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청춘 에세이/백수일기23 고시원 방이 살쪘으면 좋겠어 내 고시원 방이 살쪘으면 좋겠어. 지금은 방이 하나밖에 안되지만, 하루하루 살쪘으면 좋겠어. 그래서 거실이 하나 생기고, 옷 전용 방이 생기고, 서재 하나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집은 밥을 먹지 않는다는 걸 알아. 고시원 방구석은 나를 좀먹고 있지. 오늘도 상상속에서만 집이 살을 찌네.뱃살 찌드끼만 쪄도 될텐디.항아리마냥 불러올라도 될텐디.이놈의 방구석. 2014. 3. 6. 우산의 직업 평상시엔 백수였다가1년 중 몇 일은 일거리가 있다.대신 밖에서 온 몸이 젖으며 일한다.집에 돌아와서는 축축히 젖은 몸을 말린다.그림자, 어둠속에서 밤을 보내며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빗방울을 몇 방울 떨구며.하루를 마친다.내일 하늘이 개고 비가 오지 않으면다시 백수로 돌아간다.하지만 잊혀지지 않고, 꼭 비가 올 일이 있으면찾게 된다. 우산은 일용직.그러다 먼지가 쌓이고, 녹이 쓰는 삶.비가와도 할 일이 없을 때도 있다.주인이 집에서 뒹굴면. 2013. 7. 27. 고시원 번데기 오늘도 일이 끝나고 고시원 제 방에 들어왔습니다.작은 창문은 굳게 다문 입술처럼 꾹 닫혀 있네요. 겨울밤의 찬 바람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바람은 왜 모를까요. 이 공간에 들어오면 외로워진다는 것을. 그래도 비집고 들어옵니다. 저의 체온을 이불삼아 덮어줍니다. 책상앞에 앉으면 발가락이 시렵네요. 손가락들도 추워서 키보드위를 더 바쁘게 움직입니다.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옷을 두겹으로 입습니다. 이불을 넓게 펼쳐놓고, 침대를 살짝 데워 놓습니다. 어젯밤에 사먹은 '우유속에 코코아' 빈 깍이 붕어처럼 입 벌리고 있네요. 한 숨을 '푸욱~' 내 쉰 것 같아요. 부쩍 마른 지갑도 납작하게 배를 깔고 있습니다. 새끼 넙치같네요. 책들이 널브려져 있고, 그 옆에 벗어놓은 양말들이 생쥐들처럼 모여있습니다. 뱃속은 병든 닭.. 2012. 2. 16. 바람도 추운지 내 방으로 기어들어온다 창문도 문도 꼭꼭 닫았다 그런데 내 고시원 방에 찬 바람이 새들어왔다. 창틀의 빈틈사이를 어떻게 알고 기어들어오다니. 얼마나 추웠으면 이렇게 비집고 들어오는 걸까 녀석도 추웠던게지 밖에서 덜덜 떨었던게지 얼른 이불하나를 내주었다. 갈 곳이 없으니 몇 일간 묵는다고 한다. 이런..... 괜한 친절을 베풀었다....쯧쯧. 괘씸해서 방귀를 뿡 껴주었다. 크.쿠.하하. 2011. 11. 22. 취업준비생이 하늘의 아기천사에 보내는 이야기 아기천사야, 나는 땅위에 사는 취업준비생이다. 오늘 지원한 회사에서 떨어져서 그냥 이런 생각을 해보았어. 떨어진다. 왜 자꾸 떨어질까. 하늘로 떨어질 수도 있는데. 낙엽은 왜 아래로만 떨어질까. 훨훨 날아올라 구름위에 쌓일 수도 있는데. 구름위에 살고 있는 아빠 천사들이 낙엽을 쓰느라 바쁘겠지. 빗방울은 왜 땅으로만 떨어질까. 빗방울이 하늘로 떨어지면 구름에 살고 있는 엄마천사들이 우산을 쓰고 다니겠지 별똥별은 왜 아래로 떨어질까. 하늘로 쏘아 올려지면 자연발생적인 폭죽놀이가 될텐데. 왜 눈은 땅위로 내릴까. 하늘로 내리면 구름위의 아기천사 너희들이 눈사람만들며 놀 수 있을텐데. 그러면 아기천사 너의 일기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겠지. '오늘, 땅에서 눈이 내렸다.' 아니다. 너희들에게는 눈이 아닌 초콜릿,.. 2011. 11. 15. 귀숟가락 고시원 내 방에서 환영을 보았다. 귀 숟가락. 귓밥을 떠먹는. 2011. 11. 13. 아빠는 손톱깎이, 엄마는 핀셋, 누나는 귀파개, 나는 손톱긁개 고시원 내 방에서 녀석을 발견했다. 이 안에 우리가족이 있었다. 아버지는 손톱깎이 어머니는 핀셋 누나는 귀파개 나는 손톱긁개 핀셋을 보면 어머니가 떠오른다. 내가 중학교시절 엄마는 핀셋처럼 나의 교복을 빨래걸이에서 집어다 주셨다. 밥을 안먹고 가겠다는 나를 붙잡고, 음식 하나를 집어다 주셨다. 내 표정을 보고 어찌나 내 고민을 잘 아시던지...핀셋처럼 콕콕 집어내는 그 예리한 어머니의 관찰력! 아버지가 아무데나 벗어놓은 양말을 핀셋처럼 집어서 세탁기에 넣으시고, 누나가 벗어 던진 교복을 핀셋처럼 집어서 세탁기에 넣으시고, 내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속옷을 핀셋처럼 집어서 세탁기에 넣으시니...흑흑. 지금 생각하면 죄송스럽다. 손톱깎이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비오는 날 손톱을 깎으실 때가 떠오른다. 빗방.. 2011. 11. 13. 책이 개구리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고시원 내 방에 있는 책이 개구리가 되는 상상을 해본다. '지혜 '를 낼름 섭취하는 책들. 때로는 책이 개구리가 되어 내 방의 모기를 낼름 잡아 먹었으면 좋겠다. 좀 잔인한가.... 2011. 11. 12. 쿠쿠밥통에게 쓰는 편지 쿠쿠밥통아 안녕. 나는 너의 보온기능이 참 좋아. 쌀 한 톨 한 톨 따숩게 보듬고 있는 모습이 좋드라.. 그런데 아까 너를 열어봤더니, 밥이 누래져 있더구나. 떠서 목어보니 딱딱하더라.야. 자주 네 속을 들여다봤어야 하는데 자주 네 마음을 열어봤어야 하는데 나도 사는게 바뻐서... 는 핑계고 차려먹기 귀찮아서... 미안.... 그런데 사람의 마음도 밥통 너 처럼 열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살다보면 서로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틀어지는 경우도 있지 사람의 마음도 서로 들여다 보지 않으면 누래지고...딱딱해지고... 나중엔 응어리가 되는 것이기도 하겠지.... 그 밑은 새카맣게 타버리거나 2011. 11. 1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