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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TEDxDaejeon 공식블로그 http://tedxdaejeon.tistory.com/40 에 먼저 올린 글을 가져 온 것입니다.^^ 지난 2월 26일 지식컨퍼런스 TEDxDaejeon이 열렸는데, 산악인 이상은씨가 연사로 참여해서 달팽이 산행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정상정복의 산행이 아닌, 느릿느릿 내 주변을 둘러보는 달팽이 산행의 매력을 들려주셨지요. 그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바꾸어 보았습니다.


유쾌,상쾌, 밝은 미소가 어울리는 그녀, 산악인 이상은씨. 지난 주에 그녀를 만나고 왔습니다. TEDxDaejeon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지 그 내용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자연을 통해 그녀의 삶은 보다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하네요.

2003년 아시아 여성 합동 등반 국가대표로 선정되어 히말라야 니레카봉을 세계 최초로 등정했고요.
한국에 돌아와서는 내 주변 산과 길의 매력을 발견하며, 내 고장 자연에 대해서 또 다른 감동을 느꼈다고 합니다. 갑갑한 직장, 집을 벗어나 가끔은 자연으로의 일탈을 꿈꿔보라는 그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Q.요즈음도 계속 산에 가시나요?

직장생활하랴, 가사일하랴 학교에서 공부하랴 내 주변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죠?
그래도 저는 꼭 시간을 내서 산에 갑니다. 제가 산악인이라서가 아니라 산을 통해 제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죠.


Q.산과의 첫 인연은 언제였는지 궁금해요.

산의 매력에 푹빠지게 된건 스물다섯 살때부터 였어요. 물론 그 전에 한 남자에게 푹 빠져 있었지만요.
왜냐면 그 남자가 산을 무척 좋아했거든요.

우리가 연애를 하려면 공통적인 관심사가 있어야하잖아요? 저는 그때 '아, 그 남자가 산을 좋아하니까 나도 산에 관심좀 가져보자'는 생각이 퍼뜩 스쳤죠. 그 뒤로 그 남자와 자주 산에 가면서 더욱 애틋한 감정이 생겼죠. 그 남자가 바로 현재의 남편입니다. 하하. 산에서 프로포즈도 받았어요.

그 후 대전 등산학교에도 등록하고, 그렇게 산 그리고 제 남편과의 깊은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Q.하하 산에서 님도 만나고 사랑도 이루셨군요. ^^ 후에 세계최초로 니레카봉을 오르셨잖아요? 그 때 당시의 이야기좀 들려주세요.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죠.
'맙소사 아시아 여성 합동등반 한국대표에 선정되었다고?'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2003년 제가 제 1회 아시아 여성 합동등반 한국대표에 선정되었거든요. 그때 쿰부 히말라야 니레카봉(해발 6,159m)을 세계최초로 등정하게 됩니다. 사실 제가 한국대표가 된 건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걸린 거에요. 그 때 산악인들 중 난다 긴다 하시는 분들이 많이 바쁘셨나봐요. 마침 저는 그 때 제가 백수였거든요. 그래서 선정되었나 봅니다. 하하.^^

또 오은선, 엄홍길씨처럼 처음부터 멋있는 목표를 세운 것도 아니에요. 이를 테면
'그래 나는 여성최초로 8000m 최고봉 14좌를 완봉하겠다'같은 멋진 포부가 없었어요.
저는 그런 거창한 계획이 없었어요. 그냥 GO하자. 그냥 가보자. 이런 생각이었죠. 그냥 산이 좋으니까. 가보자구요. 제가 대원들중 막내였는데, 언니들을 열심히 따르며 무사히 정상에 오를 수 있었죠.


Q.히말라야같은 큰 산들이 있는 곳에 가면 감동이 남다를 것 같아요. 그 느낌이 어땠나요?


히말라야에 가면 큰 산이 주는 특유의 감흥있어요. 거대한 자연앞에 있다보면 왠지모르게 벅차오르잖아요. 그때의 감흥이 계속 남아있으니까 또 가고 싶기도 하구요. 그런데 큰 산이 주는 매력만큼이나 큰 감동을 저는 대전의 자연에서 얻었어요. 제 주변의 산과 길 그리고 숲에 눈 뜬거죠. 히말라야 그런데는 크고 웅장하지만, 우리 주변의 자연도 그에 못지않은 매력이 있는거죠.


Q. 대전에서도요? 그 곳이 어디인가요?

대전에 터전을 잡고 옷매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다보니 이런 생각이 드는거에요. 대전에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주변의 자연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러다 대전 둘레 길을 만나게 되었죠. 정말 깜짝 놀랐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사람들이 모여 꾸준히 둘레길을 걷는 걸 보고 감동받았어요.

전에는 지리산종주, 백두대간 종주 등 산을 종주한다는 개념이 많았잖아요.
둘레길은 또 다른 산행이었습니다. 대전 둘레길은 제주 올레길보다 먼저 생겼다는 것에도 감동했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좋은 걸 왜 안 알려?
그래서 산 관련 잡지에 둘 레길에 관한 기사를 쓰며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죠.


Q.그때부터 달팽이 산행도 시작된건가요?


