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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풍경을 자랑하는 남도명품길 달마고도.



꽃은 시들어도 길은 시들지 않는다. 천년의 세월을 품은 '달마고도(達摩古道)'가 내게 준 가르침이다. 


11월 18일 해남군 송지면 천년고찰 '미황사(美黃寺)'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행문화학교 산책(대표 김성선)이 기획한 달마고도 개통기념 걷기행사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배낭을 앞 뒤로 두 개나 멨다. 앞에는 뱃살, 뒤에는 작은 가방. 미황사를 출발하는 달마고도 제1코스를 따라 흙길을 밟았다. 사뿐사뿐 걷다가도 길 움푹패인 곳에 뱃살을 받힘돌로 끼워 놓고 싶었다. 그러다 묵묵히 걸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은채 정성스레 길을 닦은 이들의 마음을 떠올리면서.





"달마고도는 1268년 전  저 멀리 인도 우전국에서 부처상과 경전을 모시고 온 길입니다. 땅끝 사람들이 미황사를 찾아오기도하고저 월성 장에 가는 길이기도 하고사람들이 생활로기도로수행으로 걸었던 길입니다.  제가 꿈속에서도, 외출했을때도 ' 길을 가야되는데'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굉장히 편안하고 아름다운 길입니다."


달마고도 개통식에서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달마고도를 예찬했다. 스님은 이전부터 꿈 꿨다. 그냥 걷는 길이 아니라 수행의 길이 됐으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살필수있는 길이 됐으면. 그 옛날부터 성스러운 산으로 명명된 달마산을 한바퀴도는, 마음 수행의 길을 만들었으면. 이젠 그 꿈이 이루어졌다.


달마고도 개통식



달마고도는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489m) 중턱을 따라 평균고도 200m~350m에 조성돼 남도 명품길로 재탄생했다.병풍을 휘두른듯 한 달마산의 기암괴석, 그 수려한 산세와 남도 바다의 너른 품을 조망할 수 있는 둘레길이다. 미황사에서 시작해 큰바람재, 노지랑골, 몰고리재로 이어지는 17.7km 코스다.  


달마고도 제1코스 미황사



달마고도는 12개의 암자를 연결하는 순례길이자 마음의 때를 벗는 구도의 길로 불린다. 삽과 지게, 호미 정도의 도구만 써서 그야말로 원시적인 공법으로 완성됐단다. 길에는 그 흔한 데크도 없다. 하루 40여명이 250여일 동안 길을 닦았다니! 걷다보면 달마고도가 자연을 배려한 길이라는 걸 금새 알아차릴 수 있다. 길마다 한 가운데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 그렇다. 베지 않고 그대로 살려놨다. 그런 마음씨를 어여삐 여겨 달마산 일만불(一佛萬)중 한 분이 기쁜 마음으로 마중나온듯도 싶다. 




"달마고도를 걷다보면 너덜지대도 나오고기암괴석과 바다, 편백나무 숲, 수많은 남도의 섬을 바라볼수있어요남해와 서해를 함께 볼수 있는 길이어서 정말로 명품길이라고   있습니다. 달마산은 우리나라 사람뿐만아니라 중국과 인도에까지 성산으로 알려졌어요. 미황사 사적비 제일 첫부분에 달마의 법신이 상주하는 산으로 기록되어있어요."


금강스님의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일만 부처의 사리를 쏟아 놓은 듯한 너덜지대에 이르러  남도의 바다를 바라보라. 숨을 들이시는데 막걸리 향이 콧구멍속을 요리조리 헤집는 것 같은 착각. 절로 '캬' 소리가 나온다. 바닷바람이 쏴아아.  몸의 불상, 도톰한 '귓불(佛)'을 달마산이 만지작거린다. 다시 길을 걷는다. 앞서가는 여행문화학교 산책 김성선 대표의 발뒤꿈치에 개구리 뒷다리가 솟았나보다. 황소종아리로 내딛는 발걸음이 폴짝폴짝 가볍다.  



앞장 서서 달마고도를 걷는 여행문화학교 산책 김성선 대표.



달마고도의 길을 낼 때 이 지역에서 50회 넘게 가봤던 마을사람들도 불가능한 코스라고 했단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모여 지리산둘레길도 시샘할 만큼 멋진 길이 탄생했다. 지리산둘레길이 발뒷꿈치를 들어 달마고도가 '나보다 잘 생겼어?' 곁눈질 할 법도 하다.



