 것일까?


교수님은 연구실에서 숫자와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이름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후, 사람들이 어떻게 인지하는지 실험했다고 한다. 그 실험에서 사람들에게 자동차 이름의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며 가장 긍정적인 이미지를 불러 일으키는 단어를 찾아냈다. 우리의 뇌가 어떤 이름을 가장 매력적으로 인지하는지에 대한 연구였던 것이다. 그 결과 K와 7의 조합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두 분야가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여섯, 미학, 문학, 글쓰기와 자연과학의 통섭 - 정재승 교수의 공동 책쓰기 작업

한편, 교수님은 이런 통섭의 위력을 알기에, 통섭을 직접 실천 해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바로 다른 분야의 지식인들과의 공동으로 책을 쓰는 일이 그것이다. 첫번째 실천은 논객 진중권씨와 함께 쓴 책'크로스'였다.


이 책은 여러가지 사회의 이슈를 놓고, 미학자의 눈과 자연과학자의 눈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다.

그는 또 소설가 김탁환씨와 함께  '눈먼시계공'이라는 SF소설을 펴냈다. 이번엔 소설가와 뇌과학자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책은 과학자와 소설가 함께 쓴 국내 최초의 소설이라고 한다. 로봇과 인간, 사이보그가 공존하는 2049년의 서울에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수님은 '요즈음 사회에서 '통섭'이라는 단어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씀 하신다. 그는 다른 분야의 지식인들과 공동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더불어 통섭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고 있다고 한다.

통섭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닌, 실천으로 옮겨질 때 빛은 더하는 법! 오늘 강연을 듣고 나도 인문학도로서 어떻게 하면 다른 학문과 통섭할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학문은 더이상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어렴풋한 깨달음이 들었다.

교수님은 앞으로도 다른 분야의 학문과 끊임없이 교류하며 '통섭'을 직접 실천해 보고 싶다고 하신다. 이러다 교수님이 '통섭'과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닐까^^;?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 통섭과 정재승 교수님 두 분(?)이 오래 오래 사랑하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재밌고 흥미로운 결과물이 책으로 많이 나올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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