네 그렇죠. 그러면서 정상을 정복하기 위한 산행이 아닌, 느릿느릿 함께 걷는 산행의 가치를 깨닫게 되었어요. 이름하여 달팽이 산행의 매력을 느낀 것이죠. 히말라야를 등정할 때는 오로조지 정상을 향해 정신없이 오르는는데, 달팽이 산행은 느림의 미학을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한 달에 한 번씩 매장의 고객들과 함께 달팽이 산행을 합니다. 모두들 삶에 찌들려 있잖아요. 달팽이 산행은 그런 사람들이 일상에서 잠시 떠날 수 있는 시간이에요.  '꼭 산 정상까지 가야해'가 아니라 '그냥 즐기면서 천천히 가자'. 꼭 일등 해야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두 함께 걷자. 달팽이 산행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하면 돼요.


Q. 제 주변을 보면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자기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휩쓸린다는 생각입니다. 달팽이 산행을 통해 삶을 더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맞아요.^^ 달팽이 산행은 무언가에 쫓기는 삶에서 잠시 떠날 수 있는 시간이에요. 달팽이 산행오시는 분들 중에 주부들이 있어요. 주부들은 가사노동에 찌들려 살 때가  많아요. 어디 한번 훌쩍 떠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죠. 기차타고 여행을 가고 있어도 마음이 불안한 거에요. 그들은 누구 와이프고, 누구 엄마고 이런 식으로 불려요. 진정 자기가 누구인지 잊어버리고 살죠. 애 키우랴, 직장 다니랴 할 일도 많고 자기만의 삶을 포기하게 되죠.

저는 그런 분들에게 뭔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어요. 달팽이 산행을 하며 잠시 훌쩍 떠나보라는 거에요. 사람은 한번쯤은 일상을 과감히 벗어나야 합니다. 제가 달팽이 산행을 하는 이유는 제 자신이 여유로워지고 싶어서에요. 무언가에 쫓기는 삶을 살고 싶지 않거든요.

전에 해금 연주자, 가곡하시는 분, 오카리나 연주자 분들을 모시고 달팽이 산행을 한 적이있어요. 그 분들이 절로 흥이 나 연주도 하고, 노래도 부르시더라구요. 같이 온 사람들도 흥겹게 그 시간들을 즐겼구요. 천천히 산을 타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거죠.

Q. 와, 산속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거네요. 달팽이 산행이 의미있는 산행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달팽이 산행의 매력좀 더 들려주세요.

산으로 떠나보면 서있던 자리를 한번쯤은 되돌아보게 됩니다. 내가 왜 그 사람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을까? 가슴 아프게 했을까? 이런 생각들이 들어요. 한번쯤 자기자신 그리고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죠.



산을 올라가려면 온몸을 써야 해요. 몸으로 느낀다는 건 굉장히 소중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착한 일 하는 것 돈을 주고 기부를 하잖아요. 돈을 주는 것만으로 사회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생가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연탄을 나르거나, 직접 벽돌을 날라서 집을 짓는 등 몸으로 나눔을 실천합니다. 몸으로 하면 그 감동이나 깨달음이 다르잖아요?
산도 마찬가지에요.

산행도 온 몸으로 하기 때문에 그 감동과 깨달음이 더 크게 돌아오는거죠. 몸으로 느끼는 것과 머리로 느끼는 것은 달라요. 달팽이 산행은 이 둘을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좋아요.


Q. 오늘 연사님을 만나며 느림의 미학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산정상에 오르는 일보다는 보다 내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며 걷는 산행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네팔어로 비스따리 비스따리라(네팔어로 '천천히 천천히'라는 뜻)고 하잖아요? 그처럼 천천히 천천히 가는 삶도 좋다는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왜 제가 산을 단순히 정복하는 것보다는 달팽이 산행을 권하는지 아셨을거에요. 히말라야같은 큰 산들도 분명 감동을 주지만, 우리 삶 가까운 곳에 있는 자연속에서도 충분히 그 감동을 느낄 수 있어요. 대전에 살고 계시다면 대전 가까운 곳에도 멋진 산과 길이 많다는 것을 아셨죠?


Q. 네. 하하. 그나저나 연사님이 가장 애정이 가는 산은 어떤 산인가요?

제 개인적으로는 덕유산을 참 좋아합니다. 그곳에 가면 엄마품같죠. 산 능선을 보고 있으면 제 삶을 느낄 수 있어요. 아스라이 펼쳐진 능선이 앞으로 펼쳐질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 모습이 인생이구나하고 느껴요. 오늘은 인생의 몇 번째 능선을 넘었을까, 몇 번 째 산을 넘었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 뒤돌아 보면, 뒤에도 능선이 물결처럼 펼쳐져 있어요. 지나온 삶이 온전히 펼쳐져 있지요.
 

이런 것들을 저 혼자만 느끼기가 너무 아까워요. 내일 당장 가까운 일상을 벗어 던지고 떠나세요! 둘레길이든! 덕유산이든! 가까운 공원이든! 한번쯤 일상을 과감히 벗어나세요.


이상은 연사님을 통해 대전에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멋진 산과 숲 그리고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멀리 갈 생각하지 말고 내고장 주변 자연에 대해서도 애정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곧 있으면 개강입니다. 또 분주하게 학점과 토익 그리고 취업을 위해 달려야 할지도 모르죠. 앞만 보고 달리지만 말고 내 주변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콘트리트 안에 갇혀서 내 청춘을 낭비하기보다는, 보다 트인 하늘아래 자연속에서 내 꿈과 고민들을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졌습니다.


사진은 산악인 이상은씨가 제공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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