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고 월급이 따박따박 들어오니 배가 절로 부를때가 많다.
그러나 돈이란 것이 늘 그자리에 고여있는 게 아니라 이리 흐르고 저리 흘러 댕기니. 개도 안물어가는 돈 그게 다 어딜가나 모르겠다. 몇 주일 지나면 다시 빈털털이다. 뭣 갚으랴. 저것 갚으랴. 집에 좀 도와주랴. 징그랍다. 징그라. 뭔놈의 돈이 방구석에 안붙어 있고 뭐 그리 방랑벽이 심한지.
그래도 뿌듯한 순간이 있었다.
지난 추석 명절에 집에 내려가서 아버지를 뵈었다.
"살쪘다. 배 많이 나왔네"
"네 크크. 아버지처럼 되가네요."
아버지는 살짝 웃어보이셨다.
10년 된 자동차는 여전히 잘 굴러가고 있었다.
어머니는 몰래 귀뜸했다.
"니 아버지 매번 기름 만땅으로 안채우고 다닌다.
요새 힘등게. 기름도 1~2만원씩 넣고"
어머니의 말에 왠지 가슴 구석탱이가 아팠다.
아버지의 주름살도 더욱 깊게 패인 것 같았다.
아버지는 모처럼 아들왔으니 드라이브나 하자며 어머니와 나를 태우고 주유소에 들리셨다.
이번에도 1~2만원 채우시려고 하시길래 내가 그랬다.
"아버지 기름 만땅 채우세요. 제가 결제 할테니까"
아따 징그랍게 많이 들어갔다. 아버지 차가 그렇게 기름 많이 먹는지 몰랐다.
크크크. 그래도 뿌듯했다.
아버지는 배부른 표정이었다.
이게 아버지를 위해 한 첫번째 효도였다.
별거 아니지만.
어머니는 몇일 후 귀뜸해주셨다.
"야..말도마라. 너희 아버지 기름 가득 채우니까 좋댄다. 더 잘 돌아댕긴다. 아주.
참 어떨때보면 안쓰러워."
더 많은 걸 해드리고 싶지만 사소한 것 하나부터 하나 하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지금쯤 다시 1~2만원씩 주유하고 계실 것이다.
조만간 다시 고향에 내려가서 아버지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워드려야겄다.
더 돈을 벌면 용돈도 가득 쥐어드렸으면 좋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