편백나무 숲과 대나무숲을 지나며 마음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달마산의 기암괴석이 흘러내려 쌓인 너덜지대에 이르러 다시 털썩 앉는다. 귤을 까먹는다. 늦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저 머리 해안가 마을. 가을빛 머금은 논과 밭도 굽어본다. 첫째날은 1코스와 2코스를 걷고, 둘째날엔 4코스 끝에서 3코스 방향으로 걸었다. 3코스를 걷다가 뛰어내려오는 노루와 마주쳤다. 나도 내리막 길에선 노루처럼 포올짝, 포올짝. 오르막길에선 숨을 헐떡헐떡. 


달마고도 제3코스에서 바라 본 바다


달마고도를 걸을때 잠시 멈춰서면  위에 '말줄임표(….)' 생긴다사람이라면 온갖 언어로 채워 놓을 공간 자리를 바람으로 채워넣는다달마고도는 마음 속 소리를 경청하게 만드는 길이다. 길은 경전의 한 구절처럼 속삭인다. 서두르지 마라. 잠시 되돌아보라. 포기하지 마라.


달마고도 1코스부터 4코스까지 대부분의 흙길이 많지만 오르막 내리막이 섞여있어 하루에 다 걷기가 쉽지는 않다. 참으로 수행의 길이 맞다. 그래도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걸으면 약 8시간이 걸린다. 달마고도는 부처님의 손금따라 걷는게 아닐까. 낙엽이 쌓인 어느 길은 여인의 손목처럼 가늘고어느 길은 자식키우느라 억세진 어머니의 팔뚝같다. 잠시 멈춰서 발바닥으로 길의 맥박을 짚는다. 삶이 어디 아픈데 없는지, 길도 어디 아픈데 없는지.


벌써부터 달마고도가 그립다. 다시 한 번 찾고 싶다. 다시 찾아간다면 4코스 따라 걸으며 도솔암까지 오르고 싶다. 도솔암은 미황사를 창건한 의조화상이 수행하던 곳이란다. 기암절벽 틈에 자리 잡고 있는 도솔암에서 새해 소망을 빌어보는 것도 좋으리라.



천년의 세월을 품은 태고의 땅으로 낮달을 찾아 떠나는 구도의 길, 달마고도


1코스 미황사~큰바람재

거리 : 2.71㎞

주요 코스 : 미황사, 산지습지, 너덜, 암자터, 편백나무숲, 수정굴 등


2코스 큰바람재~노지랑골 사거리

거리 : 4.37㎞

주요 코스 : 천제단 암자터, 떡갈나무고목, 너덜암자터, 미타혈, 큰금샘, 작은금샘 등


3코스 노지랑골 사거리~몰고리재

거리 : 5.63㎞

주요 코스 : 하숙골 옛길, 노간주나무고목, 편백나무 숲 등


4코스 몰고리재~인길~미황사 (땅끝 천년 숲 옛길과 겹치는 구간)

거리 : 5.03㎞

주요 코스 : 몰고리재, 도솔암, 용담골, 편백나무숲, 미황사 부도전 등


주변 여행지 : 땅끝 문화생태 탐방로, 땅끝전망대, 땅끝해양자연사박물관, 대죽리 신비의 바닷길, 송호해수욕장 등




사진제공 : 여행문화학교 산책, 작가 신병문


여행문화학교 산책은 여행, 캠핑, 트레킹, 문화, 강연 등을 매개체로 자아를 발견하고 힐링(치유) 추구하는 기업이다. 여행, 캠핑, 트레킹을 통해 자연속에서 세상과 자신을 발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홈페이지 : http://www.gowalk.kr/






영상 : 정다운




다음편 :

해남땅끝 남도명품길 달마고도(2)산악사진가 이상은 강연(계속)

해남땅끝 남도명품길 달마고도(3)미황사(계속)

댓글
  • 프로필사진 손미경 꼭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길을 걷듯 천천히 천천히 읽어봤어요.
    가고 싶은 곳, 걷고 싶은 길이 또 한 군데 생겼네요.
    2017.12.17 17: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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