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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에세이

피곤 눈이 저절로 감겨 이건 분명 직장인데 침대위에 있는 것 같아 매트리스로 가고 싶어 키보드 치다가 지쳐 지치다가 집에 가고 싶어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싶어 눈이 저절로 감겨 그냥 자고 싶어 사무실 바닥에 눕고 싶어 날 깨우지마 바로 금요일이 왔으면 좋겠어
바다에 갔는데 말이야 바다에 갔는데 말이야 혼자 있는 등대가 눈에 들어오는거야 그냥 좁고 작은 어깨 바다의 수평선에 비해서 작잖아 끝을 모르는 저 너머로 시선을 두잖아 통통배가 끊에 묶여 있고 아저씨들은 바다낚시를 하잖아 어떤 아줌마들은 미역줄기를 줍고 있잖아 바람은 불고 파도는 육지에 붙으려 흰 거품으로 풀칠하잖아 물론 바로 떨어져 나가잖아 끝을 모르는 저 수평선 너머로 그냥 바라봤지 내 뒷모습은 등대 미래의 어느 한 구석 열심히 불을 밝히는 밤이 찾아오면 불을 밝히는
안개 안개가 낀다 사무실 컴퓨터 숲 사이로 까만 머리통 온갖 승진욕 욕구와 욕구가 부딪혀 무언가는 떨어지고 유리알처럼 깨진다 누간의 내적동기는 세절기에 잘린다 종이들처럼 갈린다 안개가 낀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뒷모습과 뒷모습 사이로 꽃게 한마리가 옆으로 걷는다 째깍째깍 시계 초침은 무심한듯 초연한듯 흘러간다 각자 승진욕을 숨기면서 또는 처절이 드러내면서 티를 내지 않아도 안개 너머로 욕망은 윤곽을 드러낸다 아닌척 자판기를 두드린다 숨죽인듯하지만 누군가는 그 누구보다 더욱 크게 두드린다
30대 중반 초조함에 대하여 뭐 하나 이뤄 놓은 게 없고 뭐 하나 제대로 이뤄갈 것도 정하지 못한채 그저 휩쓸려 내려온듯한 냇물에 속절없이 떠내려가는 슬리퍼 한짝이 된듯한 첨벙첨벙 물살을 헤쳐서라도 슬리퍼를 건져내고 싶지만... 그 슬리퍼는 지난 날의 꿈, 열정, 희망, 목표... 멍하니 아득히 그저 바라만 보고 있는 것 같아 공허하면서 텅빈듯하면서 허전하면서... 앞으로 5년, 10년..아니 15년...아니 20년...아니 30년 그렇게 휩쓸려 떠내려갈 것 만 같아 초조한 30대 중반 아재의 넋두리다.
주말 오후 느긋느긋 느릿느릿 주말 오후. 느긋느긋. 느릿느릿. 빨랫대에 널브러져 있는 파아란 청바지처럼, 동물원에서 낮잠을 자는 사자와 호랑이들처럼 오래도록 널브러져 있는 게 좋다. 오후의 햇살이 거실 방바닥을 침범해 만드는 그림자. 제법 쌀쌀해진 가을바람의 살결. 느긋하게, 느리게 시간을 바라보며 오후의 게으름을 즐긴다. 나만의 사파리. 삶의 고요함. 커피 한잔을 닮은 주말 오후. 벗어놓은 양말. 아...토요일이었으면 좋겠다. 일요일이 안왔으면 하는 바람. 빨래들이 바삭바삭해지는 느낌. 햇살도 느긋느긋 비친다.
외로움에 대하여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거실의 불을 켜면 마음 속 어딘가 불 하나는 꺼진다 배가 고파 계란 후라이를 해먹으려고 냉장고 문을 열면 차가운 불빛이 켜지고 내 마음속 어딘가 불 하나는 꺼진다 밥을 먹고 내 방에 들어와 불을 켜면 마음 속 어딘가 불 하나는 또 꺼진다 숨을 내쉬고 이제 컴퓨터를 켜는 순간 까만 쉼표처럼 목과 어깨를 구부리고 키보드를 두드린다 타지생활 15년째 밖은 환하지만 마음속은 어둡고 또 어둡다 더듬고 더듬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스위치를 찾을 수 있을까
적금통장 적금통장 "아...정말 깬다""깬다. 정말"무슨 계란도 아니고.. 깬다...유리도 아닌 것이 허구언날(?) 깨진다계란으로 바위치기적금지금 깨러 간다
프린터 고장 사무실 프린터가 고장났다. 고장난 게 아니라 USB 인식이 안된다. 고장났다고 표현하기엔 좀 그렇다. 일은 멈추지 않는다. 귀에 윙윙대는 프린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A4용지는 멀뚱멀뚱 무엇을 할지도 모르는 채 쌓여있다. 무언가를 인쇄한다는 건, 꽤나 복잡한 과정이다. 한글 파일을 열고, 오타를 수정하고, 그럴싸하게 문서를 만들고. 컬트롤 피를 눌러 인쇄창을 불러오고, 공급용지에 맞춰, 또는 현재쪽만, 또는 두쪽 모아찍기로 인쇄한다. 그러면 프린터기는 정보를 받아들여 잉크를 하얀 종이위에 점점이 찍는다. 사각형의 종이에 갇힌 활자들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검은 결재판을 가져간다. 그 안에 인쇄물을 끼워넣는다. 또는, 세절기로 가져간다. 지이이이잉. 아니면 복사기로 가져간다. 똑같이 복사되는 하루. 나..