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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에세이

고장 집 냉장고가 오래도록 냉가슴을 앓고 있었나보다 끙끙댄다 새벽 1시가 다 되도록 그동안 내가 너를 열어봤어도 네 마음을 열어 본 게 아니구나 왠지모를 미안함 나는 불을 끄고 방에 들어왔고 너는 입을 다문채 시커먼 밤을 품고 있다
아재의 주말 이 우주의 크기에 비하면 내 코딱지 크기일 것같은 코로나19. 이 지구상에서 후벼 파내고 싶은 바이러스 새끼. 애 때문에 하도 써서 내 코의 때가 묻은 마스크. 그 옆을 지나 베란다로. 아 쉬….씨레기 위에 똥을 싸질러놓은 비둘기 뒤통수와 마주침. 아…문 열고 뒤통수 한 대 세게 때리고 싶은데…참는다. 비둘기 새끼들의 공중화장실을 애써 외면하고 남은 창문들을 활짝연다. 다이슨 짝퉁 청소기를 잡아든다. “총각이 향기 나게 하고 살아야지.” “누가 보면 유부남인 줄 알겄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이 퀴즈탐험 신비의 현상. 냄새의 근원을 찾아 한 마리 야생 짐승처럼 코를 킁킁거리며 집 안을 누빈다. 그래…청소라도 잘 하고 살아야지. 청소기로 방과 거실을 쓱쓱 밀고 다닌다. 그럼에도 자다 일어나서..
살아있는 건 참 좋은데 살아가는 건 왜이리 슬픈지.
피곤 눈이 저절로 감겨 이건 분명 직장인데 침대위에 있는 것 같아 매트리스로 가고 싶어 키보드 치다가 지쳐 지치다가 집에 가고 싶어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싶어 눈이 저절로 감겨 그냥 자고 싶어 사무실 바닥에 눕고 싶어 날 깨우지마 바로 금요일이 왔으면 좋겠어
바다에 갔는데 말이야 바다에 갔는데 말이야 혼자 있는 등대가 눈에 들어오는거야 그냥 좁고 작은 어깨 바다의 수평선에 비해서 작잖아 끝을 모르는 저 너머로 시선을 두잖아 통통배가 끊에 묶여 있고 아저씨들은 바다낚시를 하잖아 어떤 아줌마들은 미역줄기를 줍고 있잖아 바람은 불고 파도는 육지에 붙으려 흰 거품으로 풀칠하잖아 물론 바로 떨어져 나가잖아 끝을 모르는 저 수평선 너머로 그냥 바라봤지 내 뒷모습은 등대 미래의 어느 한 구석 열심히 불을 밝히는 밤이 찾아오면 불을 밝히는
안개 안개가 낀다 사무실 컴퓨터 숲 사이로 까만 머리통 온갖 승진욕 욕구와 욕구가 부딪혀 무언가는 떨어지고 유리알처럼 깨진다 누간의 내적동기는 세절기에 잘린다 종이들처럼 갈린다 안개가 낀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뒷모습과 뒷모습 사이로 꽃게 한마리가 옆으로 걷는다 째깍째깍 시계 초침은 무심한듯 초연한듯 흘러간다 각자 승진욕을 숨기면서 또는 처절이 드러내면서 티를 내지 않아도 안개 너머로 욕망은 윤곽을 드러낸다 아닌척 자판기를 두드린다 숨죽인듯하지만 누군가는 그 누구보다 더욱 크게 두드린다
30대 중반 초조함에 대하여 뭐 하나 이뤄 놓은 게 없고 뭐 하나 제대로 이뤄갈 것도 정하지 못한채 그저 휩쓸려 내려온듯한 냇물에 속절없이 떠내려가는 슬리퍼 한짝이 된듯한 첨벙첨벙 물살을 헤쳐서라도 슬리퍼를 건져내고 싶지만... 그 슬리퍼는 지난 날의 꿈, 열정, 희망, 목표... 멍하니 아득히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 같아 공허하면서 텅빈듯하면서 허전하면서... 앞으로 5년, 10년..아니 15년...아니 20년...아니 30년 그렇게 휩쓸려 떠내려갈 것 만 같아 초조한 30대 중반 아재의 넋두리다.
주말 오후 느긋느긋 느릿느릿 주말 오후. 느긋느긋. 느릿느릿. 빨랫대에 널브러져 있는 파아란 청바지처럼, 동물원에서 낮잠을 자는 사자와 호랑이들처럼 오래도록 널브러져 있는 게 좋다. 오후의 햇살이 거실 방바닥을 침범해 만드는 그림자. 제법 쌀쌀해진 가을바람의 살결. 느긋하게, 느리게 시간을 바라보며 오후의 게으름을 즐긴다. 나만의 사파리. 삶의 고요함. 커피 한잔을 닮은 주말 오후. 벗어놓은 양말. 아...토요일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이 안왔으면 하는 바람. 빨래들이 바삭바삭해지는 느낌. 햇살도 느긋느긋 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